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여수산단 비계공 (용접공이 작업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드는 일을 하는 노동자)으로 20년 가까이 무방비로 석면에 노출돼 일해오다 지난해 1월 청천벽력과 같은 폐암 3기 진단을 받은 이재빈 조합원의 산재 신청에 대해 공단이 무려 360일 만에 판정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불승인!!!
여수지사는 한국산업안전공단 부설 직업병연구센터에 의뢰했지만 센터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평가위원회'에 다시 맡겼다. 의사와 노동부 간부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 위원은 모두 17명으로 이 가운데 4명이 빠진 채 13명이 표결했다. 위원 6명은 산재로 인정했지만 나머지 7명은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재빈 조합원은 석면이 포함된 보온재의 분진이 날리는 현장에서 일회용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해왔다. 특히 셧다운(16
대정비) 기간에는 파이프라인 철거작업을 하며 훨씬 많은 양의 석면분진을 여과없이 들이마시며 일해왔다.
역학조사결과 2004년까지 여수산단에서 석면 관련 제품이 사용되었고, 이와 관련 최근 3명의 폐암환자가 발생하였는데도 공단은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여수건설노조는 5월29일 공단 여수지사 점거투쟁에 이어, 5월30일 '이재빈 동지 산재승인 쟁취투쟁 결의대회'를 공단 앞에서 열고 산재 불승인을 규탄하고, 힘찬 투쟁을 결의했다.
점거농성에 들어갔던 김행곤 여수건설노조 노안국장은 "이재빈 동지의 역학조사 결과가 7:6으로 나왔다. 사람의 목숨을 과반수로 결정하느냐? 사람의 목숨을 쪽수로 정리할 수는 없다. 7명이 불승인 의견을 냈지만 6명은 승인 의견을 냈으니 지사장이 사람이라면 신중하게 판단하여 승인을 했어야 한다. 이재빈 동지에게 어제 이야기했다. 차라리 죽어버리지, 죽었으면 산재승인 해주지 않았겠냐?" 라며 울분을 토했다.
폐암 투병 중인 이재빈 조합원은 “오늘 오신 조합원들의 일당만 보태도 보상금은 충분할 것 같다. 현장에서 기계에 들어가 발암 물질인 석면과 직접 접촉했다. 파이프 아래서 뒷짐만 지고 쳐다보고 가더니만 역학조사를 마쳤다니, 일하는 곳을 제대로 살펴도 안 보고 무슨 '역학조사'를 통한 산재 불승인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기봉 여수건설노조 위원장도 "뼈빠지게 20년, 30년 일하다 병에 걸려 죽게 생겼는데, 불승인 판정은 이재빈 동지를 두번 죽이는 일이다.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사기치는 공단을 절대 용서할수 없다." 며 힘찬 투쟁을 결의하였다. 집회장은 "건설노동자 기만하는 근로복지공단 박살내자!" 는 구호와 조합원의 분노로 뜨거워져 갔다.
석면폐암의 산재인정 쟁취 투쟁은 단순히 여수건설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건설노동자의 투쟁으로 가능한 것이며, 노동자건강권 쟁취를 위한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