일터

[현장통신] 한 건설노동자의 의문의 죽음!

건설노동자도 인간으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05/9월/현장통신]

한 건설노동자의 의문의 죽음!
건설노동자도 인간으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건설산업연맹 경기중부지역건설노조 사무국장 김미정


죽음의 건설현장!

군대에 가서 죽을 확률보다도 높고, 사고 난 사실조차도 외부로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 곳! 사망사고도 감춰질 수 있는 곳! 하루 2명, 1년이면 80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일당벌이를 위해 목숨을 빼앗겨야 하는 곳, 바로 건설현장이다. 통계로 잡히는 사고만 해도 2만 명에 가깝다. 이는 산재로 처리되는 건수만을 말한다. 건설현장의 크고 작은 산업재해는 80%가 은폐된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고가 현장에서 발생하는지는 추측만이 가능하다. 건설노동자들은 오늘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현장으로 일당을 위해 출근하고 있다.

형틀목수 유씨의 죽음

지난 7월 5일. 부천에 위치한 한 건설현장(시공사 두산중공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TV에 떠들썩하게 광고를 하던 「WE'VE THE STATE」현장에서 일하던 형틀목수 유아무개가 지하 4층에 쓰러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머리에는 4군데 상처(정수리, 뒤통수 등)가 난 채로 쓰러져 있었고, 이미 현장에서 옮길 당시 맥박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하였으나 끝내 그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망자의 유족이 병원에 도착하여 ‘외상이 없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측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했으며, 초기부터 심장질환으로 인한 자연사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머리의 출혈과 상처로 인해 유족은 사망원인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장례는 무기한 연기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을 하였고, 직접사인은 급성심근경색! 정수리 상처 등에 대한 것은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덧붙여서 급성심근경색은 외부의 충격에 의해 발생될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산업안전공단에서도 1차/2차의 재해조사 의견을 내면서, 낙하물에 의한 사고의 개연성을 들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노동사무소 왜 존재하는가?

당시 노조에서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접하고, 사고은폐에 대한 의문을 부천노동사무소에 제기했다. 그러나 노동사무소는 현장으로부터 신고를 받았고,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때문에 조사하지 않겠다고 주장하였다. 황당한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을 하였고, 그 사망이 사고일 수 있으니 조사를 해야 한다는 제보가 있었는데 이를 일언지하에 묵살하는 노동부를 누가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몇 번을 얘기해도 노동부에서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노동부규탄집회 신고를 하였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4일째인 7월 8일, 뒤늦게 현장에 나온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안전공단은 현장조사를 하였다.

은폐의혹 몇 가지

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두산중공업의 사고 은폐시도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첫째, 119를 부르지 않고 사설 응급구조대를 부른 것이다. 거의 사망에 이르렀고, 원인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왜 사설 응급구조대를 불렀는가? 사람의 목숨이 경각을 다투는 마당에 가장 근접(소방서가 현장 근처에 위치함)해 있는 119구조대를 부르지 않았다는 것은 은폐의도 100%에 해당한다. 둘째, 초기 진술을 유리한 방향으로 받으려고 한 점이다. 망자의 소재를 찾기 위해 현장에 들어간 동료를 현장사무실에 붙잡아 놓고 ‘사고가 아닌 자연사’로 몰고 가기 위해 노력(?)한 사실이다. 셋째, 사고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훼손한 점이다. 사고 당시의 혈흔과 현장의 철근 등이 없어졌다. 최초 현장사진을 사고가 난 지 15일 이상 지난 뒤에 내놓았고, 경찰에 신고를 할 때도 상처가 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7월 29일 진상조사단이 현장에 들어갔을 때, 최초의 현장사진이라고 주장하며 몇 장의 사진을 내놓았다. ‘아무도 사진을 달라고 하지 않아 내놓지 않았다’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면서... 경찰에서 찍은 사진과 사측이 내놓은 사진, 그리고 유족이 찍은 사진 등을 비교해 볼 때, 혈흔이 사라졌고, 현장에 놓여졌던 철근이 없어진 것이다. 이는 2차 현장조사에서 태중건설(전문업체)의 이사가 스스로 치웠음을 인정하였다. 사고현장의 훼손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또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위의 몇 가지 내용 외에도 두산중공업에서 주장하는 내용과는 다른 내용들이 확인되고 있다.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

지난 7월 7일 한 방송사의 기자와 현장을 방문했을 때, 두산중공업의 관리자는 망자가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지 맙시다”라고.
멀쩡히 일하던 사람이 현장에서 쓰러졌고, 병원에 실려 갔으나 끝내 살지 못했다. 현장에서도 병원에서도 상처가 없다던 망자의 머리에는 4군데의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두산중공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동안 현장을 훼손한 사실이 밝혀지고, 은폐하려 했던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다.

과연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 누구인가?


※ 현재 건설산업연맹, 경기중부건설노조, 단병호의원실과 산재사망 근절을 위한 캠페인단 등이 참여한 진상조사단(7월 26일 발족)의 활동이 진행 중이다. 또, 연맹과 경기본부, 시민사회단체, 노동안전보건단체 등이 참여한 공동대책위(8월 9일)가 구성되어 사고의 진실을 규명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가 은폐되는 것을 막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사설응급구조대(EMS)는 병원간 이송을 위한 단체이지, 사고 현장의 환자를 이송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한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