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7/8월/칼럼] 우리도 미치기 싫다구요!!!

어느 날 병원 외래에 말끔한 차림의 중년 아저씨 여러 명이 들어섰다.

“왠일일까? 누가 환자고, 누가 보호자야?”

그런데 다 환자란다. 그것도 모두 적응장애라고 하면서 정신과 의사의 진단서를 내밀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집단적으로 적응장애 진단을 받아서 왔단 말인가 하고 긴가민가 하면서 과정을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울산의 주식회사 한주. 얼마 전에 여성노동자들의 해고복직투쟁이 있었던 사업장이다. 외래를 찾아온 환자들은 바로 그 주식회사 한주의 과장급 사무직 노동자들로서 사연은 이렇다.

모두 6명으로서 대부분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사무직이었다. 기술직, 전문직 과장으로서 일하여 왔는데 2005년에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구조조정이 이사급부터 하위직으로 확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과장급 사무직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였으며, 이것을 이유로 회사에서는 2005년 12월 28일에 노조가입자를 해고하였다고 하며 이 과정에서 이 6명의 사무직 노동자들도 해고가 되었다. 이후 부당해고라는 노동부의 판정을 받고 2006년 2월 27일에 복직을 하였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부에서 원직에 복직하라는 판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총무팀에서 창고처럼 사용하는 사무실에 복직자들을 배치하고, 일어, 영어 번역 리포트를 쓰게 하거나 업무라고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잡일을 4개월 동안 시켰다. 4개월 이후에 무의미한 작업을 거부했는데 이번에는 복직자들을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품질관리교육을 안성에 한달간 보내어 집체교육을 강제로 받도록 하였다.
품질관리교육을 모두 이수하고 복귀한 이후에는 한 여름에 동료, 부하직원이 보는 앞에서 회사내의 잡초제거 작업을 약 1달간 시켰고 이 과정에서 복직자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으며 결국 이 작업도 거부하였다. 이후 2007년 3월 1일부로 회사에서는 복직자들을 모아놓아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는지 모두 타 부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해서 배치를 하였는데 원래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부서에 배치하고 구석에 책상하나만 지급하였다. 그리고 이제까지 자신이 한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업무에 대한 리포트를 매일 제출하게 하면서 컴퓨터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부서원과의 접촉도 차단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이 노동자들은 매일매일의 억울함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고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고 지인들을 만나기를 기피하였으며 그 외에도 두통, 안면홍조 등의 증상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결국 6명 모두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현재에 이르고 있었다.

사실 이 노동자들은 전에는 노동조합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술직 사원들이었다. 누가 이들로 하여금 투쟁을 외치게 하였는가?
사측은 강제로 해고를 시키지 못하니 괴롭히고 모멸감을 심어줘서 스스로 사표를 내도록 하고 있는 것이 명백히 보이지 않는가?

우리나라처럼 정신과 질환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사회에서 내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누가 얘기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사측의 저런 탄압을 받으면 그 어떤 사람도 이 노동자들과 똑같은 상황이라면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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