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특집1] 국내기업 작업장에서의 노동자 감시 통제 실태와 대응방향

[05/10월/특집1]

국내기업 작업장에서의 노동자 감시 통제 실태와 대응방향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연구원 이황현아


4년을 넘는 전대미문의 노동자 감시가 급기야 노동자들의 집단정신질환을 몰고 왔지만 한 달이 넘게, 1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조단식을 하는데도 산재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나라 얘긴가? 한국,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얘기다. 2001년 대용을 필두로 사회 문제화된 노동자 감시의 화두가 2005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고공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을 무참히 끌어내려 버린 근로복지공단은 과연 얼마큼 더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사회여론이 무서워서라도 근로복지공단이 하루속히 산재인정을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노동자 감시가 작업장에서 이른바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노동자들의 자율성을 짓밟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하여 결과적으로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2003년 전교조 선생님들의 네이스반대투쟁을 통해 노동자 감시가 정보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것은 노동자들의 작업장투쟁이 감시 그 자체만을 문제삼은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사회화 방식이었다. 정보화 지식사회 IT강국이 만들어낸 국가와 자본의 감시와 통제 강화는, 실상은 작업장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삼성 X파일은 정보국가의 우민(愚民) 통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 감시 문제는 이제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최근 조사결과(민주노총 등 9개 시민사회단체들의 모임인 ‘노동자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이 2003년 6월 20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자 감시 시스템 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 사업장의 89.9%가 감시 시스템을 평균 2가지 이상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열 곳 가운데 아홉 곳은 감시 시스템을 설치했다. 특히 보건의료 업종과 1,000인 이상 사업장은 거의 대부분 감시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런 만큼 노동자 감시 영역은 21세기 노동자들 투쟁의 주요 무대가 되어야 한다. 노동자 감시가 노동자들의 정보인권, 건강권, 노동권을 침해하는 원인이 되는 만큼 자본주의 생산과정인 가치증식과정이나 노동과정 자체에 근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영역이 되는 것이다.

다음에서는 국내 기업 작업장에서의 감시 통제 실태를 알아보고 자본의 감시통제장치 도입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이어 노동자 감시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해보자.

국내 기업 작업장에서의 구체적인 감시통제 실태

1) 삼성 SDI 핸드폰 위치추적(2004년)

2004년 7월 13일 삼성 SDI 전/현직 노동자들, 삼성전자 해고자, SDI부산공장 산재사망노동자 배우자 등 삼성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20여명이 누군가로부터 위치추적을 계속 당해왔다. 삼성그룹차원에서 노동자들을 감시․통제하면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였다. 또한 이후 추가로 삼성SDI 전․현직 노동자들이 잇따라 위치추적을 당했다는 피해사실들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위치추적을 당한 삼성SDI 전/현직 노동자들은 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12명을 포함해서 최소한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 KT 상품판매전담팀(KT 상품판매전담팀 인권백서 중에서) 감시 통제(2003년부터 현재)

영업 활동 자체에 대한 차별 사례는 다음과 같다.

상품판매전담팀에 대해서 영업구역을 부여하지 않고 기업카드를 지급하지 않았다. “부산지역의 상품판매직 80여명은 대부분 2003년 10월 실시한 명예퇴직을 거부한 자들로서 기존 영업직원(RM)과는 다르게 상품판매지역을 배정 받지 못하고 판매촉진을 위한 기업카드 또는 판촉물 등을 지급 받지 못하고 있다.”(부산) 또한 영업활동에 따른 휴대전화 요금 지원비에서도 차별이 있었다. “RM들은 휴대전화요금 지원비를 월 45,000원 받는 반면 똑같이 영업활동을 하는데도 상판에게는 30,000원이 지원되고 있다.”(수도권) 이는 전국적으로 공통적이었다.

3) 하이텍알씨디코리아 CCTV 감시(2002년부터 현재까지)

4) 인터넷 이용 감시 접근 차단 사례

① 노조 홈페이지 접속 차단(2002년)

발전소 사측은 현장에 복귀한 발전 노동자들이 사무실과 사택에서 노조 홈페이지를 비롯해 노동, 사회단체 홈페이지에 접근할 수 없게 각 서버의 IP주소를 차단했다. 사측은 ‘불법파업이었기 때문에 노조홈페이지 차단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② IP 추적 인터넷 감시

“작년 연말 대덕연구단지의 전자통신연구소에서는 내부 게시판에 올려진 게시물이 문제가 돼 2명의 부서장이 보직 해임된 사건이 있었다. 원장에 대한 비판적인 글이었는데 IP를 추적해 특정 부서에서 올려졌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개인을 찾아낼 수는 없으니 그 부서의 책임자에게 징계를 내린 것이다.” (2003년 ‘노동자감시 워크숍’에서 전 과기노조 이성우 위원장)

③ 이메일 감시

스카이라이프, 직원 이메일 불법 감청 유죄 선고(2003년)

5) 생체인식 - 지문인식기 사례

창원시청, 창원 롯데백화점 청소용역 지문인식기 설치 싸움(2003년 2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맥 인식 보안 시스템 구축(2003년 7월)

6) ERP - 전북대병원 사례(2003년)

ERP 시스템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부서는 환자치료의 최전방인 간호병동이며 ERP 도입 이후 환자는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했다.

사례 1: 물품 아끼라고 하면서 수액주사 꽂는 자리에 반창고 넓이 길이를 되도록 짧게 붙이고 반창고 제품 역시 질이 떨어지는 걸로 병원에서 구입하여 사용하게 함
사례 2: 수술환자 소독을 이틀에 한 번씩 실시하고 물품 하나하나 원가를 써서 붙여 최대한 사용을 줄이게 하고 중증환자의 시트와 환의도 날마다가 아닌 2-3일에 한 번씩 갈아줌
사례 3: 1회용 물품을 버리지 않고 다시 물로 씻어 재 소독하여 사용
사례 4: 인계시간을 줄이라고 하면서 수간호사가 옆에 앉아 ‘그런 내용은 넘겨도 된다’고 하면서 최대한 인계시간을 줄이라고 함. 시간 외 발생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

7) 전자신분증 - 스마트카드 감시.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산업기술평가원지부의 출입 통제 시스템을 이용한 직원 감시 사례(2002년)

직원은 모두 IC 카드를 신분증 겸 출입증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매일 출근을 포함한 사무실 출입을 위해 각 층의 입구에 설치된 출입확인장치에 자신의 IC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단순히 출입을 위한 열쇠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출근 출입시간과 동선을 파악하는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6월 X파일 사이버 수사대에서 노동조합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관련된 조사를 이유로 13층 노동조합 사무실에 출입한 조합원의 출입 내역 자료를 출력 후 확인한 바 있다. 그 후 조합원들은 13층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본의 감시통제장치 도입의 허구성

민주노총 정보통신 상담을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개 감시통제장치 도입은 노조설립 시, 쟁의돌입을 앞두고 노조말살책동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상담의 80% 이상이 노조설립과 쟁의돌입을 앞둔 시기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 2003년 조사에 따르면 회사측 감시시스템 도입 근거는 다음과 같이 나왔으나, 감시시스템에 대한 노동자 인식 조사에서 노동자들은 감시시스템 도입이 부정적인 이유로 “정신육체 피로증가”를 34.3%나 답하고 시스템 도입 후 변화 중 “건강악화”를 25.7%가 답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자본의 감시통제장치 도입이 노동자를 쥐어짜 자본의 효율성 제고가 결국 노동자의 건강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2003년 조사는 “문제발생 시 객관적 근거 마련”, “생산과정 모니터링, 경영혁신”, “노동자 기물파손 절도방지” 등 회사의 감시시스템 도입 주요 목적은 제대로 달성되지 않고, 감시시스템 도입이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에 대한 감시 통제를 위한 것임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자정부를 표방한 만큼 우리나라의 노동자 감시는 가히 놀랄만한 수준이다. 작업장에서의 노동자 감시 문제는 크게 세 축으로 노동통제, 신기술로 인한 작업환경ㆍ노동환경의 변화, 인권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논점은 물론 ‘노동권’이다. 노동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다. 노동자 감시 통제는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문제이며, 노동3권 보장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이제 더 이상 노동자 감시 문제가 교섭대상이 아니니, 쟁의사항이 아니니 하는 법적 논란을 지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자본의 논리인 재산권과 경영권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자본의 정당성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반론을 전 사회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삼성, KT 등을 통해 자본의 감시통제장치 도입 근거의 허구성은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다. 노동자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줄기차게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작업장 수준에서 노동자 감시 문제에 관한 한 왕도(王道)는 없다. 자본의 감시통제장치 도입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려면 현장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민감해야 한다. 노동자 감시 문제가 싸움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눈에 보이는 감시, 즉 CCTV와 같은 형식이 아니면 노동자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자 감시의 특성이 은밀하고 정밀하게 이루어지는 대량감시라는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전자정보적 감시통제의 발달로 무제한 저장 정보통합화가 가능해지면 노동자에 대한 모든 정보는 평가정보화하여 강력한 노동통제수단으로 기능한다. 현장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기민하게 대처하여 감시통제장치가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일단 도입을 막지 못한다면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같은 생지옥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물론 그렇더라도 현장 수준의 방어적 대응은 2000년 만도에서처럼 불시에 직접적인 노동자 행동(철거, 새로운 기계파괴운동)으로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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