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해미
광범위한 노동자 감시와 차별
최근 삼성의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한 노조활동 감시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러한 자본에 의한 노동자 감시(그것도 노동조합 탄압 및 와해 수단으로서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구성심병원의 경우 노동조합 활동가를 감시하기 위해 따로 전담요원(?)을 배치하여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에 남기기도 했고, KT 상품판매팀의 경우 구조조정을 위해 노동자들을 감시․차별하기도 하였다. 하이텍 자본은 이런 감시와 차별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극악무도했다. 이러한 감시와 차별이 노동자들을 병들게 한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노동자 감시․차별의 대표주자인 하이텍 자본의 실태를 유형별로 폭로하고자 한다.
관리자의 노골적인 감시와 통제
하이텍 자본은 2002년 임단협 투쟁 이후 조합원만으로 구성된 라인을 만들고 적극적인 감시와 통제에 들어갔다. 라인은 다른 라인에 비해서 절반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생산량을 내야 하는 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되었다. 또한 관리자들이 작업 중인 조합원들의 등 뒤에 서서 2시간 작업동안 40-50분씩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핸드폰을 잠깐 받는 것도 큰 소리로 지적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한 조합원이 정리하기 위해 신문지를 접고 있는 과정에 “작업시간에 뭐해?”라며 소리를 질러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했고, 다른 라인 작업자들이 떠드는 것을 가지고도 조합원 라인을 향해 조용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화장실 다녀오는 것을 보고 “화장실을 하루에 20번 갔다오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깜짝 놀라며 불안에 떨게 되었다.
CCTV를 통한 감시
하이텍에는 최고 26개의 CCTV 카메라가 있었던 적이 있다. 하이텍의 전체 직원이 130명인 것을 감안하면 그 엄청난 규모가 놀라울 뿐이다. 사무실 옆 CCTV는 출투상황을 찍고, 출입하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 외 현장입구, 출퇴근카드기, 작업라인, 식당입구, 총무과 사무실, 이사 개발실 등에 설치되어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게 되어있다. 자본은 이 CCTV를 백분 활용하여 유리한 각도에서 찍힌 내용을 몸싸움시의 유리한 증거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런 CCTV는 현재 6대만 남아있다. 그러나 CCTV를 통해 일상을 감시받아온 조합원들은 몰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불안하게 생활하고 있다. 심지어는 화장실에 가서도 주위를 살피고 사업장 밖에서도 어디에 몰카가 있는 건 아닌지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생산라인에도 CCTV가 없어졌지만 몰카에 대한 두려움에 신문지를 붙이고 일하는 상황이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감시
하이텍 노동자들의 감시에 대한 두려움은 여러 번의 경로를 통한 감시의 증거 확인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내부적으로 한 이야기도 곧장 총무과로 전달되고 방금 조합 사무실에서 작성한 문서파일이 총무과 컴퓨터에 버젓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다보니 조합원들은 지회장 동지의 차를 타면 말도 하지 않고, 사업장 밖이라도 중요한 이야기는 글로 써서 하고, 막힌 공간에 들어가면 몰카나 CCTV가 없는지 천장부터 살피게 되었다. 더군다나 7개월의 임신부까지 폭행하는 구사대의 폭력에 시달린 조합원들은 항상 불안한 마음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 것이다.
조합원에 대한 차별
하이텍의 조합원들은 “밥에 한이 맺혔다”고 한다. 직장폐쇄와 부당해고 이후 해고자들의 식당 출입 금지 이후 밥을 퍼와서 조합 사무실에서 같이 먹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관리자들은 심지어 “조합원들이 밥을 많이 먹는다”고 시비를 걸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한 조합원은 밥을 푸다보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양을 멍하게 푸고 있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이텍 자본은 이 뿐만이 아니라 비조합원만 임금인상을 해주었고, 현장에서 구호 하나 외치는 것도 ‘쟁의’라 하며 초단위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임금을 삭감했다. 또한 근태와 관련해서도 각종 포상에서 조합원들은 제외하였으며 조합원들의 외출만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회사의 야유회를 포함한 각종 행사에서도 조합원들은 배제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탄압
하이텍 자본의 노조탄압은 유명하다. 2002년 불법 직장폐쇄 시기에는 화장실이나 식수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질렀고, 몸싸움 과정에서 임신 7개월이 된 조합원을 폭행하여 그 자리에서 경찰서로 연행되기도 했다(이후 이 관리자는 승진을 했다). 한편 “개인적으로 죽여주겠다”는 등의 폭언도 서슴치 않았고 노조활동을 이유로 5명의 조합원을 해고하였다. 이는 부당해고로 최종 판명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복직을 안 시키면 된다”며 여전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근로복지공단에 의해서 다시 반복되는 감시와 차별
하이텍 노동자들의 감시와 차별 사례를 글로 정리하자니 너무 많다. 2002년 이후의 모든 일상은 감시와 차별, 그리고 폭언과 폭행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정도였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투쟁과정에서 한 술 더 뜨고 있다. 심사청구까지 전원 불승인을 내었을 뿐만이 아니라 집회 중인 조합원들에게 감시 카메라 들이대기, 면담단 멱살 잡고 폭행․폭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7월 17일에는 집회조차 성사되지 못하게 물리적으로 막았으며 테러부대 진압시에 출동한다는 경찰 특공대를 동원에 지회장을 포함한 단식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기도 했다. 물론 하이텍도 여전히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조합원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또 다른 하이텍을 막기 위하여
하이텍은 감시와 차별, 그리도 노동조합 활동 탄압에 있어서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회사는 독일 회사를 인수할 정도로 잘 나가고 있건만 탄압받은 노동자들의 정신은 병들었다. 여기에 ‘근로자의 행복과 보다 나은 미래를 함께 한다’는 근로복지공단이 한 술 더 뜨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감시와 통제, 그리고 노동탄압이 하이텍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언제 어디서 제 2, 그리고 제 3의 하이텍이 나타날 지 모르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하이텍 투쟁을 통하여 또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 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