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애인의 날’은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이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복지사회 구현을 국정 지표로 내걸고, 1981년부터 4월 20일을 ‘심신장애자의 날’로 지정하면서 시작되었다. 노동자계급의 메이데이와 달리 장애인의 날이 이렇듯 정치적 선전물로 출발했기에, 지난 20여 년 동안의 장애인의 날 행사는 전시행정의 표본이었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정부와 관변단체에서는 장애인들을 놀이공원과 체육관으로 불러내 온갖 친절을 베풀고, 언론에서는 인간 승리와 눈물겨운 휴먼드라마로 그들의 삶을 미화해내거나 ARS모금활동을 통해 장애인들을 돕기에 바빴던 것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이하 420투쟁)은 이렇게 정부와 관변단체가 주도했던 시혜적이고 일회적인 장애인의 날 행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대중과 함께 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 가고자하는 지향 속에서 2002년 처음 시작되었다.
이러한 420투쟁은 각개 약진의 형태로 활동하던 장애 영역별 연대체 및 사안별 공대위와의 연대, 서울과 여타 지역 장애인운동과의 연대, 장애인운동과 사회운동과의 연대라는 삼중적 의미의 연대를 실현시켜 내며, 그동안 장애인운동 있어 매우 중요한 투쟁으로 자리매김 되어 왔다. 또한 2003년에는 서울 지역을 넘어 투쟁이 전국화 되고, 2004년부터는 거점 노숙 농성을 통해 투쟁의 집중도를 높여 내었으며, 2005년에는 3월 26일 최옥란 열사의 기일에 맞춰 제1회 전국장애인대회를 조직해내는 등 계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2006년 420투쟁의 핵심 투쟁 과제
올해 역시 지난 3월 26일 광화문에서 전국의 장애인운동 주체들이 결집한 가운데 ‘장애해방열사 정신계승’ 제2회 전국장애인대회가 개최되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거쳐 5월 1일 메이데이까지 약 한달 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장애인교육지원법제정,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의 3대 투쟁 과제를 중심으로 420투쟁이 전개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문제를 동정과 시혜의 관점이 아닌 인권의 차원에서 풀어나가기 위한 법률로써 국무총리 직속의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치, 시정명령 제도·징벌적손해배상제도·입증책임의 전환 등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 수단의 마련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한다.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투쟁은 기존의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고 장애인의 기본적인 교육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77년 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은 1993년 한 차례 개정이 되었지만, 학령기 장애아동 4명중 1명만이 정규교육을 받고 있으며, 전체 장애인 중 51.6%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이러한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유치원과정과 고등학교 교육까지를 의무교육으로서 규정하고,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교육지원의 내용을 명시하며, 문구가 아닌 실질적인 통합교육(장애아동이 격리된 별도의 공간이 아닌 일반아동과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을 가능케 하는 환경과 예산의 마련을 법안의 내용으로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활동보조인서비스(PAS: Personal Assistance Service)는 일상의 다양한 활동영역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중증장애인들이 수용시설이나 집안에 갇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유료의 활동보조인을 권리로서 보장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일상의 차별과 억압, 이제는 투쟁으로 돌파한다!
420공동투쟁단은 이러한 3대 투쟁 과제 이외에도 ▲중증장애인연금제 도입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혁 ▲장애인이동권 및 편의시설 확보 ▲사회복지시설 공공성 확보 및 탈시설화 ▲장애여성의 권리 확보 ▲청각장애인의 정보 및 의사소통 접근권 확보 ▲정신지체·발달장애인등의 권리보장을 위한 성년후견인제 도입 ▲장애인문화권 확보 등의 정책요구안을 정리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의 흐름은 5.31지방선거 시기의 대응투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2006년 420투쟁의 예년과 다른 특징은, 3대 투쟁 과제들을 중심으로 한 활동 계획이 해당 투쟁체들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마련되었고, 이에 따라 3.26 전국장애인대회 이전부터 농성투쟁이 진행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을 국회의원 대다수의 압도적인 지지아래 발의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3월 13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37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하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은 장기간에 걸친 논의 과정을 거쳐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3월 20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찬이슬을 맞으며 노숙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역시 지난 3월 28일, 독자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후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에 돌입하였다.
2004년과 2005년에도 420투쟁의 집중도를 높여 내기 위한 거점농성이 진행되었고 수많은 농성투쟁을 벌여왔지만, 이번 420투쟁처럼 동시에 3곳의 농성이 진행되었던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는 장애 민중이 겪고 있는 수많은 차별과 억압의 무게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그러한 현실을 변혁해 나가기 위한 장애인운동의 성장된 역량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3대 투쟁과제를 중심으로 한 장애민중의 투쟁은 420투쟁기간에 한정되지 않고, 2006년 한해 거리를 뜨겁게 달구게 될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하고,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도화하여
장애해방, 인간해방의 길로 함께 전진하자!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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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정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