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위원 김형렬
그동안 일터를 통해, 현행 산재보험의 문제와 개선방향에 대한 연재를 해왔다. 4차례의 연재를 통해 주장하고자 한 핵심은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직업병 인정의 장벽을 낮추자는 주장이며, 두 번째는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와 내용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현재 자본과 정부의 주된 공격의 지점인 도덕적 해이와 장기요양의 문제는 이 두 가지 문제가 풀린다면 당연히 해결될 수 있는 원인이 아닌 현상이며,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다. 이번 호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의 핵심일 수 있는 재활(신체재활에 초점)과 작업복귀에 관한 가능한 대안에 대해 쓰고자 한다.
외국의 사례
이미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는 재활, 복귀의 문제가 주요한 핵심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내용개발이 많고, 실제 산재요양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운영사례가 있지만, 크게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모델과 대학과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모델, 그리고 상업화된 모델이 존재한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모델은 주로 산재환자 발생에서부터 작업복귀까지 전문가 집단에서 치료와 재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내용을 표준화하는 지침(practice guideline)을 개발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또한 몇몇 나라의 경우는 지방마다 직접 사무소를 개설하여, 산재노동자들의 작업능력을 평가하고, 복귀의 적절한 시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복귀를 위한 이러한 프로그램의 운영목적이 건강한 노동력의 보존과 조기복귀를 통한 비용감축이라는 자본의 요구에 의한 것임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 그것은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프로그램 자체가 진보적이거나, 자본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의 문제가 이 프로그램의 계급성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정부운영 모델에 비해 다소 포괄적이며 원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캐나다 퀘벡주에서 운영하는 요통에 관한 재활복귀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건강한 몸과 건강한 작업장으로의 복귀”를 강조하며, 작업장 환경의 개선과 신체적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단계적인 작업복귀를 강조하는 치료적 작업복귀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작업복귀를 급작스럽게 진행함으로써 이로 인해 많은 신체적 정신적 부적응으로 인한 재발을 막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이다. 작업장에 복귀한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건강한 신체와 신체의 기능적인 회복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실제 구체적인 작업장에서 구체적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다양한 사회심리적요인과 작업환경요인의 조화와 적응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화된 재활복귀프로그램들이 다수 존재한다. 당연히 사업주의 요구나 보험회사의 요구에 의해 진행되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하면 조기에 작업에 복귀하게 할 것인가가 주된 관점이다. 철저히 수치화되고 계량화된 방식을 선호하고, 이를 통해 복귀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복귀에 불응할 때 여러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복귀를 강제한다.
국내 프로그램
국내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최근 재활복귀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근로복지공단에서 이를 담당할 직원을 다수 채용하기는 했으나, 어떤 내용과 대안을 가지고 출발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재활복귀프로그램을 받고자 하여도 산재노동자가 실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재활복귀프로그램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단위로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여전히 운동치료나 물리치료 등을 통해 신체적 기능회복에 한정되어 있다. 작업장 환경과 연계하거나 치료적인 개념을 갖는 단계적인 작업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재활복귀프로그램 제안
재활 프로그램에는 원직장 복귀가 어려운 중증장애를 갖게 된 노동자들을 위한 직업재활이 있고, 원직장 복귀를 원칙으로 진행하는 신체적인 재활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신체재활의 개념이 아직 정리되어 있지 않아, 혼란이 많지만 신체적 기능을 회복하고 작업복귀가 가능할 수 있는 정신심리적 상태까지로 회복될 수 있도록 재활하는 것도 포함된다. 재활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포괄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이를 두 단계로 설명하면,
▶ 1단계: 산재환자에 대한 임상적, 직업적 중재
요양시작 8주 후 가능한 모든 산재요양 환자 산업의학의사 면담, 직업적 중재와 임상적 중재를 시행한다.
- 직업적 중재
팀 접근을 통해 직업적 중재 대안을 만든다. 개개인의 산재노동자를 위해, 산업의학의사, 작업자의 상사, 회사관계자 및 노동조합 담당자와 당해노동자가 한 팀을 구성, 팀에서는 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을 경영진에게 제출하며, 경영진은 여기에 대해 책임을 진다.
- 임상적 중재
정확한 진단과 요양 내용의 문제는 없는지 파악한다. 의사는 노동자가 심각하거나 아주 특별한 질병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심각한 상태가 아니면, 노동자를 안심시키고 4주간의 재활프로그램에 편입할 것을 권고한다.
- 산업의학의사에 의해 산재노동자의 객관적 상태 파악
- 산재노동자의 현재 요양의 적절성에 대해 평가
- 적절한 요양에 대한 지도, 재활프로그램 참가여부 파악
▶ 2단계: 조기 재활
기능적 재활과 치료적 작업복귀로 구분함
- 기능적 재활 프로그램
인지-행동 접근법을 병행한 작업에 적합한 신체기능회복 프로그램(work conditioning, work fitness) 실시
다제간 팀에 의해 근골격계 클리닉에서 실시
다제간 중재의 핵심적 목적은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
사내 운동시설과 의사 상담, 노동조합 상담을 통해 운영
기능적 재활치료가 끝나면 바로 치료적 업무복귀를 실시
기능적 재활프로그램은 4주 단위로 평가
- 치료적 작업복귀 프로그램
산재 노동자를 정상적 업무로 복귀시키기 위해, 점차 업무를 증가시키면서 업무를 실시하는 날과, 임상적인 치료를 받는 날을 번갈아가면서 실시, 혹은 단계적 증가.
▶ 3단계: 작업장 복귀 가능 판단
- 산재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 파악
- 작업장의 환경이 개선되었는지 파악
- 산재노동자가 작업 가능한 환경인지 판단
▶ 4단계: 복귀 후 추적조사
- 복귀 후 주기적인 증상 조사와 실제 현장 개선의 효과에 대해 노동자가 느끼는 노동강도와 노동조건의 변화에 대한 주기적인 조사가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요양자들의 부서 실행단위에의 결합은 필수적이다. 복귀 후 평가가 실행단위로 모아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요구와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로그램 운영시 고려해야 할 지점
앞서 말했듯, 재활 및 작업복귀프로그램은 그 내용 자체가 노동자 계급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건강한 노동력 보존이라는 자본의 요구에 철저히 부합하는 내용이다. 다만 현재 산재제도의 비합리적 현실로 인해 이러한 내용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만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는 것이, 어찌 보면 중립적인 이러한 프로그램을 누가 주도하여 운영하느냐, 누구의 관점으로 가져오느냐에 따라 계급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된다고 본다. 이런 점이 노동계급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작업복귀 프로그램의 실제(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