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1990대까지만 해도 ‘작업중지권’은 노동건강권 투쟁에서 빠지지 않고 제기되던 단골 주제였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제2항이 1995.1.5. 개정에서 신설되면서, 운동 진영 내에는 마치 ‘작업중지권’이 확보된 것과 같은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작업중지권이라는 화두를 꺼내는 것이 왠지 생뚱맞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필자가 이 글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제2항은 작업중지권을 흉내 낸 것에 불과할 뿐, 진정한 의미의 작업중지권 확보를 담보해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작업중지권’은 아직까지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유의미한 요구사항이며, 노동조합 역시 법률로 담보될 수 없는 절름발이 작업중지권을 올곧게 세워내기 위해 계속 전력투구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작업중지 등】
① 사업주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시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행한 후 작업을 재개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직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직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995.1.5.신설)
③ 사업주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 기타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996.12.31.신설)
2.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의 실체
작업중지권이라는 주제가 운동 진영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시점은 1989년이다. 당시 이와 같은 요구가 자본과 정권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였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작업중지권은 한편으로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소극적 수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가 생산현장을 관리하고 장악하는 적극적 수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동 진영의 거센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권은 제26조 제1항의 규정을 도입하여 생색내기 수준에서 문제를 대충 봉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동 법률의 규정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에 도입된 제1항의 내용은 작업중지권 행사의 주체를 사업주로 못 박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는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시키기 전까지는 사고의 위험이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더라도 작업을 중단시킬 권리가 없었던 것이다.
운동 진영의 거센 요구와 연이은 중대 재해로 인한 여론 악화에 힘입어, 허울뿐인 작업중지권이 도입된 지 5년이나 지난 1995.1.5.에 법규정이 개정된다. 이 때 신설된 내용이 바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제2항이다. 물론, 제2항이 ‘노동자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라는 문구가 지니고 있는 함정이다. 즉,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급박한 위험을 느끼고 작업을 중지시켰으나 추후에 아무런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난다면 이는 부당한 작업중지권의 행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가 장비나 설비의 이상을 느끼고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사전에 작업을 중지시키는 것 역시 부당한 작업중지권의 행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법률상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부당한 것으로 인정되면, 사업주는 다음의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 첫째, 사업주는 작업 중단으로 업무가 중지된 시간에 대하여 임금을 공제할 수 있다. 즉,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사업주는 부당하게 작업을 중단했다는 이유로 해당 노동자를 징계할 수 있다. 작업을 중지하는 것은 사업주의 지시를 위반한 행위임과 동시에 생산량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기 행위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업주는 작업 중지로 인하여 발생한 생산량 기타 재산상 손실에 대하여 해당 노동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넷째, 사업주는 작업 중지를 일종의 ‘업무방해’로 간주하여 해당 노동자에게 업무방해죄 기타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 법률 하에서, 작업중지가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에서 기인한 것임을 노동자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앞서 살펴본 사업주의 위협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 줄 장치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 기인하여 제26조 제3항이 1996.12.31. 신설되었으나, 필자의 의견으로는 동 조항 역시 사업주의 위협들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제3항은 ‘사업주는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제2조의 규정에 의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 기타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사업주에 의한 징계나 임금공제에 대한 방어책은 될 수 있으나, 민형사상 가해질 수 있는 사업주의 고의적인 위협으로부터의 방어책은 될 수 없다. 더욱이, 제3항에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합리적인 근거’인데, 이를 다시 뒤집어 보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업주는 언제든 해당 노동자를 징계하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외양상으로는 운동 진영의 요구사항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주가 언제든 그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들을 이면에 깔아놓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위협들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는 유력한 수단인 작업중지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서두에서 강조하였듯이, 작업중지권은 아직까지도 운동 진영이 끊임없이 제기해야 할 중요한 요구사항이며, 노동조합 역시 이와 같은 법률상 맹점들을 메워내기 위한 요구들을 끊임없이 전개해야 하는 것이다.
3. 실질적 작업중지권의 확보를 위하여
가. 단체협약상 작업중지권의 명시
현장에서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쟁취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주체는 바로 노동조합이며, 노동조합이 이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은 단체협약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사항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에서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는 단체협약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려우며, 설사 작업중지권이 단체협약 상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조문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경우가 많다. 2001년도에 민중의료연합에서 전국 69개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0% 이상의 단체협약에는 작업중지권 조항이 없었는데, 특히 보건의료노조의 경우에는 10개의 조사대상 사업장 모두에 작업중지권 조항이 없었다. 결국, 대부분의 노동조합에서는 작업중지권 행사에 따른 책임이 각 조합원 개인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결책은 간명하다. 단체교섭시 작업중지권에 대한 내용들을 신설하고 그 실질적 행사를 위한 보장책들을 담아내는 것이다. 이 경우, 노동조합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지점들은 다음과 같다. ① 직접적으로 산재발생 위협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산재발생의 개연성이나 유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언제든 작업중지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② 산업안전보건위원이나 조합간부는 해당 부서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해야 한다. ③ 작업 중지 이후에는 반드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미설치 사업장의 경우에는 노사협의)를 통하여 안전대책이나 사후조치가 마련된 이후에 작업이 재개되도록 한다. ④ 단체협약에 따라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조합원, 산업안전보건위원, 조합간부에 대해서는 설사 추후에 불필요한 작업 중지였다고 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 징계를 포함한 일체의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고려 지점들에 근거하여 권고될 수 있는 단체협약안은 다음과 같다.
제○○조【작업중지권】
① 조합원은 재해가 발생하였거나,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거나, 작업환경이 유해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
② 산업안전보건위원 및 조합간부는 재해가 발생하였거나,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있거나, 작업환경이 유해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시키고 작업자를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③ 작업중지 조치를 취한 조합원, 산업안전보건위원, 조합간부는 작업중지 사실을 해당 부서 또는 회사에 즉시 통보하여야 한다.
④ 회사는 작업중지 조치를 취한 조합원, 산업안전보건위원, 조합간부가 작업중지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할 때에는 즉시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⑤ 회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대책 또는 재해 예방 조치를 심의·의결하여 조치해야 하며, 동 위원회가 필요한 조치가 취해졌음을 확인한 후에 작업을 재개하여야 한다.
⑥ 회사는 제1항 내지 제5항의 규정에 따라 작泰償嗤?행한 조합원, 산업안전보건위원, 조합간부에게 징계, 민형사상 책임 등 어떠한 불이익도 줄 수 없다.
나. 작업중지권에 대한 조합원 교육
단체협약 상에 작업중지권을 실질화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마련되었다고 하자. 그러나 산업안전보건위원이나 조합간부가 모든 현장에 항상 대기할 수는 없으므로, 작업 중지를 행하는 주체는 조합원 개개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작업중지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작업중지권’에 대한 사전 교육이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내용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구성되어야 한다. 첫 번째 내용은 각 현장별로 존재하는 유해물질과 위험요소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다. 즉, 각각의 유해위험요인이 산업재해로 발현되기 이전에는 일정한 사전적 징후들을 보이는데, 노동조합이 이를 정식화, 자료화하여 현장 조합원에게 주지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이 작업중지권을 적절한 시기에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두 번째 내용은 작업중지권에 대한 권리의식을 조합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사업주와의 지배종속관계에서 노동자는 항상 권리행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작업중지권이 법률에 근거한 당연한 권리이며, 단체협약을 통하여 그 행사가 보장되고 있음을 명확히 주지시켜야 한다.
다. 산업안전보건위원과 조합간부의 역할 강화
현장의 조합원들의 시야는 자신의 부서나 자신의 설비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정 부서에 속하지 않는 공간이나 설비의 결함이 사전에 발견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현장의 조합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에 있어서, 산업안전보건위원이나 조합간부의 역할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산업안전보건위원이나 조합간부는 자신의 시야를 넓혀 현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설비의 교체 주기, 근골격계질환과 같이 잠재되어 있는 유해위험요인, 환기·습도·조명·소음과 같은 일상적 환경요인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덧붙여, 대부분의 조합간부들은 작업중지권을 직접적 사고발생의 가능성과 연관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사고발생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누적되어 직업병으로 발현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해서도 작업중지권이 행사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4. 작업중지권 행사의 구체적 사례들
끝으로, 과거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실제로 활용되었던 사례들을 살펴보고 평가해으로써,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활용될 경우에 반드시 염두해 주어야 할 지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숙견, 작업중지권의 성격과 현황, 2002, 민중의료연합』에서 발췌한 실제 사례들에 필자의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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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금속 사례
1996년 ○○금속 노동조합은 가공공장 현장 안전점검을 하던 중 분진이 온 공장을 뿌옇게 덮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집진기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당시 현장 관리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변명을 하였으나, 조합간부가 직접 확인해보니 집진기 안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필터가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 즉시, 노동조합은 ‘작업 중지’ 스티커를 붙이고 작업을 중단시켰다. 작업이 중단된 지 하루 정도가 지나자 회사는 ‘완벽하게 보수했다고 하는데 작업을 해도 되겠느냐’는 확인 전화를 노동조합에 걸어왔다.
☞ 노동조합이 일상적인 안전 점검을 통하여 ‘작업중지권’을 적절하게 활용한 사례이다. 현장 조합원이 집진기와 같은 설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노동조합이 일상적 점검을 통해 작업을 중지시키지 않았다면, 조합원들이 유해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수도 있었던 사례이다.
나. ○○ 자동차 사례
회사는 대의원과의 협의 사항을 무시하고 옵션 비율을 마음대로 라인에 적용하여 조합원들의 노동 강도를 심화시켰다. 담당 소위원들은 이를 대의원에게 연락하고 대의원이 이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회사 관리자는 항의하는 대의원에게 삿대질과 반말로 대응하며 대의원을 무시하는 작태를 보였다. 이에 맞서, 해당 대의원은 알몸으로 C-4직 작업장에 누워서 관련자 처벌과 함께 시정을 요구하였으며, C-4직 조합원들도 집단적 조퇴 투쟁 돌입하여, 라인이 4시간 동안 정지하였다.
☞ 현장 조합원들의 자발성에 기인한 즉자적인 작업 중지 사례이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는 노동조합을 통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빠져 있다는 것이 아쉽다. 회사가 협의사항을 무시하고 옵션 비율을 조정한 문제는 분명한 합의사항 위반행위였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통하여 회사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였다.
다. ○○ 부품 사례
2000년 ○○부품에서는 크레인의 와이어 로프가 낡아서 철판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회사에서는 통상 크레인을 사용하여 중량물을 운반하였는데, 1년에도 몇 번씩 물건이 떨어지는 사고들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중요시 여기지 않아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기 전에는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부서 내의 환경 개선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작업을 중지시키고 부서 전체의 와이어로프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였다. 점검 결과, 와이어로프의 80% 이상에서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환경개선위원회는 조합원들이 보는 앞에서 와이어 로프를 모두 절단하였다. 결국, 회사는 작업을 중지시키고 새로운 와이어 로프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 본 사례는 노동조합에 의해 문제점이 발견되고 작업 중지가 이루어졌으나, 절차적으로 다소간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문제점을 발견하였다면, 작업을 중지시키되 해당 설비에 대한 교체를 회사에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하여 ‘정기적인 안전점검 및 정기적 교체주기의 설정’을 합의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에 의한 자의적인 회사 설비 파손은 일회적으로는 통쾌할 수 있으나, 자칫 회사에 의한 민형사상 공격에 휘말려, 작업환경개선의 좋은 기회조차 한순간에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라. ○○ 금속 사례
○○금속 D/B조립1반에서 2001년 11월에 작업자의 좌 2수지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동료 작업자는 재해자를 의무실로 이송하고 사고 발생사실을 노동조합으로 통보하였다. 이에, 노동조합의 산안부장과 총무부장은 작업 중지 푯말과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출동하여, 작업을 중지시킨 후 명예감독관에게 현장조사를 하게끔 조치하였다. 물론, 산안부장은 병원으로 가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였다. 회사는 사고가 발생한지 4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재해원인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 졌다며 산안부장에게 작업을 재개해도 되겠는지 전화로 계속 문의하였다. 그러나 산안부장은 작업 중지를 해제하지 않고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개최를 회사에 요구하였다.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논의 결과, 문제점에 대한 조치를 취하되 조치 내용은 작업자 및 산안부장이 원하는 수준이 되어야 하며, 작업자에게 승인을 얻은 이후부터 작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회사 및 담당부서의 책임자에 대해서는 ‘서면경고’ 조치의 징계를 내리기로 하였다. 끝으로, 노동조합은 산안부장 주재 하에 해당 부서 작업자들을 상대로 ‘사고의 원인, 조치사항’ 등에 대해 보고회 및 교육을 실시한 이후에 작업을 재개하였다.
☞ 작업중지권이 적절하게 활용되고 사후조치까지 잘 이어진 사례이다. 작업중지권 행사의 주요한 목적중의 하나는 바로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 이루어지는 작업 중지에 있어서, 적절한 사후조치의 마련이 빠져있다면 그 작업 중지는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또한 추후에 동일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합의서를 회사로부터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지난 호에서 필자가 강조하였듯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