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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노동부의 산재보험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비판적 검토

- 뇌심혈관계 질환 인정기준 개선(안)의 내용과 문제점

[05/12월/특집2]
노동부 산재보험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비판적 검토
- 뇌심혈관계 질환 인정기준 개선(안)의 내용과 문제점

한국노동안전보건부산연구소 김영기


지난 11월 4일에 산재보험 요양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공개 공청회가 있었다. 이 공청회에서는 뇌심혈관계 질환의 인정기준 개선(안)이 첫 의제로 발표되었다. 아직 논의가 부족해서 명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해보고자 한다.

사실 그동안 현행 뇌심혈관계 질환 인정기준의 문제점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고통을 받아왔으며, 업무상 질병 중에서도 특히 뇌심혈관계 질환은 특히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이다. 질환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중한 질환으로서 의술이 발달한 현재에서도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고, 설사 운 좋게 생명을 건졌다고 할지라도 노동자로서의 노동능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몸뚱이 하나로 먹고사는 노동자와 그 가정에 파탄을 가져왔었다.

현행 뇌심혈관계 질환의 인정기준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상 질환이 한정되어 있다. 현행의 인정기준에서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질환은 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출혈/뇌경색/고혈압성뇌증/협심증/심근경색증/해리성대동맥류로서 만일 노동자가 앞의 진단명에 해당되면 인정 대상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인정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조차도 안 되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뇌출혈은 타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정을 받는 편이나 뇌경색 등의 다른 질환은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결과적으로 뇌출혈을 일으키는 뇌동맥류, 동정맥기형 등은 환자가 선천적으로 가지는 질환인데 그로 인한 뇌출혈은 작업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불승인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천성 뇌혈관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직업적 요인에 의한 발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기존 질환이라는 이유로 대상 질환에 포함되지도 않고 불승인이 떨어지는 것이다.

둘째, 현행 인정기준에서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만성적인 과로’의 정의가 완전히 엉터리이다. 현행 인정기준에서는 만성적인 과로의 기준을 “근로자의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발병전 3일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 업무보다 30% 정도 이상 지속되었거나 발병 전 1주일 이내에 업무의 량, 시간, 강도, 책임 및 작업환경 등이 일반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의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으며, 행정 편의를 위해 일본 등의 기준을 참고해서 만든 임의적 내용일 뿐이다. 또한 실제 내용은 만성적인 과로의 내용이 아니라 급성 과로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실제 업무상 질병 판단에 있어서 매번 형평성 시비가 있어왔다.

이런 문제점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기되어, 이번 개선방안에서 검토되었다. 이번 개선안에서는, 상기의 7개 질환 외에 다른 질환도 가능하도록 대상 질병을 확대하였으며, 만성적인 과로의 기준을 삭제하고, ‘과중한 업무’를 보다 포괄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업무수행성을 삭제하였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을 볼 때 현행 인정기준의 문제점을 많이 개선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대상 질환을 확대시키고 애매모호한 과로의 정의가 삭제시켰으며, 한시적 과로뿐만 아니라 누적된 과로를 첨가시킨 것은 바람직하다. 그리고 업무수행성을 삭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되나 논란의 여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점들은 남아있다. 이번 개선(안)의 큰 방향은 구체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매우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즉 실제 상황에서는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하지만, 사용자 및 근로복지공단 측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중한 업무의 기준이 무엇이냐’ 등이다. 그렇다고 현행 규정처럼 구체적으로 만성적 과로를 정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 아마도 이런 문제를 둘러싼 노동자와 자본가, 근로복지공단의 갈등 속에서 이후의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번 개선(안)에서는 뇌심혈관계 질환이 아닌 다른 질환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만 구체적으로 다른 질환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 뇌심혈관계 쪽의 질환인지 아니면 다른 장기, 다른 부위의 질환도 포함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그 해석을 둘러싼 시비가 예상된다.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은 일반적으로 과로나 직무스트레스가 주요요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뇌심혈관계 질환의 인정기준으로 되어 있는 이상, 다른 질환은 인정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대표적으로 정신 질환, 위장관계 질환 등은 직무스트레스 등으로 발생 내지는 악화가 가능한 질환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인정기준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노동자들을 보라! 따라서 뇌심혈관계 질환의 인정 기준이 아니라, 과로 및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으로 바뀌어야만 좀 더 포괄적으로 질병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 개선(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산업의학, 법률가 등 전문가들이 제시한 하나의 안에 불과하며, 이 안이 노동부에 들어가 입법과정을 거칠 때 자본의 저항, 근로복지공단의 문제제기가 얼마든지 가능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현재 제시된 개선(안)보다 후퇴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근골격계 질환에 비해 뇌심혈관계 질환,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시급한 실정이며 개선안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안이 하루 빨리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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