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사의 일상적 구조조정과 노동강도강화
부산지하철의 구조조정은 어제 오늘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자본과 정부의 '효율성', '수익성'을 명분으로 전국가적 (혹은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IMF위기는 부산지하철 노동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98년부터 시작된 인력조정은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며 철저히 진행되었다. 결국 부산지하철의 경우도 1인 승무 강제시행, 외주화와 비정규직 확대, 일상적인 인력구조조정, 그리고 최근의 30분연장 등의 일상적 구조조정이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생산성향상'이라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 앞으로도 '일상적으로' 인력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먼저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일상적인 구조조정과정을 살펴보자.
1.1. 1인 승무 강제 시행
1998년 당시 부산교통공단은 일방적인 1인 승무 시행을 강행하였다. 부산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은 총파업과 33명의 구속이라는 희생을 무릎 쓰고 1인 승무 반대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2인 승무는 1인 승무로 전환되었다. 1인승무의 주된 이유는 2호선 개통시 필요한 인력충원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경비절감을 위해 인력충원 없이 1인 승무 전환을 통해서 발생하는 '여유'인원을 2호선에 투입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1인 승무'는 기존 2인이 감당해야 할 업무를 고스란히 1인이 수행함으로써 정신적, 육체적 긴장과 부담의 증가를 초래하였다.
“2인 승무 때에는 업무분담이 이루어져서 대민업무가 생기면 기관사의 명령에 의해 차장이 민원이나 사령부와의 처치가 민첩하게 되는데, 1인 승무가 되다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일들이 절대 민첩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많이 부담이 됩니다. 사람이 많이 피로할 때가 있는데 특히 새벽에 4, 5시 정도에 출근할 때 2인 승무가 될 때는 20~30%의 보조가 되는데 혼자 하니까 정상적인 컨디션에서는 100%라는 피로가 온다면, 몸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을 때는 200~300%의 피로가 옵니다.”
또한 1인 승무제로 인해 사고발생위험성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아래의 표를 통해 1인 승무제와 사고발생과의 관계에 대해서 알 수 있다.
* 표 1. 1인승무제와 2인승무제 사고율 비교
1.2. 외주화 및 비정규직 확산
부산지하철은 1인 승무 강제시행이후 3호선 개통의 과정에서 인력조정과 함께 전국에서 유일하게 구내선 승무인력을 외주화하였다. 아직까지 승무노동자에게 외주화와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표 2와 같이 차량의 중정비 외주화, 역무의 매표소 무인화와 같은 공사의 일련의 조치를 고려할 때 점차적으로 비정규직 확대와 외주화는 본격적인 문제로 진행될 가능성이 계속 존재하고 있다. 특히 기관사 면허제도 도입, 차별성과급제 도입, 자동화(FA) 등은 구조조정과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승무노동자들도 향후 고용불안의 전반적인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 표 2. 부산지하철의 아웃소싱현황
1.3. 30분 연장운행 강제시행
2005년 3호선 개통의 필요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공사에서는 일방적으로 30분 연장 운행을 실시하였다. 30분연장 운행에 대한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저항으로 1호선은 현행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2호선의 경우는 30분 연장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30분 연장으로 인해 승무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부담의 증가를 호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부산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의 운행시간이 가장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표 3. 전국지하철 운행시간 비교 및 노사합의 여부
30분 연장 운행은 30분의 노동시간 연장문제과 함께, 교번근무가 더욱 불규칙해졌고, 지하구간으로만 운행되는 2호선을 2시간이상을 계속 달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려 있기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두 바퀴 도는 게 피곤합니다. 예전에는 풀 한바퀴 돌고 쉬고 광안에서 호포역 갔다가 다시 광안역 오는 것으로 끝났는데, 지금은 풀로 2바퀴 도니까 많이 피로하죠. 그리고 제가 1호선 있다가 2호선 와서 그런지 적응이 안되는 것은 지하 구간밖에 없는 것에 적응이 되지 않는 겁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갑갑하고 무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두 사람이 있으면 의지가 되는데 혼자 있다 보니 애기할 사람도 없어요.”
“30분 운행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은 운전피로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피로 강도가 1시간 30분하던 것을 2시간 하게 되면 일이 30분 늘어난 것이 아니라 거의 제곱으로 늘어난 것이 되고, 아무래도 그렇게 되니깐 집중도도 많이 떨어진다는 거죠.”
이렇듯 1인 승무, 외주화, 30분 연장 등은 부산교통공사의 만성적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측이 선택한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이었으며, 결국 경영의 책임을 온전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승무원 편성, 거리당 운영인력, 역당운영인력을 비교할 때 현재 도시철도 운영기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인력 '효율성'(다시 말해서 인원부족과 노동강도의 강화)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나 서울 도시철도공사의 승무노동자의 경우도, 인원부족으로 인하여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인원 충원이 필요한 현재의 상황을 본다면, 부산지하철의 인력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표 4. 승무원 인원 비교
“인원 자체가 타이트하게 줄어지는 상황입니다. 예전 입사시보다 좀 더 나아져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거는 더 쪼아 들고, 하던 것도 못하게 하고 어떠한 시점에서 많이 급격히 변한 것도 있지만 그런 변화는 계속적으로 있어 왔습니다.”
2. 공사의 이데올로기 공세
부산지하철의 구조조정 역시 1998년 IMF 직후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공기업의 민영화와 인력감축에 초점을 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한 예이다. 공공부문 인력감축은 공무원을 포함해서 14만명에 달한다. 공기업, 정부 산하기관에서만 약 6만명 정도가 감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2000년 이후 인력감축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합의 저항과 사회여론이 악화되면서 기관통폐합이나 인력감축 중심에서, 운영체계와 의식개혁 등 소프트웨어적인 변화에 초점을 둔 경영혁신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고용불안을 부추기면서 노동자 내부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고 진행되었다.
부산교통공단에서 2002년부터 진행되었던 ‘자체경영평가’는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매년마다 자체 경영 평가를 통해서 성과급 지급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 인사고과(승진)에 활용, 부서 및 개인에게 포상 및 상금을 주는 등 팀별로, 개별노동자별로 경쟁을 심화시키고, 갈라치기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구조조정과정은 ‘경영혁신’과 ‘노사상생/화합’이라는 자본의 이데올로기공세와 긴밀히 연결되면서 진행되었다. 이러한 '의식화'는 노동자들의 적극적 저항을 사전에 방지하고 노동자 스스로 사측의 논리를 내면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2.1 효율성과 수익성 제일주의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개혁의 주된 목적은 공공기관의 효율적 관리와 수익성 창출에 기본목적이 있다. 부산교통공단에서도 수익성을 내기위하여 인력조정과 아웃소싱을 진행하며 시민의 안전과 지하철 노동자의 건강권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수익성을 높여 왔었다. 건설교통부 산하였던 부산교통공단이 부산시로 이관이 되면서 올해부터는 행정자치부의 관리하에 '효율성'에 대한 강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대두되는 FA(풀오토)부분에 대해서 어떤 의도든 간에 기본적인 개념은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인데 그이외의 부분을 가지고 승객의 안전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즉 간접자본이나 국가적인 경제성을 따져서...우리 기관사들이 그런 부분을 많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FA는 무인화를 위한 과정인데 풀오토를 하려고 하면 말그대로 사람이 없어도 된다는 개념이 생기다 보니 사람 자체가 열차에서 없다면 지금 현재 사람이 있어도 문제가 많이 생기는데 너무 위험한 발상이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2.2 노동자 내부경쟁 강화; 부당전보 강제 시행과 차별성과급
30분 연장과 3호선 인력개편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힌 공단에서는 50여명의 조합원에 대하여 부당전보를 시행하였다. 불규칙한 교번근무로 인한 출퇴근 시간의 변동이 있는 승무노동자에게는 특히, 새벽근무나 저녁출근을 할 경우 집과 가까운 곳으로 발령을 받아야만 시간에 맞게 출퇴근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집과 가장 먼 곳으로 발령을 받는다는 것은 곧 정신적, 육체적 부담의 증가를 의미한다. 게다가 부당전보 강제시행은 해당 노동자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영향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이 부당전보를 통한 노동조합 길들이기와 현장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공단과 노동조합이 어느 정도 정리를 해서 다시 원위치로 돌아간 상태이지만, 부당전보의 '효과'는 앞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일단은 기관사는 새벽근무가 많다보니 출근시간이 가까운 곳으로 발령이 되어야 합니다. 출근시간이 가까울수록 기관사에게는 부담이 적죠. 얼마 전에 있었던 인사는 정말 쪼잔한 처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기본은 지켜져야 안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진급관계겠죠. 진급이 돈이다 보니 돈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거죠. 진급은 공사에 조금 우호적인 사람은 진급을 주고 하니까 파벌이 생겨서 조합원들간에 분열도 생기고 그렇습니다.”
2002년부터 실시한 ‘자체경영평가’와 함께 차별성과급 역시 노동자들의 내부경쟁과 분열을 유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결국 '성과에 따라' 임금수준을 달리하면서, 인사고과를 통한 승진과 포상제도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엿보인다. [부산교통공단 경영진단 및 발전방안 최종보고서(2005. 8)]를 통해서 사측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최종보고서]는 ‘조직・인력진단 및 자산재평가를 통하여 부산광역시 이관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한 합리적인 정책방향 설정’를 주된 목적으로 시행하였다. 결과적으로 조직구조, 인력규모, 노사관리, 임금관리, 열차지연, 안전관리, 아웃소싱 등 경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으며, 진단의견으로 ‘경영혁신과 경영합리화를 구현하기 위해서 ㉠조직의 개편(하드웨어적 변화) ㉡인력구성원의 능력 향상(소프트웨어적 변화) ㉢변화에 대한 직원의 동참 등을 요구하고 최종적으로 중단없는 경영혁신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즉 인력조정 및 부서의 재개편과 노사협력적 노동자 참여 등을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의 일상적 구조조정 공세의 두 축인 '인력조정 및 재배치', 그리고 이를 노동자 스스로 인정하도록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부산지하철공사에서 시행한 일상적인 구조조정의 일방적인 시행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라는 승무노동자들의 패배감을 증폭시켰다. 이것은 노사관계에서 지하철 공사의 현장통제력 확대와 함께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감 저하로 나타났다 특히 30분 연장 반대투쟁과 3호선 개통과정에서 노동조합의 대응 실패는 공단이 시행사안에 대한 양보교섭이라도 해서 얻을 것을 얻고, 줄 것은 주자는 분위기가 승무노동자에게 만연하게 되는 등 공단의 장악력 확대와 연결이 되었다. 게다가 개별 노동자의 부당전보는 활동가들의 활동입지마저 줄어들게 만들었다.
. 이러한 노사간의 힘의 불균형은 노동강도 강화와 함께, 노동자 건강손상 및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승무노동자의 건강권과 이와 관련된 노동강도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림 1. 승무노동자 노동강도강화 흐름도
이제 승무지부 노동자들이 바꾸어나가야 할 지점과 대략의 원칙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3. 건강한 노동을 위한 노동조건과 사상사고 예방 및 복귀프로그램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건강은 '각 개인의 건강을 최고 수준으로 향유함은 민족, 종교, 정치의 이념, 경제사회적 상태를 초월해서 누구나 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즉, 건강이란 '주어진 것이 아니고 쟁취하는 것이며 또 이를 위한 활동을 뒷받침 할 여러 조건은 국가적 책임에 의해서 정비되어야 한다'. 세계인권선언(1948)에서도 '인간은 누구나 날 적부터 건강을 향유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사회는 이러한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건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유해물질과 유해환경 등 다양한 유해요인들을 없애거나 최소한 노출수준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직무스트레스의 영역을 법, 제도,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을 한다면 '노동강도'와 건강권의 의미는 온전해 질 것이다. 그리고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사회적 권리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승무노동자들의 건강유해요인들을 중심으로 이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3.1 건강손상의 근본원인인 노동강도강화의 원인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1) 2인 승무가 필요하다.
1인 승무는 2인 승무에 비해 승무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와 긴장을 높인다. 그리고 승무노동자의 건강손상은 노동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시민안전과 연관되는 문제이다. 효율성과 경제성에만 근거한 1인 승무의 문제를 극복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2인 승무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 사상사고의 발생과 복귀시 더 큰 사고의 예방과 노동자의 적절한 복귀를 위해 운행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기간만이라도 2인 승무가 가능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2) 운행시간 30분 연장을 되돌리고, 하루 운행시간을 단축해야한다
30분 연장근무로 증가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원상태로 돌리기 위해서 운전시간을 '심각한 피로를 느끼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부산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은 적정운행시간으로 1호선의 경우는 적정운행시간 4시간 10분(현재 운행시간에서 20분 단축), 2호선의 경우는 4시간 30분(현재 운행시간에서 40분 단축)을 이야기 하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30분 연장운행을 되돌리고, 더불어 1일 운전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3) 교번제의 개선 및 연간 휴일수의 확대가 필요하다.
본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교번제는, 특히 새벽출근의 경우, 승무노동자의 수면장애, 소화기질환, 그리고 타액코티솔과 심박변이 등에 악영향을 주었다. 다양한 건강장애를 유발하는 불규칙한 교번제를 개선해야 한다. 개선의 기준은 ‘건강한 노동’이 되어야 할 것이며, 구체적인 개선안은 휴일수의 확대와 함께 선진외국의 사례에 대한 검토를 통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4) 승무지부 정신건강관련 임시건진 실시가 필요하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승무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적절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하의 어두운 환경, 1인 승무의 고립, 사상사고의 위험 등 여러 가지 정신건강관련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일차적으로는 승무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임시건강진단을 공식적으로 진행하고, 결과에 근거해 개인적 그리고 집단적인 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하여야 한다. 그리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정신질환의 체계적 관리와 업무를 위해 외부전문기관의 관리프로그램의 도입, 그리고 산재 등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5) 근본적인 사상사고 대책마련 및 사고기관사의 복귀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사상사고로 인한 승무노동자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많은 영향을 고려할 때, 게다가 승무노동자의 사상사고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을 고려할 때 체계적인 치료 및 복귀프로그램의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외부 기관의 전문의사에 의한 상담 및 복귀프로그램'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필요성에 근거하여 사상사고운전자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신속히 복귀가 가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 여기에 근본적으로는 근본적으로 사상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는 스크린도어 설치 등 공학적 대책을 마련하고, 응급상황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역구내 승강장 역무원 배치, 사상사고에 대한 교육 및 훈련 등 다양한 행정적 조치 역시 따라야 할 것이다.
3.2 사상사고의 예방 및 복귀프로그램
사상사고로 인한 승무노동자가 경험하는 충격은 사상희생자가 겪는 '정신적 외상'의 수준과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뼈가 부러졌을 때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고이후 승무노동자에 대한 '정신적 응급처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적극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노동조합과 회사, 노동자 스스로 복귀프로그램의 과정의 이해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3.3 사고발생후의 치료와 복귀과정의 원칙
1) 초기 개입이 필수적이다. 가능한 사고운전자가 아직 현장에 있을 때 사고 현장에 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뼈가 부러졌을 때 응급처치가 필요한 것처럼, 정신적인 응급 치료가 필요하며, 적절한 조치는 피해를 줄여주고 완치의 가능성을 향상시킨다.
2) 사고운전자는 사고에 대해 거의 대부분 죄책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죄책감을 더 강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한다. 특히 기차에 대해 책임을 가지도록 하는 훈련프로그램에 의해 상당부분 강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동자의 건강과 적절한 예방을 위한 내용들이 교육/훈련프로그램에 체계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3) 복귀프로그램의 참여는 의무적이어야 한다. 사상사고후의 사고운전자의 심리상태나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고려할 때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하다. 기술적으로는 사고운전자가 의사나 다른 전문가들을 보지 않도록 원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추적관찰을 위해 그 다음날에 만나도록 개인적인 약속을 반드시 하여야 한다.
4) 사상사고이후의 불안과 우울, 악몽, 수면장애 등은 정상적인 급성 스트레스 반응임을 분명히 인식키고, 운전자가 '정상적인 반응'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주위 동료나 회사에서 사상사고이후 “괜찮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괜찮은 것이다.”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고운전자가 솔직히 자신의 충격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자살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들이며, 운전 미숙이나 부주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급정차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기차를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차가 운전자를 운전하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체계적인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업무복귀를 위해서는 약 1년간의 체계적인 관리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최소한 4번, ① 사고 후 즉각적으로 (가능한 24시간 이내에) ② 작업복귀시 ③사후검토(inquest)나 내부 요구(inquiry)전 (3-6개월) ④ 1년 된 시점의 복귀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상담은 인사청문회가 아닌, 사상사고를 경험한 승무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위한 것이며, 개인을 포함한 심리학적 치료를 제공해야한다.
7) 복귀의 과정은 점진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2인 승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적절한 복귀를 위해서는 요양과 복귀과정이 일방적인 취업제한이나 배치전환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결코 안되며, 사고운전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사상노동자에 대한 요양과 복귀프로그램은 사고발생 자체에 대한 예방대책과일단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피해자의 생명을 보존하고 부상이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권고될 수 있는 공학적, 행정적 예방대책은 다음과 같다.
1) 시민의 선로진입/접근의 감소대책
▷ 가장 좋은 방법은 스크린 도어의 마련이다. 최소한 열차진입지점의 절반이라도 먼저 설치하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
▷ 터널쪽 끝(특히 열차진입부)에 장벽(Ramp) 혹은 핸드레일을 설치하여 승객의 접근을 막는 방법이 고려되어야 한다.
2) 역무에서 순찰감시의 활성화
▷ 역무에서 이용가능 한 CCTV의 설치 등을 통해 이상행동자에 대한 감시를 미리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 선로와의 간격이 좁은 경우에는 경계표시(Edge marking)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승객스스로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열차진입 쪽 터널윗벽에 CCTV의 설치가 필요하다.
▷ 신속한 도움요청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수의 긴급전화기를 적합한 위치에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 예방을 위해 자살시도자의 행동특성 등에 대해 승무 및 역무노동자 및 스태프에 대한 교육과 함께 역무순찰과 감시를 위한 인력의 확보가 필요하다.
3) 응급정차의 활성
▷ 운전석에서 플랫폼을 볼 수 있는 모니터 설치하여 자살시도자 등 이상행동승객이 있을 때 미리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한다.
▷ 역무원이 플랫폼에서 기차를 정지시킬 수 있는 장치설비를 한다.
▷ 역사에 들어올 때 열차의 진입속도를 미리 감소시킨다.
4) 손상의 감소
▷ 일단 자살을 시도한 경우에도 자살시도자가 이를 피하기 위한 대피공간을 마련한다.
▷ 기관차 앞에 에어백 등을 설치하여 자살시도자의 충격을 최소화한다.
▷ 적절한 대피공간이 존재하는 경우, 방어용 스커트를 설치하여 사고자의 사망이나 부상정도를 최소화한다.
▷ 사고발생시 응급조치를 위한 체계를 만든다. 특히, 사고운전자가 직접 사상자를 처리하거나 현장을 자세히 목격하는 것은 정신적 충격을 증가시킬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배제하여야 한다.
3.4. 직무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원칙적 대응
직무스트레스를 직무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접근에서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무조건 심한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정신과적 증상과 질병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우울증상은 일시적으로 지나갈 수도 있는 '증상'이다. 그러나 '우울증' 또는 '주요우울증'이라는 질병은 심각한 정도와 치료방법에 따라 달리 접근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승무노동자의 사상사고 이후의 일시적인 불안, 우울, 불면 등의 증상역시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일차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인체반응이라는 점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장내 스트레스의 해결을 위해서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가져야 할 기본원칙을 알아보자.
3.5. 노동조합은 반드시
● 직무스트레스가 노동강도와 관련된 것이며, 인력 및 노동시간, 노동조건 등의 노동환경 개선을 통해 직무스트레스의 근본적 원인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으로 최우선으로 하여야 한다.
● 조합원에게 스트레스가 무엇이고, 스트레스의 원인과 건강영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문제해결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한다.
●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문제의 범위를 확인하고 가능한 고위험군을 밝히기 위한 연구/현장실사와 개선개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주도하에 직무스트레스 위험도 평가가 수행되도록 확인을 하고, 회사로 하여금 문제해결의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도록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현장을 개선하여야 한다.
● 보건과 안전문제는 사업주의 의무임을 상기시키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작업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요구하여야 한다.
● 어려운 경우를 다룰 때는 전임상근자, 경험이 있는 대표, 외부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현장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3.6.. 정신건강권 확보를 위해서 노동자는.
● 직무스트레스의 근본원인이 인력, 노동시간, 교대작업, 조직의 변화, 직무불안정, 임금 등 노동강도와 관련한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증상(불안, 우울, 수면장애, 소화불량 등)은 예방가능한 직업성 질환이고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증상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 노동조합 간부나 친한 동료 등에게 정신증상이나, 스트레스 유발요인(상황 및 원인)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당신 주위에 비슷한 문제를 가진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동일한 구조적 원인에 의해 야기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전문적인 인력이 있거나 독립적인 상담이 가능하다면 상담할 수 있는 적절한 상대나 전문 상담기관을 통한 전문적인 조언을 찾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노동조건 등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주나 노동조합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내에 스트레스 정책이 존재하여 문제를 드러내는 데 각종 불이익 등 장애가 없다면 스트레스 해결은 더욱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4. 마치며
지하환경, 교대제, 사상사고, 구조조정 등은 승무노동자가 처해있는 구체적인 노동조건(환경)이다. 그리고 승무노동자들은 이러한 노동환경에서 삶을 살아가고 안타깝게도 건강이 아닌 '질병'을 얻어간다. 근본원인은 효율성과 생산성이 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에 우선하여 모든 정책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지하철은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수익성과 효율성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리고 노동자 건강을 위한 노동조건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 건강을 먼저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과 내용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하철의 공공성과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정부나 공사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람으로써 해결될 수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이미 궤도사업장 전체의 중요이슈로 '공공성'을 이야기 하고 있듯이 노동자 건강권 역시 강력히 주장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주장이 '추상화된 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의 힘을 모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승무노동자의 요구를 수렴하는 절차를 통해서 일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출발점을 대안토론을 통해 나타난 아래의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상사고, 부당전보, 지하환경, 교번제, 구조조정, 유해물질 등의 해결은 현실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수렴하고 요구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조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행동속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래에 그 출발점과 답이 있다. 작은 것 그러나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 대안토론에서의 조합원 요구
- 운전실 산소발생기 설치하여 졸음방지
- 사상사고 위로휴가 확대, 사상사고 진단서 통해 관례화시키기
- 터널내 연마차 작업후 미세먼지, 분진해결
- 호선간 또는 소내 부당전보 금지했으면! 특히 주거지 배려한 근무지 발령했으면 함.
- 운행중 사고발생시 단시간 처리에 대한 부담감
- 기관사들의 정신건강검사를 분기별 정기화하자
- 사상사고, 전보, 전동차 소음 등으로 스트레스 발생
- 공단내 스크린 도어 설치 등 방지책 요구바람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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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 한노보연 부산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