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6/11월/사진으로 보는 세상] 흙의 마음 누가 헤아릴까

흙의 마음 누가 헤아릴까

한여름 창창하게 날 섰던 벼들이
이삭이 여물자 모두다 땅을 향해 절을 합니다
경남 함안군 여항산골짝 일흔셋 큰길 할배는
객지 나간 자식들을 모두다 불러 흙 위에 발 딛고 서게 했습니다
서른 마지기 나락 굽은 허리로 거두고 자식들 불러 탈곡하는 날
콤바인 쓰면 금방인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는 말에
큰길 할배는 담배만 뻐금뻐금 태웁니다
이젠 농사 그만 지으라는 막내딸 지청구에
눈가의 주름 더 깊게 패며 웃습니다

큰길 할배의 맘을 자식들은 헤아릴 수 있을까요
제주도 협상장에 앉은 나리님들은 알 턱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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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오 도 엽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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