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6/10월/입장] 노사정위 산재보험 개악 기도에 파산을 선고한다!

사회적 합의주의와 전문주의로 범벅된 개정논의를 비판하며

‘개혁’이 개혁일 수 없는 이유

산재보험을 개혁하겠다던 노동부는 04~05년 내내 변죽만 울리다가, 마침내 노사정위원회로 개정논의를 끌고 갔다. '노사 의견을 풍부히 수렴한다'는 명분이었다.

무릇 산재보험 개혁이라면 보장성을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를 굳이 노사정위로 끌고 들어간 것은 자본의 의견을 반영하고, 노동을 들러리로 세우고, 소위 공익과 전문성을 빙자하여 명분을 축적하려는 기만행위에 다름아니다.

노사정위원회가 어떤 곳인가? 98년 이후 소위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망령을 내세워 노동의 양보를 끝없이 강요해 온 '노동자 권리 박탈의 도구' 아닌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 는 거짓말에 속는다면, 결국 모든 것을 내주고 빈 깡통조차 박살나는 역사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산재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혁에서 노동자가 무엇을 내주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또한 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왜 고통받는 노동자가 마음 졸이며 공익위원 안을 궁금해 하고 노사합의를 걱정해야 하는가.

노동자의 생명과 삶조차 '효율과 경쟁력' 이라는 자본의 이윤논리와 거래하는 대상으로 전락시켜 투쟁의 싹을 자르려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독버섯을 우리가 삼켜야 할 이유가 없다. 노사정위 산재보험 개정논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산재보험제도발전특별위원회는 당장 해체해야 한다.


순진한 기대인가, 완고한 노선인가

지난 5, 6년간 민주노총은 산재보험 개혁에 모든 것을 걸어왔다. 때문에 02~04년 근골요양투쟁, 05년 하이텍 산재인정투쟁 등 현실 투쟁에 대해서도 산재보험 개혁이 답임을 주장하면서, 현실투쟁의 심화확대를 통한 진전보다는 산재법 개혁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막상 올해 5월 노동부가 노사정위로 이 문제를 끌고 들어갔을 때는 노사정위 논의를 중단시키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기보다는 개혁안을 인입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과 견해를 모으는데 힘을 쏟았다. 또한 대중투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현장 현안과 실천은 개별 노동자나 단위노조의 몫으로 방치하였다. 그리고 넉달이 지난 지금, 끝내 노사정위 산재발전특위 논의 중단과 해체를 공식적 요구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이제 겨우 '논의의 내용 좀 알자' 라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정녕 노사정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기구인지 모른단 말인가? 소위 '공정한' 공익위원의 역할을 기대한단 말인가? 자본에게 양보할 것이 있다고 자신하는 것인가? 그런 순진한 기대가 아니었다면, 이는 사회적 합의주의와 전문주의에 찌든 관점과 행태로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순진한 기대나 완고한 노선이 아니라면 지난 19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산재법 전면개정과 정부 개악법안 저지투쟁을 하반기 집중 투쟁 과제로 설정하고, 하반기 투쟁과 결합해 진행한다' 라고 결의한 내용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자 건강과 삶을 거래하는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자

지난 5년간 현장 노동자의 교양이 부족하여 이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권과 자본의 기구를 너무 쉽게 인정하고, 현실투쟁을 고리로 삼기보다는 정책대안을 인정받는 창구로 오판하여, 법제도적 개선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삶과 생명은 그 무엇과도 거래할 수 없다. 투쟁하다 힘이 부족하여 패배할 지라도, 마치 양보가 미덕인 양 주고받는 거래를 할 수는 없다. 도대체 누가 노동자의 삶과 생명을 대신 잘 지켜줄 수 있단 말인가.

동지들! 다시금 두 눈 똑바로 뜨고,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거래하는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자. 노사합의주의 선동이 현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노동자의 몸과 삶은 이윤, 아니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일터와 삶터에서 확인해나가자.

거래, 소위 허구적인 '상생'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노사정위 산재발전특위의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노사정위원회를 해체하는 것이 옳다. 산재보험 개혁은 노동과 자본의 거래로 결코 이룰 수 없다. 충분히 치료받고 당당히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산재보험 개혁이다.

또한 산재보험 개정문제는 노동자 건강이라는 '순수한' 과제로 외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노동유연화 / 한미FTA / 노사관계로드맵과 하나의 궤를 이루는 자본의 의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제 노사정위 산재발전특위 논의를 중단시키고, 허구적인 노사상생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고 있는 노사정위 해체 투쟁으로 나아가자!


2006년 9월 21일 전국노동보건활동가 전진대회에 즈음하여
덧붙이는 말

광주노동보건연대 / 대구산업보건연구회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 충청지역노동건강협의회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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