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7/2월 요양자 이야기] 2년간의 병원 생활

2005년 1월 10일 저녁, 회사에서 야근 중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사고로 왼손 2,3,4,5번 손가락과 손바닥까지 4단계 절단상을 입었습니다.
큰병원에선 손목까지 절단해야 한다는 말에 조금이라도 제 손을 살리고 싶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지접합 전문 병원에서 14시간 수술을 받고 일단 모양은 제모습을 찾았지만 결국에는 손바닥과 손가락 한마디씩만 살리는데 만족을 해야 했습니다.

회사에선 전혀 신경도 안 써주고 처음에는 부모님께 놀랄까봐 이야기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힘도 없는 나 혼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계속하여 수술만 받는 한없이 우울한 나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건지, 나이도 어린데 억울하기도 하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댓가가 ‘회사와 사회의 무관심’ 뿐인, 그래서 아무런 말도 안한채 그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찬 두달 정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병실 동료들과 조금씩 말문을 트기 시작했습니다. 병실 동료들은 항시 따뜻하게 날 대해주고, 그들이 먼저 겪은 경험의 지식으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회사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근로복지공단과의 관계 등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일을 해결해 나가면서 5개월만에 휴업급여도 받을수 있게 되었고, 저 자신이 심적으로 많은 안정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차츰 주변 사람들에 고마운 맘이 들고, 저와 함께 요양중인 노동자들과 친분과 교감은 날이 지날수록 커졌고, 저보다 힘들고 아픈 요양노동자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저에게 근로복지 공단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상여금이 휴업급여에 포함되지 않았고, 그것을 받으려 노력하였지만, “증거가 없다, 어런 이런 서류 가져와라, 공문을 보내라, 세무서에서 뭘 받아와라” 결국 회사의 도움 없는 저에겐 너무나 커다란 일이였기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병원에 있으면서 근로복지공단의 ‘찾아가는 서비스’가 시작되고, 찾아와서 하는 말이 “힘들거나 애로사항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환자들은 그들에게 너무나 고마워하고 ‘공단은 산재환자들을 참으로 위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하면 산재환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같은 경우 처음 치료받던 병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싶었으나 집이 멀어 전원을 하였고, 새로운 지사에 상담을 위해 찾아 갔더니, 담당 직원이 하는 첫마디가 “아니 왜 이리 치료를 오래하냐고...” 라고 하면서 저에게 윽박 지르는데 당황한 저는 그 자리서 아무말도 못하다가 “아직 수술이 남아 있지 않냐” 고 말하고는 집에 돌아오는데, 왜 그리 맘 상하고 속상한지,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데...

그리고 올해는 공단에서 더 더욱 산재 환자들을 힘들게 하더군요. 병원에서 올린 산재승인 신청을 자문의사 의견이라 하여 자기들 맘대로 요양 병원서 5주 승인 신청하면 2주 내주고, 연장 신청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찾아와 보지도 않습니다. 눈으로 확인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처리하는 거죠. 도대체 뭐가 ‘찾아가는 서비스’인지, 결국 환자가 아픈 몸을 이끌고 가야 합니다.
입원기간이 끝나고 통원기간이 되면 전원을 강하게 권유하더군요. 저야 이제 모든 치료가 마무리 단계지만, 지금 치료를 받는 요양 노동자들은 정말 힘들고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2년동안 치료받으며 낭비한 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서로에게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형, 동생, 친구들과 쌓은 정은 세상 그 무엇으로도 갚을수 없을 만큼 소중합니다.

그 가족 같은 동료들이 너무나 힘들어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근로복지공단의 ‘찾아가는 서비스’는 산재환자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노동현장에서 산재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이 좀더 나은 치료와 서비스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공단 직원들이 진정 산재환자를 위하고 그들의 힘겨움을 알아줄때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복지라는 꿈에 다가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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