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특집1]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산재보험 개혁안

[05/9월/특집1]

지난 7월 6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는 민주노동당/민주노총/노동건강연대/단병호 의원 주최로 산재보상법 개정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현 산재보상법의 문제점과 개혁방향을 짚고, 그 중 일부를 반영한 단병호 의원실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양대노총 담당자와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노동부 산재보험과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경총 안전보건팀장, 그리고 산업의학 전문가 및 노무사 등이 토론자로 참석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7월 공청회에서 소개된 개정안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을 중심으로 9월 정기 국회에 입법 발의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입법안의 내용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전문가들이 2년여에 걸쳐 준비해 온 것이라 하니, 적어도 겉모양으로는 진보 진영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에 이번 호 <일터>에서는 산재보험 제도개혁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우선 첫 번째 글에서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개혁 방안의 핵심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소개한다. ‘원인주의를 극복하고 결과주의를 도입해감으로써 사회보장제도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자’는 것은 매우 진보적이고 긍정적인 방향 설정이라고 평할 수 있다.

두 번째 글에서는 이번에 제시된 실제 개정안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의견과 제안을 담았다. 이번 개정안은 산재요양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성을 확인할 수 있으나, 정작 재해 노동자들이 절실하게 외쳐온 ‘제대로 치료하라’는 요구는 구체화하지 못하였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여러 노동보건운동 단체들의 공동 논의를 거쳐 왔던 산재보험 제도 개혁 논의가 민주노동당 의회 진출 이후 ‘당을 중심으로 한 입법 추진’으로 수렴되어온 과정에 대해서도 실천적 비판, 비판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도개혁이라는 결실은 노동자 대중의 요구에 뿌리를 두고 노동자 대중의 실천을 거름삼아 맺어질 때 비로소 알차게 영글 수 있다. 산재보험제도 개혁이라는 결실을 맺고 그 열매를 노동 운동의 성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현장 노동자 하나하나의 고통을 대중적 요구로 모아내고, 그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실천을 조직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즉, 개혁안의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을 만들어내고 현실화시키는 과정이라 하겠다. 지금 그 과정을 만들어갈 주체는 다름 아닌 동지와 나, 우리들이다.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산재보험 개혁안


이 글은 지난 7월 공청회에서 임준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가 발제한 「현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혁 방향」이라는 글을 요약 발췌한 것이다.

1. 현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

현재 우리나라 산재보험제도의 절차와 체계는 재해노동자의 수급권을 극히 제한하고 있으며, 작업관련성 질환은 사고성 재해에 비하여 노동자 스스로 직업과의 관련성을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구조의 고령화에 따라 노동인구도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으며, 산업구조도 전통적인 제조업, 건설업의 비중이 줄고 서비스업이 늘고 있다. 따라서 사고성 재해 뿐 아니라 직업병 및 작업관련성 질환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비교적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기 쉬운 사고성 재해조차 산재보험에서 배제되고 은폐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 산재보험 개혁 방향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해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업무상 재해인가 아닌가에 따라 보상을 결정하는 ‘원인주의’를 벗어나서 ‘결과주의’ 원칙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다른 나라들의 산재보험 제도들도 급여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뿐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을 포괄하도록 대상을 넓히며, 손해보상 차원에서 단기 일시금으로 지불하기보다는 생활보장을 위한 장기 연금방식으로 지불방식을 바꾸어가는 추세이다.

다만, 지금 우리나라는 결과주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사회보장제도의 전반적인 보장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우선 결과주의 원칙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선승인 후보장’ 체계를 ‘선보장 후평가’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다.

3. 산재보험제도 개혁 과제

[1] ‘선승인 후보장’에서 ‘선보장 후평가’로 전환

산재 요양을 받기 위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과정을 폐지하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의사가 판단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는 체계로 전환한다. 우선 의사가 문진을 통하여 산재로 분류하기 쉬운 질환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확대해 간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의료기관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당연지정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이로 인하여 요양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지 않도록 의원급 요양기관은 외래서비스만 인정하고 입원서비스를 제한하며, 근로복지공단이 나서서 보다 적극적인 재활사업을 전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근로복지공단 자문의 제도와 직업병 인정기준은 자동으로 폐지되며, 근로복지공단의 심사기능은 독립적 심사기구인 ‘산재보험심사평가원’으로 이전하게 된다. 산재보험심사평가원은 청구된 진료비를 심사하고 급여 제공의 타당성과 진료의 적정성을 평가하도록 한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은 진정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 급여제공 및 관리운영 체계를 개혁한다. 즉, 근로복지공단이 보험자로서의 기본 기능인 징수업무와 자격관리업무, 서비스 업무를 주요하게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단이 산재예방부터 재활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급 요양기관의 서비스를 감시하도록 하며, 또한 근로복지공단의 운영에 노동자 및 공익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2]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혁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요양급여의 범위와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 재활급여 항목을 대폭 늘리고, 공단의 강제 치료종결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

재해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소득 보장성도 높여야 한다. 가령 급여의 하한선을 대폭 인상하고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는 현행 휴업급여를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일정 수준 이하는 평균임금을 전액 보장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저소득 재해노동자가 절대적인 생계 위협에 처해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소득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장해등급판정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장해급여비를 현실화시킬 필요도 있다.

고용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해노동자의 특성에 맞는 직업재활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원직장 복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증상에 따라 서로 다른 직업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원직장 복귀를 돕고, 공단 내에 마련한 업무적합성평가위원회 또는 원직장복귀위원회에서 업무적합성을 평가하여 원직장 복귀가 불가능한 경우는 직업훈련원을 통하여 재취업을 보장하고 보호사업장을 육성하여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이 위원회에는 재해노동자의 참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 등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산재보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이주노동자의 경우 법적인 처지와 상관없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조직을 공단에 만들어 산재보험의 접근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

4. 개혁 과제와 입법안의 관계

이번 산재보험의 개혁 입법안에 앞의 모든 개혁 과제들이 실린 것은 아니다. 이번 입법안은 주로 재해노동자의 접근성 문제와 재활 서비스 부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산재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내용은 담기지 못하였다. 보장성 문제는 건강보험법 개정운동 등에 연대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문제와 같이 다루어야 하며, 한편 휴업급여와 장해급여 개선안을 내놓기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좀 더 깊이 있는 검토가 이루어지지를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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