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에는 150여분의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이른바 계약직 노동자들이다. 이 분들의 업무는 식당조리, 모터카 운전, 매점관리, 청사관리 등으로 1년 단위 계약을 통해 많게는 10여 년간 근무한 분들이다. 그런데 비정규악법이 만들어지고 올 7월1일 시행되면서, 정부의 말과는 달리, 지방공기업인 도시철도에서는 직접고용 형태인 계약직 업무를 간접고용인 용역, 파견으로 돌려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처음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도시철도노동조합에 가입을 하려고 했으나, 노사협조주의 집행부의 가입거부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되었다. 막막했지만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순 없다는 생각에 공공노조에 가입하고 도시철도 비정규직 분회를 결성하였다. 그랬더니 이번엔 “도철노조가 계약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데 왜 공공노조에 가입했는가?”“도철노조가 다 알아서 신경 쓰고 있으니까 공공노조에 가입하지 말라”등등 오히려 노동조합에서 협박을 했다. 노동조합의 이러한 협박이 정말로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도철노조로 가입을 하려고 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노동조합 가입도 거부하면서 신경 쓴다, 노력한다, 걱정마라고 하면 과연 누가 그 말에 생존권을 온전히 맡기고 기다리겠는가. 계약직의 공공노조 가입은 고용을 스스로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자 선택이었다. 현재 계약직 모두가 함께 공공노조의 조합원이 되지 못한 것은 그것이 잘못된 길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안타깝지만 공사의 회유와 협박으로, 도철노조와 일부 간부들의 책임성 없는 말잔치에 현혹되어서이다.
나의 생존권은 내가 지킨다! 계약직 스스로 주체가 되어 투쟁에 나서고 있다.
비록 저임금 고강도의 직장이지만 10년 넘게 평생직장이려니 근무하면서 가족과 평화로운 생활을 하던 이들을 누가 낯설고 낯선 투쟁의 현장으로 내몰았는가? 그것은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공사임에 틀림없다. 투쟁가도 구호도 팔뚝질도 어색하기 그지없지만 함께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투쟁하지 않고서는‘알아서 잘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처음으로 집회에 나서고 처음으로 머리띠를 묶었던 것이다. 도시철도 비정규직 분회의 조합원은 모두 20여명으로 공공노조 가입이후 공사 앞 집회, 서울시의회 1인 시위, 노동절 집회, 공사 항의방문 투쟁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아직 미약한 힘의 결집이지만 나의 고용안정을 위해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있으며, 노동자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지난 5월 18일 도철공사와의 첫 교섭, 일련의 계약직노동자들과 공공노조의 투쟁을 통해 인위적으로 해고하지 않겠다는 공사의 답변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3월까지 서울시에 보고된 공식입장은 외주화 추진이었는데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누가 뭐라 해도 스스로 투쟁에 나선 계약직 노동자의 노력의 결과이다.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당장 계약이 연장되더라도 급한 불만 끄기 위해 연말까지만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짙으며 추후 무기계약이 언급되어도 노동부에서 제시한 해고가 자유로운 근로계약서를 강요할 것이다. 때문에 이제까지의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정년까지 계약해지의 위협에 시달리지 않는 완전고용을 쟁취해야 한다. 이 투쟁의 길에 이전까지 해왔듯이 도시철도 비정규직 분회, 공공노조 그리고 정규직 활동가들도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