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노동자의 집 여은정
“자고 일어나니 목이 돌아가지 않아요”
이 말이 그렇게 아픈 말인지 몰랐다.
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의 실체를 반핵 선전활동을 하면서 확실히 알았다.
핵폐기장 반대 선전물을 돌리려 열흘 이상(하루 평균 6시간이상) 선전물을 무지 싫어하는 경비 아저씨들의 눈을 피해 배낭에 선전물을 가득 감추고 고층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집집마다 선전물을 끼워 넣었더니 오른쪽 어깨와 목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결국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고 부황을 떴다.
아주 꽉 막혔다고 스트레스 많이 받나 보다고 의사는 말한다.
찬성측의 어이없는 작태(군산시와 전북도는 핵폐기장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들도 서슴치 않고 있다)에 열 받을 일이 많았던 것도 한 몫 했다.
침을 놓는데 너무나 아파서 입술을 꽉 깨물었더니 그렇지 않아도 붉힌 입술이 아예 터져버렸다.
이를 악물고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선전을 나갔는데 어깨와 목이 너무나 아파서 눈물이 다 나왔다.
사람은 없고 할 일은 많고 몸은 아프니 모든 것이 폭폭했다. 더군다나 반핵문화제가 있는 날이라 다들 바쁜 터였다.
목과 어깨가 아프니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는 행위, 길을 건널 때 좌우를 살피는 것, 허리 굽혀 물건을 놓는 일등 아주 사소한 일 조차도 힘겹다.
노동자가 자신의 한계를 넘는 노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갑갑한 것이 이런 골병이 아닐까 싶다.
눈에 보이지는 않기에 자칫 꾀병으로 보일 수 있고 그러하기에 늘 자신의 상태를 설명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 속에 놓여있다.
왜 노동자들이 약에 의존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근육 이완제나 통증 주사를 맞는지 잠이 오지 않는 밤 뒤척이며 생각했다.
아픈 몸을 겨우 추스르고 선전을 한 후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앞에 앉은 말 많은 사람 하나가 그런다.
자신은 일이 있어 선전활동에 잘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할 때마다 운동이라 생각하니 다리도 안 아프다고 좋다고.
마치 내가 아픈 것이 즐겁지 않게 일하기 때문인 듯이. 아~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처음에는 산행 연습이다 생각하고 즐겁게 시작했지만 몸이 처한 한계는 정신도 어찌 할 수 없는데 어찌할까나?
“일 안하고 쉬면 괜찮습니다.”, “마음을 즐겁게 먹고 일하세요. 그럼 괜찮아요.” 이 말은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말이다.
아파도 약을 먹고서라도 일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현실이고, 이미 아파서 고통 받는 노동자의 지친 몸뚱이는 거리에 내팽개쳐진 지 오래이다.
정말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죽게 생겼습니다. 공장이든, 근로복지공단이든, 정부든, 제가 사는 작은 아파트의 주민들의 의식이든 모든 것을 말이지요.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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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은정동지는 격월 1회 <일터>의 '세상사는 이야기'에 글을 기고해주시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