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착취라고 억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일한 노동자는 죽어나가도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자의 잘못이라 하고 시시비비 가리기에 급급하고 있다. (중략) 그동안 억눌려왔고 참아왔던 분노를 외칠 것이며 노동자의 소중한 노동의 권리를 되찾고자 11월 27일 29명(발기인)의 동지들이 모여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21세기조선지회 설립총회를 하였고..
- 금속노조 경남지부 21세기 조선지회 발기인 일동 선언문 중에서 일부 발췌 -
21세기 조선소는 올 한해 3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지난 4월 두 명의 노동자가 질식사 했으며 11월에는 한 명의 노동자가 온몸에 화상을 입고 죽었다. 그렇게 노동자가 죽어갔지만 21세기 조선소는 이에 대한 책임을 해당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안전 교육도 하지 않고 산재 은폐를 일삼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지난 4월 특별 점검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을 밝혀 내지 못하는 등 형식적 조사를 하였고, 결국 11월 참사를 막지 못한 것이다.
21세기 조선은 해마다 100%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출 1억 달러탑이라는 상까지 받을 정도로 급격히 성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매년 적자 타령을 해오고 있으면서 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등 전체 인원에 대한 외주 도급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결국 더 이상 죽을 수 없기에 21세기 조선 노동자들은 11월 27일 저녁 29명의 발기인이 모여 지회 설립 총회를 갖고, 11월 28일 중식 시간에 보고대회를 진행하면서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조선 사측은 교섭도 제대로 응하지 않다가 최근에 노무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하는 등 지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조합원을 회유 협박하여 탈퇴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결국 20여명의 노동자가 회사의 집요한 탄압에 집단으로 사표를 쓰고 회사를 그만두었고 몇 명은 도급을 받아 지회를 탈퇴하였다. 지금은 13여명의 조합원이 남아서 민주노조를 지키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11월 중대 재해 사망사고 책임에 대한 투쟁도 함께 벌이면서 12월 18일-20일 3일간 벌어진 노동부 특별안전점검에 참석하여 회사의 안전불감증 문제에 대해 지적을 하였다.
노동부는 조사 당일 미온적으로 조사에 임했으나 지역의 노동계와 지회 동지들의 강력한 항의 투쟁으로 다음날부터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작업 중지를 하기도 하였다. 이번 특별 안전 점검으로 지적된 건수만 해도 127건이었다. 지난 4월에 실시된 39건에 비해 엄청 늘어난 것이다. 아마 지회가 설립되지 않았더라면 지난 4월처럼 형식적인 조사를 하고 넘어 갔을 것이다. 특히, 지난 4월에 지적된 것 문제도 여전히 지적되는 등 21세기 조선은 노동자의 생명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금 21세기 조선 지회는 사측의 탄압에 맞서 투쟁을 하고 있다. 작은 불씨 하나가 들판을 불태우듯이 21세기 조선 지회 동지들의 투쟁은 통영지역 중소 조선소에 민주 노조 깃발을 세우는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