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6/9월/현장의 목소리] 마창산추련을 다녀와서

그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부산을 출발할 때 약간 흐렸던 날씨가 창원에 도착하니 갑자기 거센 바람과 함께 한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사실 나도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이하 산추련) 회원이자 운영위원이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같이 해오지 못했는데 산추련 활동이 아닌 연구소 일로 오게 되어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바깥의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추련 사무실의 공기는 매우 후덥지근하게 느껴졌다.

산추련과의 인터뷰는 백형일 대표, 심소보 전대표, 이은주 사무국장, 김병훈 사무차장과 함께 진행을 하였다.
사실 평소 너무나 잘 아는 사이라 인터뷰란 형식으로 서로의 얼굴을 접하니 처음에는 서로가 익숙하지 않아서 한순간 어색함이 감돌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은주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해서 곧 이런저런 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날씨 흐림......


처음에는 최근의 산추련 근황 및 활동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먼저 지난 8월 20일에 산추련 야유회를 창원 성주사의 한 음식점에서 약 20여명 이상이 참가하여 맛있는 백숙과 함께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를 가졌다. 필자도 그 때 참가했었는데 노동조합 간부에서 현장활동가, 산재노동자와 가족들까지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도 많아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면 원래 계곡에 가서 발담그고 막걸리 한 잔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야유회 전의 태풍 때문에 그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얼마전 통일중공업 조합원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였을 때 병사로 사망한 건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하지 않는다며 거부하는 노동부 감독관 2명에게 따지고 설득하여 사업장에 들어가서 현장조사를 한 적도 있다고 하며, 포항 건설노동자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현재 산추련은 팀형태로 운영이 된다. 3개팀이 있는데 교육편집팀, 조직강화팀, 노동보건팀이 그것이다.
교육편집팀은 팀원들이 현장활동가들이 주축인데 현장에서 교대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 모임을 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산추련 회지를 확대 개편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의 노동운동을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강좌를 9월부터 운영을 하려고 하고 있다.
조직강화팀은 산추련 조직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팀으로 그동안 실천학교를 책임지고 맡으면서 지역에서 활동가를 발굴하는데 애를 써왔다. 올해는 노동보건팀과 같이 10기 실천학교를 개최하면서 지속적인 성과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활동가를 발굴을 많이 하였지만 이 활동가들이 활동을 고민하게 되면서 기존의 조합운동의 틀속에 매이게 되면서 고민을 확장시키고 자기중심성을 가지게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노동보건팀은 사업장의 산안간부와 활동가가 주축이 되어 이루어진 팀인데 그동안 오랜 진통 끝에 활동사례집을 발간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고 최근 팀원의 변화가 많아서 조직을 재정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활동이 보람되고 행복하려면.....


산추련의 각 팀 얘기를 하면서 각 팀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노동운동의 전반적인 침체가 산추련 조직의 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나하는 분석이 많았다. 이렇게 팀활동이 정체되어 있으므로 인해 현장의 고민이 산추련을 통해 소통되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지 않다고 하였다. 물론 산추련이 과연 운동단체로서 현장의 문제점과 고민을 받아안을 수 있는 조직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역에서 현재 민주노총이나 금속이 현장의 고민과 문제점을 받아안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일견 운동단체로서는 당연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지역의 노동단체로서는 쉽게 가지기 어려운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는 쉽게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데 노동조합 및 조직에 기대어 고민하는 것이 보통인데 직접적인 현장 결합의 문제를 활동내용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마도 산추련 조직이 15년의 기나긴 역사동안에 현장을 중심으로 기반을 다져왔고 현재의 각 팀원들도 모두 현장노동자로서 구성이 되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다른 노동단체와 구별되는 점이자 산추련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심소보 전 대표와 이은주 사무국장은 점점 회원 및 활동가들이 전체적으로 전망이 보이지 않는 속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자기방식으로 찾아나가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당위만으로는 안되고 활동에서도 보람과 행복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에는 그것이 잘 안되었다고 토로하였다. 회원들한테 산추련은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인터뷰 도중 산추련 사무실에 비치된 다양한 내용의 비디오와 서적의 대출실적이 증가하고 사무국장이 귀띰을 해주었는데 산추련이 회원들에게 일로서만 다가오는 모습이 아니라 편하고 쉽게 사무실을 일상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커가는 모습처럼 보여 흐믓한 생각이 들었다.


강줄기를 바꾸자!!!


산추련은 현재 단기적 전망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구하고 있다. 산추련은 그동안 외형적으로 성장을 하여왔고 회원들의 CMS 회비 납부가 정착되면서 재정적인 안정도 가져오는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산추련 운동이 위기가 아닌가 하는 판단이 존재하여 왔고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줄곧 고민하여 왔다.
그 고민의 큰 줄기는 정규직, 지역, 금속 등의 틀을 넘어서서 활동을 하자는 방향이다. 즉 그동안 조직된 노동자, 노동조합, 금속노조와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여 왔지만 그 성과들이 별로 남지 못하였다는 판단이 드는 듯 하였다. 실제로 2004년에 지역에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진행할 때 전문가와 조합간부, 현장활동가들로 구성된 지역조사단을 꾸려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진행하여 전국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후 각 사업장에서 지역조사단의 성과를 힘있는 투쟁으로 현장을 개선하지 못한 채 노사가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사망사고나 비정규직의 사고가 있을 때 정규직 노동자들의 태도에 많은 실망도 존재하여 왔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누구나 중요하다는 얘기는 하지만 그것을 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틀에만 의지해서 풀기에는 아직 산적한 과제가 많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추련은 독자적인 비정규직 사업을 작년부터 고민을 해왔다고 한다. 작년 총회때부터 비정규직 사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고 올해부터는 여러 실천적인 방법으로 비정규직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간병인들, 폐가전 재활용일 등을 하는 자활후견기관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산추련은 금속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금속외의 사업장과의 사업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화물연대와 산추련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실천학교를 열어내는 방안으로 접촉하였는데 화물연대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와 일상적인 실천활동이 없는 상태라서 9월달에 교육을 1회정도 배치하는 것으로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산추련은 또한 지역운동에서 고민의 내용을 확장하고 풍부히 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즉 틀에 박히 고민과 실천이 아닌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여 그에 대한 인식을 지역에서 공유하여 논의를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하려하고 있었다.
그동안 한달에 한번씩 쟁점토론회를 개최했었는데 근로복지공단 자문의 문제, 현재 대기업 사업장에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근골격계 사업장 관리 프로그램 문제, 근골격계 재활 프로그램 등으로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응 및 바람직한 대안 등을 찾고자 노력하여 왔다고 한다. 그리고 노동보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에 관한 간담회를 개최하여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기회를 박탈 내지는 변화를 기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 대응을 미리 준비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내일은 맑을 예정!!!


끝으로 산추련 조직의 장기적인 전망에 관한 질문을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생협이나 노동자병원에 관한 산추련의 얘기가 듣고 싶어서였다. 왜냐하면 창원지역에서 산업의학 의사가 병원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과거부터 노동자병원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는데 오히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정적인 형태로서만 사고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적인 전망을 생각할 때 갑갑하거나 어둡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앞으로 비정규직 투쟁이 어떻게 정리되는가에 따라 달라질거라는 예상을 하면서, 전망을 잡아놓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실천활동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과정이 바로 전망을 잡는 과정이라는 얘기를 할 때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산추련 회원이지만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산추련은 힘든 과정속에서도 나름대로 운동의 중심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의 과정에서 많은 동지들이 지치고 힘들어서 떨어져 나갔고 산추련도 그러한 과정을 겪어왔지만 부단히 중심을 잡으면서도 변화의 끈을 엮어나가려는 산추련의 노력에 우리 운동의 희망이 아직 살아 있음을 느껴본다.

부산으로 오는 길은 비가 그치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한층 마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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