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7/8월/특집2] 현대중공업의 무재해 운동은 현장통제 강화, 노동강도 강화, 산재은폐 운동이다

현대중공업의 무재해 운동은 현장통제, 노동강도 강화 운동이다.

현대중공업은 2007년을 중대재해 추방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대대적인 무재해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무재해 운동은 “하이파이브 운동, 툴박스 미팅, 마이 존 운동” 등으로 불린다.

하이파이브 운동은 5가지 중대 재해(추락, 압착, 감전, 가스질식, 폭발) 예방을 위한 운동이다. 이를 위해 현장 특별 점검, 사고 예방 교육, 안전체험 교육장 체험 등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특별 안전 점검은 하나마나한 형식적인 점검으로 끝나고, 사고 예방 교육은 현대중공업 안전영상자료 제목처럼 ―“당신은 가해자가 되시렵니까”― 노동자를 가해자로 낙인찍고 안전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겠다는 사측의 노골적이고 악의적인 선무방송이고, 안전체험 교육장은 말 그대로 체험일 뿐이다.

툴 박스 미팅(TOOLBOX MEETING)이란 하루 3회(조회, 중회, 석회) 작업장 자재함 주위에 모여 동일 작업구역의 팀원들 간에 그 날의 안전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결방안을 스스로 제시하자는 취지의 활동이다. 05년 초반부터 시작해 2년이 되었다. 현대중공업은 이 툴 박스 미팅활동의 도입 덕분에 회사의 중대재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직영 및 하청노동자들에게 TBM활동을 ‘생활화’할 것을 수시로 강요해왔다. 이제는 이른바 ‘나홀로 지적’이라고 하는 개인별 활동 내용까지 부여하고 있다. 현장에 가면 이 ‘나홀로 지적’을 실행하는 작업자들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데, 예컨대 일자형 사다리에 오르기 전에 “사다리 고박 확인 좋아! 사다리 고박 확인 좋아!”를 홀로 복명복창하면서 간단한 점검을 마치고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툴 박스 미팅은 중대재해를 눈에 띄게 줄이는 운동이 아니라, 사측의 현장 통제 관리시스템이다.

6시30분부터 시작되는 현대중공업 출근 길은 7시 30분이 지나면 뚝 끊어진다. 모두가 바쁘다. 정신이 없다. 7시40분 현장 곳곳에서는 구령소리와 함께 아침 체조가 벌어지고 7시45분 툴 박스 미팅(TOOLBOX MEETING)을 진행한다. 점심시간, 12시 정각까지 식당 문은 열리지 않고 관리자들은 식당 문 앞에서 감시한다. 배식순서를 기다리는 줄은 식당 안 배식대에서 출입구 계단 밑까지 기다란 인간띠를 형성하고 있다. 정오부터 30분, 길게는 40분 가량이 흘러야만 출입구 바깥으로 삐져나온 줄은 간신히 꼬리를 안으로 감춘다. 허겁지겁 한 끼를 때우고 나면 담배 한 대 피울 시간, 커피 한 잔 먹을 시간조차 빠듯하다. 12시 50분 점심 툴 박스 미팅(TOOLBOX MEETING)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17시55분에 저녁 툴박스 미팅이 진행된다. 조기 출근 조기 체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점심시간조차 밥 먹으면 땡인 시간이 되어 버렸고 배 위에서 작업을 마치고 내려오는 시간은 작업 시간을 자연스럽게 초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무재해 실현을 위해 툴 박스 미팅(TOOLBOX MEETING)에 더해서 MY-ZONE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MY-ZONE운동은 1. 작업장 청소, 청결 2. 안전문제점 스스로 제거 3. 내일업무 사전준비 등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작업장은 내가 책임진다’는 기조는 그러나 업무량과 노동강도를 강화시킬 뿐이다. 툴박스미팅에다 MY-ZONE운동까지 지금 현장 노동자들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휴게시간조차 빼앗기고 시간에 쫒기고 해야 할 일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무재해 운동인 하이파이브 운동, 툴박스 미팅, 마이존 운동은 무재해 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를 부르고 있는 운동이다. “생산 공정을 준수해서 생산목표를 달성하자”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의 지침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생산 공정을 준수해서 생산목표를 달성하자”(골인500운동)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의 지침은 공정을 준수하기 위한 숨 막히는 경쟁과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노동강도를 강화시켰다. 현장은 생산목표 달성을 위해 완전히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2007년 3월28일 젊은 하청노동자 천태수씨가 사망했다. 화재가 발생한 3도크 1800호선 LPG선은 진수를 앞두고 있었다. 진수식을 앞둔 현장은 전쟁터다. 표준안전작업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현장에서는 혼재작업이 강행된다. 잔업 특근 철야를 해서라도 진수식 날짜는 맞춰야 한다. 화기작업에는 반드시 현장 안전지킴이를 배치하고 언제든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간단한 안전상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고 진수 날짜를 맞추기 위한 무리한 작업 공정, 혼재작업이 중대재해를 불러왔던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무재해 운동은 “생산공정을 준수하고 생산목표 달성을 위한” 노동강도, 현장통제의 강화이다. 생산목표 달성을 통한 이윤추구를 위해서 직영 하청 노동자들의 목숨은 몇 명이 죽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작업공정은 숨이 가쁠 정도로 빨라지고 있고, 이에 따라 노동강도는 직영, 하청노동자들의 근육이 걸레가 될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관리자들은 아침 조회 시간에 힘빨 받을 때의 최고도의 집중을 하루 종일 유지해야만 간신히 물량을 마칠 수 있는 오더를 준다. 하청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의 눈 밖에 나면 언제든지 해고와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찍히지 않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사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지킬 것 다 지키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하면 검사시간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위험한 것 뻔히 알면서도 일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하청업주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량을 쳐 나감으로써만 폐업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퇴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노동재해를 은폐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현대중공업의 무재해 운동은
산재은폐운동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무재해 100만시간, 무재해 200만시간 달성 등 각 팀 반과 하청업체 간의 무재해 기록을 세우기 위한 경쟁들이 가속화되어 왔다. 매달 월요일에 진행되는 부서별 안전결의대회에서 무재해 포상이 수여되는데 무재해 포상을 받은 부서 및 업체에는 일하다 다쳐 병원에 입원한 노동자들이 수두룩하다. 고 손창현 동지의 자결은 현대중공업 무재해 운동(산재은폐운동)이 부른 참화이다.

故 손창현 동지는 7월11일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쳤고, 요추 염좌, 추간판탈출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 당연히 산재신청을 해야 함에도 공상처리 하였다. 하청노동자들에게 산재신청은 해고를 각오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달이 지난 8월12일 공상기간 연장을 요구하자 업체 총무는 곧바로 무급 처리하겠다고 협박했고 나아가 산재신청을 하게 되면 퇴직처리 하겠다고 협박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당하는 폭력이다. 출입증을 갱신한다면서 달라고 했던 출입증은 돌려받지 못했고 곧바로 출입을 통제 당했다. 현장에 들어갈 수 없고 업체로 연락을 해도 연락을 받지 않는다. 그렇게 소모품처럼 거리로 버려지는 것이다.
한성ENG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7월급여명세서에서 故 손창현 동지의 소속은 “퇴사자 산재신청한 하청노동자들을 “퇴사처리”하는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한성ENG에서는 전산오류라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말을 일삼았다
”였다. 자신이 퇴사처리 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故 손창현 동지는 8월23일 해고를 각오하고 산재요양신청을 했다. 산재요양신청 이후에 한성ENG에서는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故 손창현 동지는 산재결정이 될지, 아픈 몸은 완치할 수 있을지, 과연 복직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故 손창현 동지는 9월 1일 업체 총무를 찾아가 복직을 요구했다.
한성 총무는 “완치되었다는 주치의의 각서”를 받아올 것을 강요했다. 이것은 사실상 복직시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허리디스크는 하루아침에 낫는 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故 손창현 동지는 아픈 몸을 이끌고 통원 치료 받으면서 완치 소견서를 받으려고 9월 한 달을 그렇게 보냈다. 이 과정에서 한성ENG는 10월1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30만시간 무재해 포상을 받았다. 무재해 포상을 받기 위해서는 故 손창현 동지는 ‘퇴사자’ 처리되어야 했던 것이다.

지금도 무재해 100만시간을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직영 하청노동자들이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산재은폐에 신음하고 있다.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산통제권은 비례한다. 실제 현대중공업에서 중대재해가 줄어들었던 것은 현중노조가 현장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을 때이다. 하지만 95년 무쟁의 원년을 시작으로 해서 중대재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중대재해를 막고 노동자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바로 노동자들에 의한 생산 통제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결과가 아니라 원인에 대한 투쟁, 자본과의 전면적인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재 현중사내청지회는 선전 차원에서 현장통제 노동강도 강화 분쇄, 적정여유인력 확보(맨아워 통제)와 표준안전작업, 노동시간 단축과 위험작업에 대한 작업중지권 쟁취를 주요한 요구로 제기하고 있고, 실천의 영역에서는 “다치면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당면한 주요 요구로 제기하고 있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산재 요양 이후 복직거부, 연이은 해고에 맞서 오세일 동지가 투쟁하고 있다.

작년부터 하청노동자들에 의한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직접 행동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임금성 요구(일방적인 임금 삭감 반대, 연말 성과금 지급, 소급분 수당 인상 등)에 머물고 있지만 현장 하청노동자들의 대중적인 의식이 변화하고 있고 “권리”에 대한 요구로 확대되었을 때, 하청노동자들의 직접 행동은 노동조합과 결합하여 조직적인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중행동의 중심에는 노동자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모든 권리들이 깃발이 되어 휘날릴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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