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도시철도공사 수색 승무지부 앞에서는 고 서민권, 임채수 동지 사망 3주기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기관사들이 공황장애, 불안장애, 적응장애, 우울장애 등 각종 신경정신과적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던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고 홀로 고통받고 힘겹게 싸우시다 끝내 우리곁을 떠난 기관사 두분을 기리기 위하여 승무본부, 도철 해고자 복직 투쟁위원회, 노동보건 단체의 동지들이 함께 한 자리였다.
병명도 생소한 공황장애는 이유없이 불안이 극도로 심해지며, 숨이 막히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죽을 것 같은 극도의 긴장과 미쳐버릴 것 같은 공포감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기관사에게 공황장애는 잦은 사고와 승객수송에 대한 모든 판단을 혼자서 해야 하는 1인승무의 압박감, 하루 평균 다섯시간의 장시간 지하운행, 복잡한 근무시간에서 오는 생활의 불규칙성, 초단위로 지켜야 하는 운행시간, 절대적인 업무량의 증가와 사측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직업병이다.
2003년 고 서민권 기관사를 시작으로 고 임채수 기관사가 공황장애의 고통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고, 2005년에는 공황장애 증상으로 두 명의 기관사가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그 자리에서 병원으로 실려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음에도 산재 불승인으로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다. 또 2006년 7월에는 두명의 기관사가 열차업무 중 갑작스런 공황장애가 발병되어 긴급히 교대하는 일이 발생하였고, 한명의 기관사는 현재 우울장애로 휴직한 상태이다.
2003년 이후 도시철도내의 공개적인 유소견자 29명중 직업병을 인정받은 기관사는 10명뿐이며, 기관사 3인이 투쟁중이고, 고인이 되신 임채수 기관사는 아직도 직업병 인정조차 받지 못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2년전 합의한 건강검진을 아직도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유소견자들에게‘전직 희망자에 한해 전직 가능하다’는 합의 이외에 아무런 근본적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자해소를 위하여 열차운행횟수를 줄이고, 인력충원은 안하고 구조조정만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상사고 방지를 위한 스크린 도어는 예산을 이유로 승장장 펜스 설치로 변경시키기까지 하였다.
또한 기관사 면허제가 시행됨에 따라 이제 공사는 기관사 면허만 있으면 외주업체에 취직한 기관사를 고용하여 현재의 정규직들을 파견직으로 바꿀 구조 조정도 계획하고 있다. 노동자의 목숨이나 승객의 안전은 뒷전이고 오로지 이윤과 돈벌이만이 목적인 것이다.
또한 근로복지 공단은 사상사고 경험을 공황장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 사상사고가 없으면 산재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불승인을 남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산재 신청시 사업주가 이의를 제기하면 산재를 유보하겠다는 안까지 현재 노사정위에서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투쟁발언에 나선 승무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 윤성호 동지는“기관사 면허제의 독소 조항을 폐기하고 2인승무를 법제화하기 위한 ‘철도 안전법 개정’투쟁을 준비중이며, 기관사들의 노동환경을 바꾸어내는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며 향후 투쟁과제를 밝혔다.
운전시간 단축과 2인 승무 쟁취, 현장통제 분쇄 등 직업병유발의 근본적인 원인인 노동환경을 바꿔내고 건강권 쟁취투쟁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기관사 건강권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