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사무차장 이경호
우선 이 글을 쓰는 저는 80년대 생입니다.(ㅡㅡ;;)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한 번쯤 어렸을 때 추억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해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주변에 선배나 동지들에게 물어보고 준비를 하고 쓰는 것이라 해도 부족한 점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귀엽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재미있게 놀아 보자~~
‘딩동댕’ 쉬는 시간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면 무섭게 운동장으로 우르르 몰려 나와 그 짧은 10분 동안 조금이라도 놀아보려는 아이들.
옹기종기 모여 호주머니에서 꺼내는 알록달록한 구슬들, 그리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성스레 만든 딱지, 운동장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오징어놀이를 하는 아이들(김재광 동지는 오징어놀이 하다가 각목에 맞아서 다리가 부러졌었다는군요.) 그리고 한데 모여서 고무줄놀이,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
서로 울고 웃으며 짧지만, 긴 쉬는 시간을 즐겼었죠. 구슬과 딱지를 잃고 씩씩거리는 아이들, 그리고 짓궂은 남자아이들 때문에 울고 있는 여자 아이들(고무줄 끊고 도망간 아이들 때문이라죠?). 다들 너무나 화려한 기구 없이도 놀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좋고 즐겼던 어린시절이었죠.
어떻게 하는지 까먹으셨다구요?
교실 한군데서 공기놀이를 하는 여자 아이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몇 소절의 노래만 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시지는 않으신가요? 서로 노래를 불러주며 고무줄놀이를 하는 여자아이들. 그 와중에 커터칼을 들고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장난꾸러기 남자 아이들.
구슬치기(일명 다마치기). 운동장에 구멍 파놓고 구슬 넣기 게임, 홀짝게임, 구멍 안에 구슬을 넣어놓고 멀리서 던져 맞춰 밖으로 빼내는 게임. 주머니 가득 들어있는 구슬을 보면 부잣집 갑부 부럽지 않았던 시절.(그 때 구슬치기기술과 지금 당구기술 사이에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공책 뜯어서 딱지 만들어 놀다 부모님께 겁나게 혼났던 시절.
이 쯤 되면 슬쩍 기억이 나시겠죠?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슨 놀이든 했었죠.
어렸을 때는 혼자 놀았던 기억이 별로 없으시죠?
학교가 끝나면 “ㅇㅇㅇ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자.~~”라고 하면서 친구네 집에 우르르 몰려갔었던 기억들.
골목대장을 뽑아 골목대장이 하자는 놀이를 했던 기억들이 나실 겁니다. 동네 공터에서 오징어놀이, 비석치기, 자치기, 얼음땡 등 동네 아이들 열댓 명과 즐겼었던 기억들.
또 지구를 지킨답시고 나무막대기 하나 들고 골목대장 뒤를 따라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던 기억들 어렴풋이 나시겠죠? 조금 전투적인 놀이이기도 했었지만 그 때는 즐거웠었겠죠?
서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었던 어린시절. 그 때 서로 함께 한다는 것을 배웠을 지도 모르겠네요.
친구야 노올자~~
현재 야간업무와 특근으로 골병들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삶이죠. 하지만 일상생활을 잠시 잊고 운동장으로 가서 어렸을 때처럼 옷이 흙범벅이 되도록 구슬치기, 그리고 오징어놀이, 얼음땡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친구들과 공기놀이, 고무줄놀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슬며시 어렸을 때 친구에게 이렇게 전화를 해보세요.
“친구야~ 노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