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6/7월/특집1] ‘제대로’점검하고 투쟁의 지표가 되게 하자



1. 실태를 보자 하니

토론회에서 점검된 실태는 도시철도 정신직업병 요양자의 치료와 복귀, 대한이연의 근골격계 직업병 요양자의 치료와 복귀, 마지막으로 주로 대사업장에서 진행되는 사내치료복귀 프로그램에 이었다.

도시철도의 경우 2003년 두 승무노동자(기관사)의 자살로 인해 신경정신질환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2006년 현재까지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투쟁의 과정에서 요양자모임을 조직하여 안정적 치료와 개별화를 일정하게 방지하기도 하였다. 정신직업병 요양자의 문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안전적이고 안정적인 복귀로 지적되었다.
기관사업무는 사상사고 혹은 이와 유사한 스트레스, 전 구간 지하터널 속에서 운전해야하는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일하게 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발생되는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나 기타 정신직업병은 치료를 하였더라도 복귀 후에 상황이 변하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지하철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양자를 건강하게 복귀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제하기 위한 도시철도공사의 태도에 있다. 복귀하여 건강하게 일하게 하는 부단한 노력은커녕 사실상 전직만을 고집하는 운영 실태는 요양자에게 커다란 시련일 수밖에 없으며, 전체 노동환경개선(1인 승무의 철폐, 개인별 운행시간 단축, 정신보건에 관한 체계적인 예방 및 지원 시스템, 관련 작업환경의 개선)의 장애물임을 확인하였다.

대한이연의 경우 조합원 220명중 2003년 13명, 2004년 7명, 2005년 9명의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자가 발생했지만, 퇴직자 3명을 제외하고 증상 호전자는 11명이고, 나머지는 재요양, 병가 등으로 치료를 받았고, 현재도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발표자는 이렇게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먼저 심리적인 부담을 지적하고 있다.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회사의 보이지 않는 압력 또한 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아 장기 치료를 우려하여 대부분 3개월 내에 복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복귀를 하면 재요양 나가기를 꺼려한다. 그간 재요양 나간 작업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나가서 치료를 받아도 큰 호전이 없고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양을 나갔을 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치료를 해야 한다. 현재 요양은 물리치료 중심의 치료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재활치료와 증상에 맞는 운동치료를 병행해야만 증상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였다. 한편 2003년 이후 300여 가지의 작업개선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환자는 발생하고 만족할 만한 노동환경를 이루어 내지는 못했다하였다.

대한이연이 금속사업장의 문제를 대표한다 할 수 없겠으나, 대부분은 같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숱한 노력으로 요양을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이후 치료라는 것이 별반 없고, 다시 복귀한 사업장의 인식과 환경의 변화가 미미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뭉뜽그려 여전히 ‘문제’로만 놓아둔다면 곤란하다. 이번의 대한이연의 발표와 같이 요양자의 질환과 원인, 요양기간 그리고 이후의 상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나아가 유해요인의 제거와 재요양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제대된 치료와 복귀를 요구하는 근거를 확보하고, 규명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 등으로 불거진 문제의 대안으로 시행되는 대사업장에서의 사내요양복귀프로그램의 실태를 점검하였다. 발표자는 실태에 핵심은 현장 작업자의 자주성과 자유성이 제한되고 재해의 원인 등이 사실상 은폐되는 것이 조직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업자의 필요에 따른 의료의 접근성 문제나, 적절한 사내 복귀 프로그램의 긍정성은 자본의 통제로 인해 빛이 바래고, 노동자 건강의 문제는 노동자가 스스로 투쟁하는 노동환경의 개선 문제가 아닌 자본의 관리 능력으로 전환 된 것을 비판하였다. 이것은 이윤을 중심으로 하는 작업장 통제의 또 다른 기제 일뿐 실제로 노동자건강과 나아가 노동자 운동의 자주성과는 무관한 것임을 역설하였다.


2. 실태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발표한 실태는 현재의 문제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지난 투쟁의 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투쟁이 없었다면 오늘의 실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의 작용이 현재의 반작용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문제는 실태를 점검함으로써 우리의 또 다른 작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우선 앞서 토론회의 취지와 같이 총합적이고 총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요양, 재활, 복귀의 단계와 시점에서 마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 있다. 이것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로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확보하고 확인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사업장에서 만이 아는 실태, 뭉뚱그려진 실태 이런 것은 오히려 백해무익하다. 해당 사업장의 실태는 전체가 공유해야 하고, ‘문제가 많다’식의 점검이 아니라 ‘이지점에서의 문제는 이것이며, 결정적인 장해물은 이런 것이다’라는 구체적이고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 셋째로 자본의 의도와 행태를 구체적으로 폭로하는 것이다. ‘치료와 복귀에서 자본의 통제는 문제다’라는 추상적 언명은 구체적 폐해를 폭로함으로써 설득력을 갖는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확인 없이 해당 사업자의 노동자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선뜻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2002년 근골격계 직업병을 필두로 하여 그야말로 들불과 같이 일어났던 투쟁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일상과 구체가 폭로되어져한다. 실태가 실태로 끝나지 않고 투쟁의 지표로 기능할 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덧붙이는 말

한노보연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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