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서는 지하철 지하공간에서의 공기질에는 어떤 문제가 있고, 그것들이 노동자와 이용시민에 미칠수 있는 건강의 문제는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지하공간 공기질, 무엇이 문제인가?
1) 미세먼지, 환기
지하공간의 공통적인 문제는 우선 환기의 문제이다. 지하공간 자체에서 어떤 오염물질이 생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오염원은 외부공기의 유입을 통해서다. 나쁜 질의 외부공기가 지하공간으로 유입되고, 다시 적절히 환기가 되지 않는 경우 지하공간내 나쁜질의 공기가 지속적으로 머물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 등이 지하역사내에 높은 것은 경유승용차 등의 사용으로 인한 외부공기 유입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미세먼지내에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자극 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천식등의 호흡기계 염증 뿐 아니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다량의 중금속과 발암물질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승객들이 있는 객차내에 이산화탄소 등의 농도가 높은것도 적절한 환기가 되지 않아서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 경우 답답함을 느끼고, 졸음이나 피곤을 느낄수 있어, 지하철내 졸고 있는 승객들이 많은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이정주(2005)등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터널(160ug/m3), 승강장(140), 환기실(52), 외기(40) 순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음을 보고하였다(오전 8-9시, 오후 8시-12시 가장 높음). 일반적으로 미세먼지의 기준은 대기기준(70ug/m3), 실내공기기준(100ug/m3), 지하철 역사는150ug/m3로 되어 있다. 거의 기준치에 가깝거나 초과된 상태이다. 2006년 몇몇 지하철 공간에서 측정한 결과를 보면, 매표실(79.2ug/m3), 역무실(51.5ug/m3), 침실(65.5ug/m3), 승강장(172.6ug/m3), 앞쪽운전실(120), 뒤쪽 운전실(240)등으로 측정되어 승강장, 매표실, 앞뒤 운전실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미세먼지 노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2) 미세먼지 노출원
앞서 말했듯 미세먼지의 주요한 노출원은 외부공기의 유입과 적절치 않은 환기시스템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외에도 지하철 내부에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환경이 존재한다. 특히 디젤차량을 이용한 정비업무, 레일연마, 자갈도상 작업 등의 철로작업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은 지하철이 이동 중 피스톤 효과에 의해 국소 작업에 의해 발생한 먼지를 지하공간 곳곳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터널내벽 물청소 중에 날리는 미세먼지에도 작업자들이 많이 노출된다.
3) 이산화탄소
운전실의 이산화탄소는 안전운행과 직결된다. 실내공기가 이산화탄소 허용한도(1천ppm)를 초과하면 신선한 공기가 부족해 졸음이 쏟아지게 된다. 지하철 승무원들이 졸음을 참기 힘들어하는 것이 이산화탄소 과잉 때문이다.
승객들도 지하철을 타면 졸리는 건 객차에 신선한 공기가 잘 공급되지 않고 이산화탄소가 쌓이기 때문이다. 한 조사결과 서울지하철 1∼4호선 운전실 모두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해 러시아워에는 4천ppm까지 올랐다.
4) 매연
터널내부와 그 시설물을 점검하기 위해 지하철노동자들은 심야시간 모터카를 몰고 다니며 점검하고 작업을 한다. 이때 나오는 것이 디젤매연인데 이 매캐한 연소가스에는 각종 유해물질들이 존재하며, 특히 다핵방향족탄화수소라는 발암물질도 같이 나오게 된다.
5) 석면
석면은 악성중피종, 폐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지하철내에서 석면이 노출되는데에는 몇가지 오염원이 있어서다. 우선 지하철 역사내 석면을 함유하는 건축자재가 있고, 이들이 부식되면서 대기중으로 비산되는 경우이다. 둘째는 외부에 석면이 함유된 공기 유입으로부터이다. 지하철 시설물 중 석면을 사용한 것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지하철 신설동역의 천장 마감재 분석 결과, 석면 성분 5종(백석면, 청석면, 갈석면 등)이 검출되었다. 또한 최근에 30개역에 대한 조사에서도 21개 역에서 석면 함유 건축물이 확인되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석면이 어느 정도로 어느 공간에 함유되어 있고,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실제 현재 석면의 노출수준이 노출기준 이하일 수도 있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그 노출량이 작다 하더라도 발생의 확률이 낮을 뿐이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특히 지하철 공간내에서의 노출은 신체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이 많은 일반대중들에게도 무작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6) 습도, 온도 문제
습도와 온도 조절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온도를 높이기 위해 건조한 환경이 만들어진다거나 하는 문제 등은 단시간 머무르는 이용 승객들보다는 상시적인 근무를 수행하는 지하철 노동자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역무 노동자들이 겨울철에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질환을 많이 경험하는 이유도 이러한데 있다 할 수 있다.
7) 라돈
라돈은 암석이나 토양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로 지하공간이라는 특성은 라돈 등의 방사선 노출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라돈은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환기 상태가 나쁜 지하 공간에서는 심각한 오염물질이다. 특히 지하가 깊을수록, 지반이 화강암지역이고 지하수가 나오는 곳일수록 높게 나타난다. 라돈은 특히 지하공간내의 미세먼지에 부착되어 있거나, 지하수에 부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흡입하는 경우,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라돈은 흡연에 의한 영향 다음으로 그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려진,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로 미국이나 프랑스 등의 유럽국가에서는 기준치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이행하여야 하는 물질이다.
지하철내 라돈 농도를 측정한 연구를 보면, 일반 대기중의 농도에 비해 3-4배 정도의 높은 노출농도를 보고하고 있다.
특히 지하수를 이용한 습식작업(지하철 먼지를 부유하지 않도록 물을 뿌려줌)은 지하수 속에 포함된 라돈을 지하공간에 널리 분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8) 심리적 폐쇄감
이러한 공기질의 영향은 간접적으로 심리적 폐쇄감을 유발할 수 있다. 지하공간 자체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공황장애 등이 유발될 수 있음과 함께, 좋지 않은 공기질이 이러한 심리적 폐쇄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2. 그동안 왜 침묵했나?
대기오염의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나서도 한참 지난 후인 2000년에 접어들어서야 지하공간, 지하철 역내의 공기질의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는 최근까지도 무분별하게 사용되었고,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에도 석면제품을 사용토록 허용된 것도 (2002년) 최근까지의 일이다.
그렇다면 노동자와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을 비롯한 지하 공기질 문제에 대해 이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지금껏 왜 침묵해 왔을까?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직관을 뒷받침할 만한 기술적인 역량이 부족했던 것도 그 이유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위험성이 알려지고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되고 난 이후에도, 정부기관 및 지하철공사에서는 별다른 대책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고 난 이후 벌어질 문제를 그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알고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요구와 대안, 실천행동을 만들지 못한 시민사회단체, 노동보건단체, 노동운동진영도 그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최근 제안된 궤도 공공성 네트워크 모임에 주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