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사회보험은 우리 뿐 아니라 웬만한 국가의 분쟁거리고 골칫거리다. 사회보험은 효율과 경쟁 결국은 이윤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보완 유지시키면서 동시에 의도와 무관하게 팽팽한 긴장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재원의 조달 문제, 분배/보장의 문제, 책임의 문제 등은 매번 시비 대상일 수밖에 없다.(이러한 문제를 누구든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 때문에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이 선거나 정치 쟁점이라는 내외신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산재보험에 대한 쟁점이 선거나 정치의 쟁점이 되었다는 내외신을 들어본 바가 없다. 도대체 산재보험은 문제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무시해도 될 만한 사안인가? 그도 아니면 무시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서인가?
산재보험이 어떻게 되든 말든 - 왜 세상은 조용 한가
작년 말 입법예고 된 정부(노동부)의 산재보험 개정안은 40년 만에 전면 개정이라는 노동부의 선전과 달리 딱히 반길만한 것이 없다. 지난 9월 노사정위원회의 사회적 합의정신 입각한 개정안이라 선전하지만 이 역시도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누누이 ‘일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것이 현재의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될 사안도 아니며, 현재의 노사정위원회는 ‘노(勞)’를 둘러싸고 합의를 강요하는 것이고, ‘노’의 생존권을 패로 삼아 돌리는 죽음의 도박과 같은 것으로, 재대로 정신이 박힌 노(勞)라면 노(no)할 수밖에는 없는 기구인데, 이곳에서 나온 합의가 어련하겠는가.
사정이 이러다 보니 정부의 입법안은 그동안 노동안전보건 진영에서 줄곧 주장했던 결과주의로써의 보험 운영 및 구조의 전환은 고사하고, 선보장/후심사나 보상기관과 심사기관의 분리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근로복지공단의 권한은 확대되었고, 보장의 확대는 실제 미미하고, 축소될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세상은 여전히 조용하다.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이 이러한 경우에 처해있다면 아마도 세상의 태도는 달랐을 것이다.
문득 생각해보면 산재보험은 여타의 사회보험과는 분명 다른 면이 있다. 우선 대상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 국민연금/의료보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산재보험은 취업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 문제는 일부 계층에 국한된 문제로 몰리고 고립된다.
또한 재원의 형성의 방법이 다르다.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본인부담금이 없다. 때문에 정부나 자본은 사업주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발상과 한 푼도 안내고 쓰기만 하는 산재노동자는 규제의 대상이다.
또 다른 점은 혜택을 입는 대상이 국한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산재를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발상은 조작된 이미지일 뿐이다. 취업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동자가 노동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그 영향이 본인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님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또한 본인부담금은 이미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사업주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므로, 내지는 않고 가져가기만 한다는 천박한 논리는 애초에 의미가 없다. 더불어 이윤을 중심축으로 노동자의 몸과 삶을 소외시키는 노동력 제공 과정에서 누구나 재해의 표적이 될 수 있기에 ‘국한된 혜택’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조작된 이미지와 인식이 현재 너무나도 당연하듯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문제는 큰 것이고 해결해야 하지만, ‘노동자’의 문제는 일부 계층의 문제이고 이익집단의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하여, 산재보험에 관련하여 어떠한 문제가 일어나도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의도 하에 다루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허구라는 것, 이것이 대단히 정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깨나가는 것이 현재 산재보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중요한 하나의 고비이다. 한편 이것은 노동을 포함하여 소위 ‘소수자’라 불리우는 모든 운동의 난맥이다.
소란이 되려면
2007년 역시 산재보험은 노동 입장에서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다(주류운동이 문제를 인식하느냐와 관계없이). 노동자가 생명을 가지고 일을 하는 한, 몸과 삶의 문제, 안전과 건강은 생존의 여건이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인해 공단의 권한강화, 보장의 축소는 상상 이상으로 재해노동자를 힘들게 할 것이므로 더욱 더 심각하다. 심각함이 묻히면 더욱 더 심각해 질 것이다. 때문에 누구나 사회적 쟁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이 소란스러워지고 쟁점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 몇 가지 요소와 공정이 있다. 첫째 기득권층(특히 자본)의 이해가 달려 있는 것, 둘째 선거에서 득표와 관련 있는 것, 셋째 현 사회를 해체할 위험이 있는 것, 넷째 현 사회를 강화할 수 있는 것으로 공중의 이해로 연결되거나 연결시킬 때(혹은 조작할 때) 비로써 쟁점이 된다. 따라서 산재보험이 묻히지 않고, 소란스러워지려면 위 넷 중 하나로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에 이르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과정이 있다. 산재보험은 이미 사회적으로 둔감한 문제이므로 그 민감성, 즉 감수성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그 감수성이란 바로 실제적인 분쟁이 형성될 때 가능한 것이다.
즉 산재보험, 혹은 공단의 불공정함/불합리성에 대해 실질적으로 분쟁을 일으켜야 한다.
현재와 같이 무감한 지형에서 ‘제도가 어떻게 변해야 된다’ 는 식의 대안과 주장은 아는 사람만이 아는, 그렇고 그런, 현실적으로 아무 위력도 공감도 얻지 못하는, 그런 것이 되어 버리고 만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백혈병/에이즈환자 등등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될 수 있었던 것에는(여전히 미흡하지만) 그런 사회적 감수성을 키웠던 무수한 투쟁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따라서 첫째, 산재보험이나 근로복지공단과 관련된 투쟁이 발생되면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끊임없이 지역화/전국화해야 한다. 둘째, 투쟁주체가 다양화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대행이 아니라 재해자가 주체로 나서고 노동조합도 주체로 나서야 한다. 특히 재해당사자의 주체 형성이 싸움의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투쟁의 불씨는 쉽게 꺼지고 만다.
여전히 고민스러운 것은 ‘지난 기간, 첫째와 둘째의 방안을 몰라서 못했을까’ 이다.
첫째 방안의 의식과 괴리된 실천이 지금도 만연하고, 둘째 방안의 과정이 녹록치 않음을 십 수 년 간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말 이러한 방향으로 실천하고 조직했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은 우리의 안이나 밖에서 ‘싸움’을 통해 ‘감수성’부터 키우는 것이고, 이를 주저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정부의 입법안의 문제점 및 개선 필요 사항]
산재보험급여의 종류에 직업재활급여를 신설(안 제38조 제1항 제7호) 직업재활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 원직장의 안정적인 복귀가 사업주 의무로 규정되는 것이 우선 중요함
업무상의 재해의 범위를 규정함(안 제38조의2 신설) 업무상 재해의 범위가 광범위하여 이를 개선코자한다는 입법취지는 문제임. 한편 예고 안에 업무상사고 및 업무상질병 모두 ‘다. 그 밖에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한 질병’ 이라 하여, 관련 사고 및 질병에 대한 인정범위를 명문으로 그 범위를 협소화하는 것임.
보험급여의 종류와 산정기준 조정( 안 38조) 보험급여 등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의 증감은 피재노동자의 생활을 재해이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코자하는 것으로, 그 개별 노동자의 생활 등을 최대한 살펴야하는 것임. 따라서 평균임금의 증감은 현행과 같이 유지하고, 다만 미처 평균임금의 증감을 신청하지 못한 경우 신청유무 관계없이 전체임금증감율과 연동하여 자동 증감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임.
보험급여의 종류와 산정기준 등(안 38조) 노동자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보험재정압박을 초래한다는 현재 최고보상의 현실도 생활임금에 턱없이 모자라는 현실임. 따라서 최고보상한도를 삭제하고 최저보상한도 인상과 전면적용을 해야 할 것임.
진료계획의 제출 (안 40조) 의료기관의 치료계획을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겠으나, ②항과 같이 적정여부를 통해 ‘치료기간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법문과 같이 사실상 요양의 기간의 단축이 주 목적이라 할 수 있음. 의료기관의 적정하고 양질의 의료 구현을 위하여 환자, 의료기관, 관련 단체, 복지공단 등 다방면의 평가를 중심으로 개선할 수 있음에도 굳이 복지공단의 권한을 확대하여 계획서를 사실상 평가, 변경할 수 있는 것은 관련 부작용을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임.
전원요양제(안 40조) 불필요한 전원을 막고자하는 의도인데, 사실상 불필요한 전원의 여부는 요양자가 판단해야하는 것임. 전원의 이유를 명시하고, 사전승인 받는 것은 사실상 요양자의 진료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임. 전원으로 인해 위법한 급여지출이 있으면 사후에 이를 시정하게하고, 관계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임. 이 같은 발상은 행정 편의주의에 다름 아님.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안 40조) 복잡하고 다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업무상질병 여부에 대한 결정은 절실히 필요한 문제임. 그러나 이 기능을 복지공단 소속기관에 둘 하등의 이유가 없음. 현재 공단이 보상 기능과 산업재해 심사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 심사기능을 분리하자는 요구가 있고, 한편 자문의사협의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마당에 판정위원회에 까지 조직하여 업무상질병을 변별하는 것은 이중적 재정낭비일 뿐 아니라 그 객관성마저 의심케 할 것임.
부분휴업급여(안 41조) 요양 중 취업 등을 독려하여 치료 및 조기복귀를 도모코자 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는 요양 중 취업으로 인해 요양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고, 무리한 취업으로 인해 양질의 요양을 보장할 수도 없을 것임. 이 조항은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으로 악용될 수 있을 것임. 주치의 소견이 요양 중 취업이 치료에 도움이 되거나,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확인과 노동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을 전제하는 등 실질적인 치료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임.
고령자의 휴업급여(안 41조) 노동자의 고령화가 가시화되는 반면 고령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이 매우 부실한 현실에서, 고령자의 휴업급여 삭감을 법제화하는 것은 산재노동자의 일반적인 권리인 최소한의 생활유지조차 하향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임. 따라서 실질적 생활보전을 위한 증액의 방향에서 전면 제고되어야 할 것임.
장해등급의 재판정(안 42조) 입법예고안에서 장해는 질병이 치유되었으나 정신적, 육체적 훼손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이 손실 또는 감소된 상태를 의미함. 이때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 라고 정의함. 따라서 장해등급의 재판정은 판정 이후 획기적 의학 발전 또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나 본인의 다양한 노력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가능한 것이 아님.(한편 일부러 악화시키면 보험사기가 되어 이미 처벌할 수있는 것임). 따라서 이규정은 재정절감의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신설될 이유가 없음. 그러나 굳이 신설하자면 피재자의 신청으로만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임. 따라서 제104조(보험급여의 일시중지)는 연동하여 폐기되어야 할 것임.
고령자의 상병보상연금(안 44조) 고령자의 상병보상연금의 삭감은 보험재정을 우선시 하면서 당사자의 사회적 기여와 산재피해를 배척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 따라서 급여의 축소보다는 상향조정의 방향에서 높여나가야 할 것임.
보험급여 지급의 제한(안 52조) 기 규정의 ‘명백한 경우’처럼 포괄적 규정으로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요양에 대한 지시위반 등을 명문화함으로서 가뜩이나 근로복지공단의 초법적 횡포로 인한 산재노동자의 현실을 해결하기보다는 공단의 통제 권능을 강화하여 산재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임.
심사청구에 대한 심리 결정(안 89조)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야 하는 산재보험의 목적에 반하는 업무 진행 기간의 연장은 산재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현실에 반하는 것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안 105조) 사회보험으로서의 산재보험은 사업주의 비용부담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사실상 근로자로 보아야 할 것이고, 사업주의 필요에 따라 형성된 직업형태임. 따라서 당연히 이를 사용하는 사업주가 비용을 부담하여야 할 것임. 이에 일반적인 징수규정을 적용하면 되는 것임. 이러한 규정에 따르지 않고, 노동자에게 보험료를 분담시키는 규정은 법에서 부족하지만 그나마 적용을 확대코자 하였다는 특례를 신설한 의의가 잃어버리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