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부터 경남지역에서는 산재보상보험법 개악의도와 개혁투쟁의 방향에 대한 현장교육이 진행되었다. 그 후 전국적인 투쟁 지역단위의 완고한 투쟁계획을 세워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체평가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일회적인 집회와 항의방문에 그치는 투쟁이 아닌, 현장으로부터 제기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민주노총 총파업 4대과제로 산재보상보험법 개악저지 전면개혁쟁취로 상정된 뒤 우리들의 발걸음은 조금 빨라지고, 몸을 움직이는 일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매주 수요일 병원 앞에서 산재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문화선전전이 진행되고 있고, 조합원교육 간부교육이 달력을 빼곡이 메우고 있다. 교육도 정해진 몇몇이 하는게 아니라 현장 동지들이 직접 나서자고 결의하고, 논의되고 있는 내용에 대한 꼼꼼한 검토와 분석, 강의 직접해보고 서로 평가해주기도 하였다. 자기 사업장을 넘어서 첫 교육강사가 되어 돌아오는 동지의 얼굴에는 자신감도 넘치고, 반면 고민이 한층 깊어지는 것도 느낀다.
그리고 2004년 유해요인 지역조사단 활동의 성과를 이어, 각 현장단위별 활동주체를 발굴하는것에 집중하고 이를 통한 일상투쟁을 복원해나가기 위해 유해요인조사 이후 현장의 변화를 점검하고 같이 토론하며 실천과제를 찾아가는 활동도 매주 화요일 진행되고 있다.
한미FTA, 노사관계로드맵, 비정규법안, 산재보상보험법 자본의 무한착취가 가능한 질서재편의 음모가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위기감을 어느 동지들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11월 9일에는 산재보상보험법개악저지와 전면개혁쟁취 총파업승리를 위한 일일주점문화마당도 열기로 했다. 포스터를 돌리고 티켓을 판매하면서 하나 하나 결의를 모아내고, 한마당에 참여한 동지들과 총파업의 기운을 돋우기 위해 프로그램도 알차게 준비하고 고민한다.
물론 순탄치 많은 않다. 힘겨운 일정과 투쟁을 진행하는 동지들에게 심심찮게 딴지가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다른 동지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토론하면서 우리가 다져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경남지역에서는 총파업 실천단을 별도로 구성하지 않고 확대간부들이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직하기로 하고 교육, 선전전, 간담회, 현장순회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산보위원까지 참여를 조직한 38명의 건강권 실천단은 지역연대투쟁으로 부산지역과 공동으로 현장순회투쟁을 하기로 하였다. 현재 총파업조직은 실천단의 이름으로가 아니라 간부들과 활동가들이 일선에서 발로 뛰고 있다.
또 무슨 실천단이고!!
현장 동지들이 실천단 구성논의에 던지는 첫마디였다.
“현장에 수없이 많은 실천단들이 있는데 말야.. 통일실천단, 정치실천단, 무슨 무슨 실천단들 구성만하고 움직임이지도 않는 거 뭘 또 만든다 말이고” 형식화되고 관성화되어버린 조직구조에서 느끼는 문제의식들이다.
현장에서의 일상적 저항을 조직하고 실천하는 실천단은 사안별 활동을 넘어서 전체 지향점을 만들어내고 계획할 때 그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지침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공유와 소통을 통해 조직되고 움직일때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현장동지들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파업투쟁은 선언이 아니라, 같이 공감하고 토론하면서 작은 실천이라도 모아내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러한 기본기가 사라진것이 문제라는 것이 많은 동지들의 고민이다.
이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 우리는 든든한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며 그것 또한 함께 한 동지들과의 합의와 결의를 통해서 만들어 질 거라 생각한다.
조급하게 무언가 형식을 갖추겠다는 것은 아니어야 하지만, 완강한 지속적인 흐름을 형성해가는 것, 현장에서의 일상적 저항을 조직하는 파수꾼을 꾸려가야 할 것이다.
살아서 펄떡거리는 현장을 만들어야죠?
얼마 전 지역에서 연달아 문화행사가 있었다. 하나는 마창노련 시절부터 이어져온 들불대동제였다. 많은 돈을 들여 행사를 준비했다는 후문이 들리는데, 문화전문 활동가들이 와서 공연을 하였다. 사라진 전노협의 정신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자리는 한가했고, 공연도 집중이 되질 않았다.
바로 전날의 한 사업장에서 노조문화한마당 행사가 있었다. 부서별로 준비한 촌극, 당돌한 FTA 개사곡 노래공연, 기타연주가 이어졌다. 약간은 촌스럽고(?) 실수도 연발하지만 일하는 시간을 쪼개어 지친 몸을 이끌고 준비한 동지들의 촌극이 더욱 더 진하게 가슴에 전해져왔다.
왜 일까? 일상에서의 부딪낌,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끈끈한 연대가 아니었을까 한다.
건강권 실천단도 몇해 전부터 해마다 되풀이되던 사업계획이었음을 기억한다.
형식에 얽메이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펄떡거려야 하지 않을까?
현장에서 같이 씩씩거리고, 때론 울기도 하고 논쟁하기도 하고, 그렇게 조직되고 살아가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