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6/10월/현장의 목소리] 한강성심병원 요양자모임

“더욱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모임으로 발전하였으면”

병원 요양자 모임을 조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별 모임과 요양자조직 교육을 해야 하는 당위적인 과제는 노동자건강권쟁취와 산재보험재도개혁, 노동자중심의 근로복지공지공단을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활동과 주체 형성이라고 판단한다. 한순간에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활동과 방문으로 요양자모임은 형성된다.

한강성심병원은 우리나라에서 화상환자들이 가장 많은 국내유일의 화상센터가 있는 곳이다. 전국에 2.3도 이상의 화상환자들의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중환치료를 받고 이동을 한다.
화상환자들은 대부분이 장기 치료를 요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고통과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들의 가족들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병원방문을 2-3년 진행했지만, 모임을 꾸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꾸준한 만남, 선전들이 지금까지 잘 진행되었다.
처음부터 병원방문사업이 원활하거나 잘되지 못했다. 공단직원이나 브로커로 오해 받아서 욕먹거나 냉대가 심했다. 병원에 원무과나 직원 간호사들의 눈치도 보아야 했다 이중삼중으로 힘들었다. 그러길 몇 달, 한명씩 사람들 얼굴을 알고 나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많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형성되었다. 병원 특성상 한곳에 모여 있어서 환자들간에 친밀도나 유대관계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1년이 지나 요양자들이 함께 모여 ‘성심회’라는 모임을 꾸리게 되었고, 매달 5,000원씩 적립을 하여 어려운 환자들에게 돌려주자고 의견도 제시되었다. 지금은 병원방문 활동가을 포함 15-20여명이 모임을 하고 있다.

글을 쓰는 와중에 갑자기 ‘성심회’ 회장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이유인즉 치료가 종결되고 건물주차요원으로 취직이 되었지만 휴일에 산행을 하다가 그만 다리가 세 곳이 부러져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다시 병원에 입원 하게 되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조만간 수술을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2만2천 볼트 전기에 감전되어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간신히 치료를 마치고 온전치 못함 몸으로 일자리에 들어갔지만 역시 재활이 문제였던 것 같다

한강성심병원 요양자모임은 대부분이 화상과 전기감전노동자들로 꾸려졌다. 대부분이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며 이중에는 이주노동자도 두 분이 계신다.
매주 월요일 오후3시경 병원로비에서 통원환자와 입원환자중심으로 모임을 하며 입원환자들은 대부분이 간병인이나 가족들을 대동하는 경우가 많다.
매주 세 번째 월요일은 전체모임을 한다. 이때는 병원치료가 끝나신 분과 다행하게도 원직장복귀는 아니지만 어렵게 노동현장에 복귀하신 산재노동자들이 모여서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때는 각자 살아가는 어려움과 작업장이야기들을 하면서 식사도 같이 한다.

봄에는 병원부근에서 산재보험제도문제와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공부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 동안 진행한 적이 있었다. 비록 많은 산재노동자들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고 적절했던 것 같다. 최근엔 산재보험제도개악에 맞서 병원에서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교육하기도 하였다.

화상노동자들은 대부분이 고통 속에서 치료를 받는다. 언젠가는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처치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는데, 차마 그들의 비명소리와 고통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살갖을 벗겨내고 치료를 하므로 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이 산재비급여이기 때문에 치료비문제로 눈물을 흘리는 노동자들이 많다. 수술비용과 처치비용이 워낙 많기에 집을 담보로 수술과 치료를 한다.
이들의 고통은 이중 삼중이다. 찜질방을 싫어하고 공중목욕탕을 가길 주저한다. 언젠가는 그래도 함께 가자고 한 적이 있지만,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 얼굴만 보고 헤어진 적이 있었다.
한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다닌다. 여름에는 더워서 피부가 따갑고 겨울에는 피부가 수축되어 무척이나 힘들다고 한다.

화상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크고 거대한 것이 아니다. 몇 천만원이나 되는 엄청난 산재보험비급여의 급여화와 화상환자에 맞는 치료와 재활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중요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의료, 사회, 직업적재활체계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들은 이야기 하곤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산재보험이고 누구를 위한 근로복지공단인지 궁금하다고…….
앞으로도 모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장기적으로 더욱 더 많은 화상노동자들이 함께하는 그룹모임으로 발전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그들만의 모임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장되고, 더 많은 곳으로 나가서 함께 활동했으면 한다.

다음은 연초에 병원에 치료받던 화상요양노동자 한분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가깝게 들리는군요.
어제 2월 모임에 새로운 회원도 오셔서 반가웠습니다. 모두들 미소가 보였습니다, 큰형님 얼굴에도, 작은형님 얼굴에도, 인천에 용형님 힘드신 시기도 얼굴에 미소가 보였습니다, 항상 미소를 달고 다니시는 회장님, 안산에 곽형님, 영형님 미소가 얼굴에 넘치네요, 성수동 임아우도 미소가 흐르고, 새로 오신 유광*회원님도 어렵고 힘들지만 미소가 보입니다, 사목회. 산재노협회원 여러분들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넘치네요, 여기저기 주위에서도 미소가 보입니다,
어렵고, 힘들고, 고통을 미소로 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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