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7/3월/현장의 목소리2] 새마을호 승무노동자들의 외주화 반대 투쟁

2006년 11월 16일, 우리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철도 공사로부터 공문 한장을 받았다.

"2006년 12월 31일 이후의 새마을호 승무 업무에 대해서는 'KTX 관광 레저'라는 자회사에 위탁시킬 것이기 때문에 기존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전적 동의서에 서명을 하면 KTX 관광 레저의 정규직으로 보내 줄 것"이니 서명을 하라는 일방적인 내용이었다.
그리고 철도 공사에서는 개인 면담을 하기 시작했다. 개인 면담을 통해 철도 공사는 "KTX 관광 레저는 정규직이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복지나 근로 조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아무 말 말고 전적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우리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전국 철도노동조합의 조합원이기 때문에 전환 배치가 일어날 경우 노사는 합의를 해야 했지만, 철도 공사 사측에서는 이를 무시한 채 새마을호 승무 업무에 대한 외주 위탁을 일방적으로 진행했다.

이에 강력히 항의하자, 철도 공사에서는 “당신들이 그렇게 철도공사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있고자 한다면 철도공사 직접 고용 역무직이나 다른 분야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재계약해주겠다”고 했다.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양. 그러나 우리는 철도공사가 얼마나 치졸하게 그때의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지 알 수 있었다.

결국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외주화가 다 이루어진다면 역무 계약직이나 다른 분야 비정규직들도 외주화 하기 위해 철도 공사에서는 계약서에 "전환 배치가 가능하다, 기간이 변경될 수 있다" 라는 단서조항을 넣어서 계약을 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없이 일해 오던 사업장에서는 2007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업무 분할이 일어나 대부분의 비정규직들은 허드레일만 도맡아 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2006년 12월 1일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KTX 관광 레저에서는 새마을호 승무 업무에 대하여 구인 모집 공고를 냈다. 계속해서 철도 공사에서는 "전적 동의서에 서명한 승무원들은 그들이 좋아서, 선택해서 부실 자회사인 KTX 관광 레저로 갔다" 라고 선전했고, 새마을호 승무원들에게는 유무선 면담으로 시기를 연장하면서 협박과 회유를 계속했다.
그러면서 2006년 12월 15일 KTX 관광 레저의 승무원 모집 결과가 나오는 것에 맞추어 철도공사는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기회다” 라는 거짓말을 다시 한번 했고, 이에 전국의 많은 승무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전적 동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KTX 관광 레저는 2007년 1월에도 가고자 하는 승무원들은 받아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철도 공사의 계속되는 회유에 분노하여 2006년 12월 17일 서울 열차 승무지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고 이후에도 공사측에서 성실한 협상의 의지가 보이지 않아, 2006년 12월 30일 단식 농성에 들어가면서 서울역 대합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새마을호 승무원 6명과 비정규직 대표인 이철의 동지가 단식을 5일동안 진행했다. 그러는 사이 철도 공사에서는 안이 오기는 했으나 또다시 그들이 지금 이 현 시점만 어떻게 넘겨 보겠다 라는 술수가 보였다.

2006년 12월 31일 이철 사장은 서울역 순회를 돌며 새마을호 승무원 농성장에 방문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우리은행 사장이 되지 못한 것이 한이라고 했다. 이철 사장은 "KTX 승무원과 새마을호 승무원의 외주화 방침은 어쩔 수 없는 원칙의 문제"라는 쓰디쓴 말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새마을호 승무원들에게 쓴 웃음만을 남기며 자리를 떠난 이철 사장은 “여기 철도공사에 붙어있지 말고 KTX 관광 레저와 같은 전문적인 자회사에 가서 우리의 능력을 키우라”고 한다. 그러나 KTX 관광 레저는 전국 직원 20여명으로 시작한 관광 회사이고, 감사원에서도 부실하다 해서 정리하라고 한 그런 회사이다.

또 이철 사장은 복지나 근무조건이 향상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승무업무와 물품판매를 같이 해야 하는 것이 KTX 관광 레저의 입사 조건이었다. 승무와 물품판매를 동시에 하게 되기 때문에 고객들의 안전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KTX 관광 레저 소속의 승무원들은 열차에 승무할 때 고객의 안전은 그네들의 일이 아니게 된다. 아픈 사람이 열차에 있더라도 철도공사 소속 정규직들에게 알려주면 그만인 것이다. 열차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만약 열차에 불이 나면 그들이 스스로 불을 끄라는 철도공사 이철 사장의 말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조합원이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전환 배치에 있어 노조와 아무런 합의 없이, 2006년 3월 16일 이미 벌써 KTX 관광 레저와 도급 위탁 계약서를 작성해 놓고서도 아무 말 없다가 계약 만료 한달 전에야 그 사실을 알리면서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이렇게 투쟁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하였다. 이는 분명 노조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을 무시한 처사이다. 가족과 같이 일하던 새마을호 승무원들을 부실 자회사로 넘기면서도 온갖 거짓말로 오직 이 순간만을 넘기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승무원을 회유했다. 철도 공사가 새마을호 승무원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논리로 외주화의 구조조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새마을호 승무원은 2007년 2월 15일 까지 서울역에서 철야농성을 하다가 철도공사가 신청한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는 바람에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모여 다음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 투쟁의 현장에 있는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복직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할 것을 다짐한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새마을호 승무노동자 이은진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