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정부가 미군기지 확장을 강행하고 있는 평택 대추리와 도두2리에는 올해에도 농사짓자!는 특별한 구호가 있다. 농민이 농사를 짓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특별함을 뛰어넘어 격렬한 전투가 되고 말았다.
첫 번째 전투는 정부가 농민들을 불법 무단점유자로 낙인찍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해 여름 국방부는 감정 평가 후 토지소유자와의 협의를 통해 토지를 수용하는 협의매수에 실패했다. 그러자 건설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11월에 수용을 결정하였고 땅을 강제 매수했다. 12월, 285만평 농지에 대한 보상금 300여억 원을 법원에 공탁하는 것으로 토지강탈의 법적 절차는 마무리 되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맺은 협정은 용산기지와 미2사단을 평택으로 2008년까지 이전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올 10월까지 기지 이전을 위한 기반시설 공사를 완료한다고 한다. 토지강탈에 분노한 농민들의 저항이 거세질수록 국방부는 시간의 촉박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3월 6일 국방부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의 상징인 대추 초등학교에 대한 강제접수에 나섰다. 농민과 활동가들은 완강히 저항했고 이에 국방부는 주춤거렸다. 이 당시 국방부는 285만평이라는 넓은 논을 11개 구역으로 나눠 철조망을 치고 곳곳에 감시초소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또한 논 가장자리에 웅덩이를 판다는 계획도 있었다. 이는 모두 농기계의 진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와 국방부의 농사를 막기 위한 술수는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농사용 수로 차단 계획, 법원 공탁금에서 농가부채 인출, 마이너스카드 해지, 영농자금 지원 배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민들은 정부의 탄압을 뚫고 지난 3월 중순 논갈이투쟁을 성공시켰다. 4월 23일이면 600일째를 맞는 주민 촛불행사에는 매일 올해에도 농사짓자!는 구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올 한해 평택 대추리와 도두2리에서는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과 농사를 막으려는 정부의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양보할 것이 없는 투쟁이다. 정부는 농민들을 그들의 땅에서 강제로 몰아내는 것을 전제로 약간의 타협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농민들의 유일한 요구는 살고 있는 땅에서 농사짓고 같은 땅에서 남은 삶을 영위하겠다는 것이다.
올해에도 농사짓자!는 농민들의 절박한 욕망은 경찰의 방패와 국방부의 영농금지 공고문을 타고 넘어 이미 물처럼 공기처럼 땅으로 스며들고 있다. 정부의 평택 미군기지 강행 방침에 맞서 이기는 길이 단순하지만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농부들이 농사짓는 일에 정부가 더욱 초조해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군사세계화, 그리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추진하는 미국과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농민들이 결코 그들만의 약속을 존중하지도, 자신의 소유권을 강탈해간 법과 정의를 대표한다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가장 두려운 일일 것이다. 농민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이 국가폭력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정의로운 일을 한다는 자부심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도 두려운 일일 것이다.
평택 농민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평택에 직접 가보는 게 좋다. 그러면 어떻게 농사지을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285만평 농지는 모두 국방부의 소유가 되었다. 그 가운데 210여만 평은 협의 매수된 농민 없는 땅이다. 이 땅의 일부는 시민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가 수로를 강제로 차단하고 농기계 출입을 막을 경우에 대비해서도 시민농사는 필수적이다.
평택 농민들을 지원하는 노동자들은 단체농활로 일손을 보탤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한 단체가 집중농활을 펼칠 수도 있다. 2-3천 평 논을 맡아 봄부터 가을까지 책임농사를 짓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의 영농자금 차단 압박으로 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영농자금을 보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농민들은 한 대에 3-40만원 하는 양수기 100여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올해에도 농사짓자!는 구호는 급진적이다. 그리고 그 구호는 정당하다. 이 투쟁의 정당성은 갈수록 드러나게 될 것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의 반평화적이고 반생명적이며 반민중적인 본질 또한 갈수록 감출 수 없게 될 것이다.
올해에도 농사짓자!
농사지으면 평화 오고 미군 오면 전쟁 온다!
"나는 지금도 미군부대 철조망 안 나의 고향
구 대추리에서 열다섯 살이 되어 뛰노는 꿈을 꾼다.
한번 잃어버린 고향인데 또 다시 지금의 대추리를 잃어버려
두 개의 꿈을 꿀 수 없기에,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의 싸움이 이기는 날
그날을 위해 고향을 지킨다."
- 2005. 4. 27. 대추리 주민일동
- 덧붙이는 말
-
두시간/대추리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