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손상시키는 유해요인은 크게 물리적(소음, 분진 등), 화학적 (유기용제, 중금속 등), 생물학적 요인 (세균, 바이러스 등)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골병과 과로사와 관련한 근골격계 부담요인(인원, 작업량, 작업속도, 휴식부족, 과도한 힘, 반복 등), 직무스트레스(장시간 노동, 주야교대, 상사와의 갈등 등)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추가된다. 그리고 우리는 노동과정중에 다양한 유해요인 노출되고 있다는 현실, 특히 생산직 작업장은 더럽고 지저분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노동자에게 주어진 ‘유해요인이 가득 찬 작업장’은 노동자의 건강권보다는 생산성과 이윤을 우선으로 하는 사업주 혹은 자본의 정책이 생산현장에서 일방적으로 관철된 결과로 봐야 한다. 이를 분명히 하고 시작하자. 여기에 노동자들의 현장개선의 필요성이 있으며, 사후처방으로서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으면 받을 필요가 없을!) 특수건강진단의 한계와 노동자건강권 보호의 최후보루라는 절박성이 존재한다.
1. 특수건강진단이란 무엇인가?
앞서 열거하였듯이 노동과정의 다양한 유해요인에 노동자들이 노동조건(공정)개선, 보호구착용 등을 통해 노출을 없애거나 줄이지 못하면 신체의 저항력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성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흔히 거론되는 직업병으로는 진폐, 소음성 난청, 유기용제 및 중금속 중독, 피부질환, 천식 등이 있다. 직업병 및 건강악화로부터 “근로자의 건강보호·유지(산업안전보건법, 43조)”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노동부의 ‘근로자건강진단제도’이다. 현행 건강진단은 ‘유해작업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일반건강진단을 받게 되고, 유해작업과 관련이 있는 경우는 특수건강진단, 배치전건강진단, 수시건강진단, 임시건강진단 등에 의해 신체검사를 받게 된다. 아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건강진단의 종류이며 특수건강진단은 유해요인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받는 유일한 정기검진이다.
제98조(정의)
2. "일반건강진단"이라 함은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하여 사업주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건강진단을 말한다.
3. “특수건강진단”이라 함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하여 사업주가 실시하는 건강진단을 말한다.
가. 특수건강진단대상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나. 직업병 유소견자로 판정받은 후 원인이 된 유해인자에 대한 건강진단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는 근로자
4. “배치전건강진단”이라 함은 특수건강진단대상업무에 종사할 근로자에 대하여 배치예정업무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위하여 사업주가 실시하는 건강진단을 말한다.
5. "수시건강진단"이라 함은 특수건강진단대상업무로 인하여 해당 유해인자에 의한 건강장해를 의심하게 하는 증상을 보이거나 의학적 소견이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사업주가 실시하는 건강진단을 말한다.
6. "임시건강진단"이라 함은 다음 각목에 해당하는 경우에 지방노동관서의 장의 명령에 따라 사업주가 실시하는 건강진단을 말한다.
가. 동일 부서 근로자 또는 동일 유해인자에 노출 근로자에게 유사한 질병의 자각 및 타각 증상이 발생한 경우
나. 직업병유소견자가 발생하거나 다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다. 기타 지방노동관서의 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위의 건강진단제도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이라 한다)에 적용”되며,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 역시 그 대상이 된다. 또한 이 법에는 학교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서 특수건강진단대상은 법에 정해진 ‘유해작업과 관련여부’에 따라 결정되는데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특수건강검진의 대상이 되는 유해물질은 177종으로 유기화합물 108종, 금속류 19종, 가스상 물질류 14종, 허가대상물질 13종, 금속가공유 1종, 분진6종, 물리적 인자 8종을 포함한다. 이들 물질에 직업적으로 ‘노출되면’ 농도나 시간에 관계없이 특수건강검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같이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산, 4만종의 화학물질이 국내에 유통, 이중 유해성 심사가 이뤄진 것은 8%(3710종)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특수검진대상유해인자의 107종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177종)
유기 화합물 (108종)
가솔린, 디메틸포름아미드(DMF), 메틸 알코올, 메틸 에틸 케톤(MEK), 벤젠, 2-브로모프로판, 브롬화메틸, 사염화탄소, 스티렌, 아닐린(아미노벤젠) 과 그 동족체, 아세톤, 아크릴로니트릴, 아크릴아미드, 이황화탄소, 콜타르, 크레졸, 크실렌, 톨루엔, TDI, 페놀, 포름알데히드, 헥산 등 상기 유해인자를 중량비율 1%이상 함유한 제제
금속류 (19종)
구리(분진, 흄 및 미스트에 한함), 납(연)과 그 무기화합물, 니켈과 그 화합물, 망간과 그 화합물, 산화아연(분진에 한함),산화철(분진 및 흄에 한함), 삼산화비소, 수은과 그 화합물, 4알킬연, 카드뮴과 그 화합물, 코발트(분진 및 흄에 한함), 크롬과 그 화합물, 텅스텐과 그 화합물 등 상기 유해인자를 중량비율 1%이상 함유한 제제
가스상 물질류 (14종)
불소,브롬,산화에틸렌,삼수소화비소,시안화수소, 아황산가스,염소,오존,이산화질소,일산화질소,일산화탄소,포스겐,포스핀,황화수소,상기 유해인자를 중량비율 1%이상 함유한 제제
허가대상 물질(13종)
크롬산 아연, 비소 및 그 무기화합물, 크롬광, 휘발성 콜타르피치, 황화니켈, 염화비닐, 석면, 상기 유해인자를 중량비율 1%이상 함유한 제제
금속가공유(1종) 미네랄 오일미스트(광물성 오일, Oil mist, mineral)
분진(6종) 곡물 분진, 광물성 분진, 면분진, 목분진, 용접 흄, 유리섬유 분진
물리적 인자(8종) 소음, 진동, 방사선, 고기압, 저기압, 유해광선(자외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및 라디오파)
특히 노동강도의 강화와 관련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직업관련성 질환인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질환이 특수건강진단의 대상이 아닌 것은 노동자 건강보호에 큰 구멍이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수시검진’ 제도는 유명무실화 되어있고, ‘임시검진’ 제도 역시 활용도는 극히 낮은 편이다.
이제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특수건강진단제도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짚어 보도록 하자.
첫째, 직업병의 조기발견이라는 최소한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큰 문제점으로 제기되었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사항이다. 특수건강진단에서 발견되는 직업병은 진폐와 소음성난청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작업장 노출로 나타나는 폐암, 백혈병 등 각종 암을 포함한 희귀질환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상당수의 노동자가 앓고 있는 피부질환이나 호흡기 천식 및 비염 등도 거의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으로 진폐와 소음성 난청이 상대적으로 유해인자가 분명하고, 진단이 상대적으로 객관적이라는 점에 일부 기인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유기용제, 중금속 중독이나 천식, 피부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경우 산업의학 전문의의 소견과 자세한 문진과 진찰, 그리고 관심의 부재가 큰 이유를 차지한다.
구조적으로는 전문의의 진단에 필요한 검진시간의 제한, 정기적인 집단검진의 한계, 보다 중요한 것으로 직업병 발견시 예상되는 회사와의 재계약상의 불이익 등의 원인이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특수 및 일반건강진단기관 선정권을 요구하고 적극적으로 행사하여야 한다.
둘째, 특수건강진단 대상자중 상당수가 누락된다는 점이다.
177종으로 한정된 특수검진대상 유해인자 선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앞에서 간략히 언급하였다. 또 다른 문제는 177종의 유해인자에 실제 노출된 노동자도 특수검진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수건강진단 대상자 선정과정을 찬찬히 살펴보자.
기술적으로 특수건강진단의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노출되는 유해인자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기초자료가 작업환경측정결과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이다. 그러나 이미 작업환경측정결과의 신뢰성은 바닥에 있고 MSDS의 기재내용의 정확성에 대한 불신 또한 상당하다. 특히 유기용제는 복합유기용제와 불순물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모두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거나 표기를 하였더라도 유해물질이 빠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장노동자 및 노동조합에서는 작업환 경측정에 대한 감시와 MSDS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노동자의 알 권리차원에서 물질안전보건자료가 현장내 비치 및 작업환경측정 및 MSDS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을 요구하여야 한다.
또한 특수건강진단대상자의 선정을 사업주가 하게 되어 있어 동일 혹은 유사업무를 하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동일부서에서 유사작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검진항목이 서로 다른 경우 그 이유에 대해서 분명히 밝히고 시정을 하여야 한다.
셋째, 특수건강진단의 검진항목 선정의 부실이다.
검진기관에서 특수건강진단을 위해서는 검진을 실시하기 전에 해당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자료 및 과거 검진자료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출유해인자를 재확인하고 노출인자와 노동자의 과거질병여부에 따라 적절한 검진항목을 선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지적하였듯이 작업환경측정결과의 신뢰성 부족, MSDS의 부정확성 등으로 인해 혈액이나 소변을 통한 검사항목이 잘못 선정되거나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스프레이 도장작업과 용접을 동일공간에서 하는 노동자는 해당 유기용제(톨루엔 등)와 용접노출과 관련된 중금속, 소음, 유해광선 등에 대해 함께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중 일부만 받는다거나 일반건강진단만을 받는 것이다. 더구나 검진기관내에서 검진전 산업의학전문의가 검진항목과 방법을 사전에 적절히 챙기는지도 노동자들은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
기관의 입장에서는 전문의 인력의 부족, 낮은 검진수가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으나, 이러한 요인들이 부실한 검진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현재의 비뚤어진 산업보건제도의 형성과 정착에 전문가들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대기업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종합건강진단을 복지차원에서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발암물질과 장시간 노동 등에 노출되는 노동자에게 건강진단항목을 늘린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유해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해당 유해물질의 노출에 맞는 적절한 특수검진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 스스로 노출물질과 이에 해당하는 특수건강진단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검진과정에 대한 노동조합의 역할이 검진의사의 진료과정에 대한 감시와 함께 검진결과에 대한 내용적 검토도 함께 했으면 한다.
넷째, 특수건강진단 과정이 충실히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현행의 검진방식은 대부분 특수검진기관이 해당 사업장을 방문하여 집단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는 생산성을 절대가치로 단 한시간이라도 아끼려는 사측의 이해와 짧은 시간에 많이 쳐내려는 검진기관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상담시간에 대한 압박, 회사관리자의 입회하에서 검진으로 인한 노동자의 눈치보기로 검진의사와 노동자와의 상담시간과 내용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작업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사업주의 이해 때문에 새벽검진이나 점심시간검진 등 노동자의 휴식시간을 줄이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또한 소변 등 생체시료의 채취가 검진과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작업종료 전 시료채취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문제도 다발하고 있다.
이는 곧 특수검진의 중요한 잣대가 휘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전공의나 일반의사, 혹은 타과전문의에게도 독립적인 특수검진자격을 주자는 주장, 그리고 시료채취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문제를 오도하는 것이다.
올바른 해결책은 충분한 산업의학전문의를 양성하고 특수건강진단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재정지출의 확대 등이 보다 적절한 대책일 것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개별검진권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개별검진 역시 현장개선을 위한 사업장 및 부서 단위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섯째, 특수건강진단결과가 사후조치, 특히 작업환경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지 못하다.
특수건강진단으로 직업병을 발견한 경우 반드시 그 원인이 된 노동조건 및 작업환경을 찾아 개선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당연히 과거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대한 검토가 따라야 하고, 필요하면 작업환경에 대한 재측정 및 역학조사 등의 사후조치, 그리고 현장에 대한 종합적 개선대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의 조치내용은 건강상담, 보호구착용, 추적검사, 근무중 치료, 근로시간 단축, 작업전환, 근로금지 및 제한, 직업병 확진 의뢰안내 등의 개인적 관리에 치중되어 있고 현장개선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없다.
게다가 직업병 환자로 진단되었을 때 필요한 근로시간 단축, 작업전환, 근로금지 및 제한, 직업병 확진의뢰안내 등도 사업장과 유착된 일부 검진기관에서 사후조치로 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노동시간과 관련된 경우 해당 노동자의 월급의 보존이나 고용안정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노동자 스스로 건강진단기관의 행정적 조치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현실 역시 바뀌어야 한다. 또한 특수건강진단기관이 사업주로부터 건강진단 비용을 직접 받는 현실에서 직업병 유소견자의 판정 자체에 있어서도 사업주가 싫어하는, 사업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노동조합에서는 특수건강진단의 선정권의 확대와 감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장개선의 노력이 없는 특수건강검진은 결국 직업병 발생을 알고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노동조합과 노동자는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이글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특수건강진단제도의 문제점을 일부 정리하였다. 이 외에도 비정규직, 건설업, 이주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의 특수검진으로부터의 사회적 배제, 특수건강 진단기관과 사업주의 구조적 유착가능성, 부실한 특수검진에 대한 노동부의 감시부족, 현장개선을 중심으로 한 산업보건체계의 비젼의 부재, 노동자 참여의 필요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이에 대해서는 특집 3에서 논의된다). 결국 현재의 산업보건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며 해외모범사례의 발굴,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법적체계, 산재예방기금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 중소규모사업장 및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산업보건지원대책, 산업보건정책수립과정에서의 노동자의 참여, 산업안전보건감독제도, 산업보건에서 전문가의 역할 등이 모두 검토의 대상이다.
결국 특수건강진단제도의 내용 있는 개선을 위해서는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시하는 원칙을 만들어내고, 사측과 특검기관들과의 연계 고리를 끊어내는 노동자의 감시, 그리고 현장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현장개선 노력이 반드시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