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7/2월/현장의 목소리] 비행기가 보이면 ‘대해동’을 생각하세요

‘대한항공’하면 생각나는 단어들이 있다. 우리의 날개, 여승무원, 복수노조, 조종사노조 등등 각자 저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르지만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노조활동으로 해고된 우리와 같은 대한항공 해고노동자들에게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편차가 크다. 대한항공은 1사2노조로 유명해졌다. 40년 넘게 회사와 친목을 도모하는 일반노조가 있는가 하면, 2000년 파업을 통해 노조를 설립하고 해마다 파업얘기가 끊이지 않는 조종사 노조가 있다.

하지만 그 노사협조주의적인 일반노조를 민주화시키겠다고 앞에 나선 활동가들은 현재 영락없이 해고자의 길을 걷고 있다. 모든 사업장이 그렇고 민주노조의 시작이 그렇듯이, 회사설립이래 사측의 노동자 분열정책으로 단 한번도 ‘대한항공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서로 자기네 직종이 우선임을 주장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2005년 10월 5일 역사적인 일이 생겼다. 조종사, 정비사, 객실승무원 해고자들이 함께 모여서 직종을 망라한 ‘대한항공해고자동지회(이하 대해동)’가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불과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변화가 올까? 하고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대해동을 믿고 따라오는 것을 우리는 느끼고 있다.


‘대해동, 이렇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1) 공항안에서의 1인시위
회사의 부당해고에 맞써 가장 손쉽게 할수 있지만 끈기가 필요한 수단인 1인시위를 124일이나 넘게 회사정문과 김포공항, 인천공항에서 하였다. 처음에는 공사측의 반항이 대단했다. 청경들을 동원하여 몰아내는가 하면, 정보과 형사들이 와서 ‘공항에서 무슨 1인시위냐’ 며 흔들어댔다. 하지만 마침내 공항안에서 1인 시위를 하였으며, 현재는 대해동이 뚫어놓은 1인시위로 인해 FTA 반대 1인 시위도 손쉽게 하고 있다. 결국 투쟁의 이익은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2) 소식지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노동자임을 느낀다
회사는 노동자의 분열을 원한다. 조종사를 배부른 돼지로 만들고, 객실승무원과 정비사의 임금을 서로 다르게 해서 자신의 직종의 이익만을 쫓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먼저 이런 사측의 분열책동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는 하나의 노동자라는 의식을 갖도록 ‘소식지’를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다.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소식지에 담았다. 15,000여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3,500부 소식지는 아주 적은 부수였지만, 그 힘은 대단했다.
예전에는 소식지를 잘 받지 않거나, 받아도 본체만체했던 조합원들이나 직원들이 이제는 굉장히 반가워하고 또 궁금하게 여기고 있음을 느낀다. 작지만 소중한 변화의 모습이다.

3) 단식투쟁
2005년 조종사의 파업이 긴급조정권으로 무력화되고 사측이 노조를 고소고발 등 탄압으로 일관하자, 대해동회장 류승택동지가 인천공항 2층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에 들어가자 회사이미지에 먹칠할까봐 공항관리자로부터 정보과 형사, 대한항공 인천공항지점장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먼발치서 보고 가곤 했다.

4) 집회 투쟁
조종사노조 설립 이후 회사정문에서 사라졌던 집회가 다시 생겨났다. 이제는 대해동이 회사앞에서 집회를 하자, 결국 집회신청을 대행하는 회사용역들과 밤샘싸움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른 노조에서만 보던 손배 가압류도 당해보았다. 회사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자 쇠철문을 만진 것을 가지고 파손했다며, 6명 대해동 동지들의 집과 계좌를 가압류한 것이다.

5) 촛불 문화제
겨울이 되자 조합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해가 떨어지게 되고, 일몰 후에는 집회허용이 되지 않아 조합원들을 위한 촛불문화제를 회사정문과 김포공항에서 하게 되었다.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과 학생동지들, 그리고 전해투, 노동해방철거민연대 동지들이 항상 와서 원직복직을 기원하는 촛불을 밝혀주었다.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이제 투쟁이 불과 1년이 지났다. 하지만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다. 최원봉, 김태수 두 동지가 지노위,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고, 사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확정판결이 된 것이다. 아직까지 연락은 없지만 대기업 해고노동자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도 복직되기가 어려운 현실에 회사는 행정소송조차 하지 않고 부당해고를 인정한 꼴이 된 것이다.
회사가 행정소송을 하지 않고 복직을 인정한 것은 두 동지의 복직으로 대해동 활동을 약화시키고, 보다 더 합법적인 해고(?)를 위한 회사의 잔머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두 동지의 부당해고와 원직복직판결은 “원직복직과 민주노조건설”이라는 우리 대해동의 투쟁의 성과중에 하나일 것이다.

어용노조하에서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발 한발 준비해 나간다면 민주노조는 반드시 건설될 것이다.
멀리 보고, 쉬지 않고 꾸준히 투쟁한다면 쟁취될 것이다.

민주노조 건설하는 그날까지 투쟁이다. 동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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