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노동부와 경총 주도의 산재법 개정논의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아프면 누구나 치료받고, 또 제대로 치료 받는 것”에 개정의 핵심이 있지 않고, 부실한 산재보험 재정의 건실화를 위해 재정의 지출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 보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재보험 재정으로부터 돈이 새는 것을 막아보기 위하여 근골격계질환을 포함한 산재승인의 장벽을 높이 올려 산재요양으로의 진입을 최대한 막아보고, 진입된 요양에 대해서는 가능한 빨리 요양치료를 끝내게 하는 것이 현재 노사정위에서 논의되는 산재법 개정의 주된 방향으로 판단된다. 골병든 산재노동자가 제대로 된 요양치료를 받든, 안받든 말이다.
이런 노동부와 경총의 움직임은 2003년부터 준비되어 온 것이다.
2003년 상반기동안만 해도 전국각지에서 이어진 집단요양투쟁과 산재승인 쟁취의 성과가 전국적으로 퍼져가며 새로운 투쟁을 재생산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었다. 당연히 자본은 이런 투쟁의 폭발력을 잠재우고 집단산재승인이라는 투쟁의 성과를 경험한 노동자들이 노동강도강화 저지를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다. 이를 위해 자본은 2003년 5월 경총내에 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신설하여 조직적으로 산재보험을 건드리기 시작하였고, 정부 역시 근골격계 법제화를 통해 근골격계의 문제를 제도적 틀내에서 관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 10월과 12월, 근로복지공단은 각각 ‘근골격계 인정기준 처리지침’과 ‘요양업무 처리지침’을 만들어, 대놓고 산재노동자를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는 초법적인 이른바 ‘공단의 3대독소내부규정’에 의하여 무분별하고 근거없는 산재 불승인과 요양 강제종결 조치가 속출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와 요구마저 ‘과격집단민원대응지침’이란 초법적 공단내부규정으로 범죄자 취급하며 탄압을 일삼았다.
2005년에 이르러 전국 각지에서는 이러한 공단의 폭력행정과 3대독소규정폐기를 요구하는 대공단투쟁이 가열차게 전개되었으나, 자본과 정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급기야 올해 10월 산재법 개악을 통해 3대독소규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노동자건강권 투쟁의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
9월호 일터 특집에서는 공단이 산재법 개악에 앞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일선에서 어떻게 산재환자를 통제, 억압하는지 알아보고, 지난 1년간의 대공단투쟁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향후 산재법개악 저지투쟁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