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4월 / 성명서] 지하철 노동자들의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지난 2월 17일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은 112명을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승인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초법적 독소규정인 ‘근골격계 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에 따라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업무관련성 심의위원회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3월 7일에 발표한 결과는 아픈 노동자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건강권을 무참히 유린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신청자 112명 중 불승인 17명, 취업요양 68명, 요양승인 23명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업무관련성에 대한 주치의의 판단과 고통받는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공단이 업무관련성 판단이 여의치 않은 자문의 몇 명의 판단으로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짓밟는 행위를 일삼은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퇴행성 운운하며 개인적 요인을 이유로 전국에서 변경 및 축소 승인, 불승인 등을 남발하고 있다. 이는 산재보험을 공공보험답게 운영해야 할 근로복지공단이 보험자체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작태일 따름이다.

112명이 집단적으로 산재승인을 요청한 현실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을 버려가며 일할 수밖에 없는 ‘죽음과 골병을 양산하는 현장’을 웅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는커녕 그저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횡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17명의 불승인 뿐 아니라 68명에 대한 ‘취업요양’이라는 결정 역시, 골병을 양산한 현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거나, 의도적으로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것 말고 무엇이란 말인가. 취업요양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일을 하면서’ 치료를 받으라는 것이다. 증상이 가볍다면 굳이 치료를 위해 일을 쉴 필요는 없는 일이다. 단, 이런 판정에는 휴업치료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학적 판단과 더불어, 일을 하면서 치료를 받을 만한 작업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휴업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을 무시하고 취업요양을 결정하였다. 게다가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늘어나는 휴업급여로 재정이 힘들다면서 산재노동자들을 보험사기꾼으로 매도하는 한편, ‘요양업무처리지침’을 이용하여 노동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거기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은 ‘집단민원대응지침’을 앞세워 폭력배, 산업쓰레기로 취급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조치는 노동자 건강보다 산재보험 재정 운영의 효율을 위해 휴업급여를 지출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취업요양의 두번째 전제인 작업 환경은 어떠한가.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노동강도 강화로 찌들어 있는 현장에서 골병을 얻은 산재 환자들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일도 하고 치료도 받는’ 취업요양을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근로복지공단이 이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없이 취업요양을 통보하는 것은 재해노동자의 치료권을 명백히 제한하는 것이며, 특히 사업장 내에서 취업요양에 필요한 조건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조차 짓밟는 반노동자적 폭력이다.

근무중 치료를 악용하여 건강권을 침해해왔던 공단은 이제 취업요양, 변경 축소 승인, 불승인 남발 등 직업병에 대해 보다 공세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와 재활을 받아 복귀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반노동적 근로복지공단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이제 근로복지공단은 빼앗긴 치료권과 건강권을 되찾기 위한 전국 노동자의 분노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전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아플 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2006년 3월 21일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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