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벌처펀드)
벌처 : 대머리 독수리, 무자비한사람, 탐욕스런 사람, 남을 등쳐먹는 사람
벌처펀드: 부실기업 전문정리 회사. 부실자산을 싼값으로 사서 가치를 올린 뒤 되팔아 고수익을 내는 투자기금
정말 우리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들이다.
97년 대한민국이 IMF(국제금융기구)사태를 맞이하면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달러를 규제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무너져 버렸다. ‘외자유치만이 살 길’이라는 앙상한 논리로 정부의 규제없는 외자유치 정책이 지금의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얼마전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는 론스타(투기자본) 사건을 잘 알고 있을 것 이다.
4조 5천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세금 한 푼도 내지 않고 먹튀(먹고 튀는 자본)하려나 제동이 걸린 사건이다. 그러나 이를 어쩌나... 먹튀자본을 규제 할 수 있는 법안이 없는데 이제야 부라부라 법안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 이미 투기자본이 이익을 내는데 아무런 규제를 못하도록 합의 했는데 법안이 쉽게 만들어질까?
또다시 국민을 기망하는 정치집단의 이중성에 치가 떨린다.
금융을 넘어 제조업으로.......
투기자본은 이제 대한민국의 돈을 쥐고 국내 알짜배기 산업에까지 무분별한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다. 이미 오리온전기, 하나로 텔레콤, 쌍용자동차 등 이미 많은 기업들이 투기자본의 사냥감으로 전락한 상황을 목도 하고 있다. 이중에서 투기자본의 가장 극악한 사냥감이 되어 버린 구미의 오리온 전기를 소개 하고자 한다.
오리온전기는 1965년 11월 22일 오리온전기 창업을 시작으로 1969년 7월 국내최초로 TV용 흑백브라운관 생산 PDP, LCD모니터를 개발하는 등 대우그룹에서는 가장 알짜배기 기업이었다. 그러나 99년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기업으로 전락한다. 6,000명의 사원을 거느리고 있던 기업이 해마다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800~900명이 정든 일터를 떠나야 했고 지금은 1,300명이 남아 일터를 지키고 있다.
오리온전기 매각과정....
2002년 1월 서울보증보험을 포함한 13개 채권단이 참여 원활한 워크아웃 추진을 위한 CRV가 설립 되었고, 2002년 12월 외자/합작투자 유치를 위해 PDP사업부가 분사 되었다. 2003년 5월 30일 부채 1조 2천 2백 2십억 6천 9백만원의 빚을 지고 부도를 맞았다. 2003년 6월 OR-7, 9 LINE이 완전 드롭되었고, 다음날 6월 2일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개시신청을 하였다.
2003년 9월 24일 제1회 관계인집회 및 정리채권 조사에 계속기업가치 2,894억, 청산가치 2,425억이 산정되었다. 2004년 7월 5일 기업매각공고로 효성과 코오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였고, 8월 17일 접수마감에 입찰을 포기함으로써 유찰되었고 2004년 9월20일 2차매각 공고로 지금자본인 MP가 오리온전기를 인수하게 되었다. 2,894억짜리가 단돈 500억이라는 헐값에 넘어가게 된다.
이후, 서울보증보험의 반대로 MP 펀드들의 인수가 불투명하게 되자, 정부가 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05. 4. 8.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에서 서울보증보험등의 오리온전기 M&A 관련자들이 회의를 하였는데, 정부 인사로 참여한 박종구 경제조정관 및 김태환 재경금융심의관은 정부 입장에서는 위 고용지표를 가장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데 피고 오리온전기의 고용파급효과가 크며, 오리온전기가 OLED기술조성기업임을 감안하여 대승적 견지에서 청산보다는 MP 펀드들에게로의 기업매각을 종용하였고, MP 펀드들의 인수가 가시화된 시점부터 외교통상부 경제통상대사인 박상은이 각 정리채권기관들을 설득하며 MP 펀드들의 오리온전기 인수를 지원하였다.
1조 2천억 정리채권 대부분이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적자금으로 이를 운용하는 정리채권자들은 정책적 판단상 오리온전기가 청산되어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는 것보다는 헐값이라도 기업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인수자에게 넘기는 것이 국가 경제상 낫다는 판단이었고, 특히 MP 펀드들이 고용보장에 대하여 3년간 합의를 해 준 점을 높이 평가하여 2005. 4. 27. 관계인 집회에서 MP 펀드들의 인수를 내용으로 하는 정리계획안에 동의를 하게되었다.
그러나 MP는 인수 하자마자 PDP, OLED, CRT 사업부로 분할하고 특히 많은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CRT(TV브라운관, 자산가치 1496억원) )사업부를 자본금 1900만원인 오션링크에 분리 매각하게 되고, MP는 매각 3개월 만에 청산가치를 산정했다. 3개월 동안 무엇이 얼마나 변해 경영정상화 되고 있는 기업을 청산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단 말인가?
MP자본은 2005년10월31일 전사원이 모르게 주주3명이 모여서 청산을 결정 하였다. 노동조합의 동의나 협의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수족으로 부리던 사람들 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황에서 10분만에 청산결정을 내리게 된다.
1조 2천억의 대대적인 부채탕감과 10년간의 고통분담을 뒤로하며, 2005년 6월 14일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 종결로 부터, 10월 31일 회사의 해산으로 인한 청산절차 진행까지 5개월(139일)만에 1,300명의 사원과 협력업체를 포함한 가족 5천명은 차가운 길거리로 내 몰렸고 3년의 고용보장 약속과 회사의 미래를 위한 R&D 신규투자를 믿고, 대한민국이 나서고, 대한민국 법원과 조합원이 결정하였으나, 지키지 않을 약속을 서슴없이 하면서 사기 매각으로 끝을 맺었다.
청산결정 후 180일이 훌쩍 넘어가고 있지만 청산저지, 공장 정상화와 투기자본규제를 위해 힘차게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오리온전기 노동자들에게 끈임없는 격려와 연대를 보낸다.
정부는 투기자본을 규제하고 1.300명의 오리온 노동자들이 웃으면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지금도 어디선가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국내기업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를 촉구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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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수/금속노조 구미지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