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병원 간호사 자살, 백혈병환자 잇따라
최근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노동강도 심화되고 자본의 현장통제가 강화됨에 따라 노동자들이 자살하거나, 직업병에 걸리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전남대 화순병원에서는 같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같은 수술장에서 근무하던 故 전지영, 김남희 간호사가 병원의 비인격적인 대우와 쥐어짜기식 노무관리로 인해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는 호남지역 최고의 의료시설을 갖추고, 의료기관평가 1위를 자랑하는 전남대병원이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폭력적인 현장통제로 유지되어 왔음을 뜻한다. 그러나 전남대병원에서는 두 간호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 근무조건 개선에 대한 책임있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실정으로 제 2, 3의 간호사 죽음이 뒤따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6월 19일부터 故 전지영 간호사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에 보상청구와 함께 명예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유가족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한편 여수·광양지역 산업단지에서는 백혈병, 폐암 등 화학유해물질 노출에 의한 업무상 질병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05년 산재로 인정된 백혈병이 4건이며, 올해에는 민주노총 광전지역본부에 보고된 것만 해도 현재 4건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들이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라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광주지방노동청여수지청에서는 6월 13일 여수산단 및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비롯한 관내 사업장 전반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건설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직업병연구센터)에 역학조사를 의뢰하고 6월 1일부터 1년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요양중단이 남발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안하무인, 반노동자적인 횡포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노동부 직업상담원 노동자가 경추· 요추의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지난해 12월에 산재요양신청을 제출하였으나 법에 따라 7일로 규정되어 있는 산재처리기간을 무시한 채 5개월여를 끌더니 결국에는 규정에도 없는 ‘요양신청반려’를 하였다.
그리고 뇌심혈계 직업병으로 쓰러진 버스노동자에게 개최하지도 않은 자문의사협의회를 서류상으로 조작하여 산재노동자를 불승인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급기야 무분별한 불승인 남발에 처리에 참다못해 항의하는 금호타이어 노동자에게는 “아이고, 원래는 서류에 ‘승인’을 쳐야하는데, ‘불(不)’승인을 입력했네요…”하며 그 자리에서 판정을 번복하는 웃지못할 코미디를 자행했다.
갈 때까지 간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의 탁상행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요양업무 처리규정, 근골격계 인정기준 처리지침, 과격집단민원 대응지침’이라는 3대 독소지침으로 불승인 남발, 병명 중 일부승인, 강제요양종결 등 산재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재노동자의 요양, 치료, 재활, 원활한 작업복귀에 힘써야 할 근로복지공단은 법적 강제력도 없는 업무처리지침으로 무장한 채 산재보상보험법은 있으나 마나한 휴지조각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안법, 산재보험제도 개악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 열려
광주전남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직업병이 늘어나고 있어도 노동부는 갈수록 노동자들의 치료받을 권리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일할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광전지부에서는 6월 29일, 산안법과 산재보험제도 개악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확대하라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는 노동자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광주지방노동청에서 진행되었다. 대회사에 나선 민주노총 지역본부 정희성 본부장은 “80년에 우리는 전두환을 학살자정권, 독재정권이라고 했지만 2006년 오늘에는 현장에서 노동재해로 노동자를 죽이는 노무현이 바로 학살자가 아니겠냐”며 규탄하였다.
이어 투쟁발언에 나선 공공연맹 광주전남공공서비스노조 전욱위원장은 “노동부의 산재보험제도 개악의 핵심은 개별실적요율제로 산재다발사업장에 보험료를 차등 인상시키겠다는 것은 중소·영세· 비정규직 사업장의 산재은폐와 노동자 대량해고를 낳고, 결국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치료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법제도 개악에 앞장서는 노동부를 질타했다.
행사 내내 노동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던 전남대병원 故 전지영 간호사의 어머니는 딸의 넋을 달래는 살풀이가 이어지자 울음을 참지 못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었다. 또한 경남지역에서 50명의 금속노조합원과 마창산추련 회원들이 참석하여 영호남 노동자의 돈독한 연대의 우정을 과시하였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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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진 / 광주노동보건연대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