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7/8월/지금 지역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을 향한 끈질긴 싸움이 필요할 때

지난 3월 산재노동자가 강제치료종결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사측의 탄압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생계의 위협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직 치료받기를 원하며, 고통속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채 고통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움직일 수 없다고 해도, 비록 수년간 병원 생활을 한다 해도,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며, 그들에게 생명을 결정지을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에게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해 줘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그들의 권리이다. 일하다 병들어 어쩔 수 없이 병원생활을 수년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치료받을 권리를 법이 보장하고 있기에 그들의 생명을 끊을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이렇게 아픈 사람의 생명줄을 쥐고 ‘승인이네, 불승인이네’ 말하며, 좌지우지 ‘그들의 책임을 다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다.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은 무수히 많다. 정년퇴직을 얼마 앞두고 20년 넘게 힘들게 일했던 노동자, 정년퇴직을 하고서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온몸이 만신창이된 노동자, 아직 한창이지만 이제 정상적인 일을 할 수도, 생활마저 꾸려나갈 수도 없는 젊은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김○○씨

23년간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마다하지 않고 온힘을 다해 중량물 작업과 독한 약품을 섞으며 일하다 지난 2005년 허리를 삐끗하는 대수롭지 않는 사고를 당했다. 그 후 움직일 수도 걸어다닐 수도 없는 보이지 않는 고통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디스크로 산재요양 신청했지만, 디스크는 불승인되고 염좌만 승인, 5개월가량 치료를 받고 다시 어깨와 허리 아프지 않는 곳이 없어 병원을 찾아 진단을 했더니 이번에 근막통증후군, 이후 근막통증후군으로 약 6개월 치료를 했다.
그래도 아직 온몸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통증은 늘어가 디스크를 다시 직업성으로 최초요양신청 했으나 이번에는 디스크가 없다는 어이없는 소릴 하는 공단.
20년 넘게 일해 남은 것은 병든 몸, 이렇게 일하다 병든 몸을 치료받기 위해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20년을 넘게 일했는데 이제 누구하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더 억울한 건 이것이 온전히 내 잘못이 아니며, 보호 장치가 있음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더 열 받는다.

서○○씨

2004년 정년퇴직을 하고 1년 사내업체에 재취업해 일하다 어깨 통증으로 병원치료를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겨우 산재요양신청이 가능하다고 하여, 산재요양 신청했으나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되었다. 이를 [건강한노동세상]에서 문제제기하여, 다시 현장평가를 진행하고 어깨에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소견으로 공단과 약 1년 동안 힘겹게 싸워 불승인을 승인으로 바꿔 놓았다.

최근 어깨 수술을 하고 치료를 해도 팔로 내려오는 통증이 가시질 않아 경추 MRI촬영을 했더니 경추 디스크라는 소견을 받고 추가상병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단에서는 '경추 디스크아니다' 라는 어이없는 판정으로 추가상병을 불승인시켰다. 이에 공단에 항의했더니 이는 추가상병이 아니라 최초요양을 했어야 했단다. 이런걸 알면 미리 알려 줬어야지, 불승인 내려놓고 항의하니까 그제서야 추가상병이 아니라 최초요양이란다. 정말 어이가 없다.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도 모조리 불승인이라는 딱지를 붙여야 속이 시원한 것 같다. 어깨 쪽 승인을 받을 때 경추는 전혀 현장 평가가 되지 않아서 추가상병 신청했지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추가상병은 불승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도 많고 일을 하지도 않는 지도 꽤 오래 되었으니, 이것은 개인질병에 가깝다고 하는 공단 직원의 말.
무슨 의사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 이런 말에 재해자들은 모두 속아 넘어가겠지...

김○○씨

2005년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치는 사고로 요추 디스크가 인정되었다. 주치의는 고정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의 전능하신 공단 자문의사님들은 ‘고정술은 필요없다’ 며 고정술 수술은 불승인 하고 ‘추간판제거술’ 만 하란다.

완치된다는 확신도 없이 인간의 몸에 칼을 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대도 자문의사님들은 다음에 더 아프면 다시 수술을 하란다. 그래서 수술 없이 재활을 통해 조금 좋아지는 상황에서 공단에서는 여지없이 치료기간이 길다며 치료종결을 결정했고, 완전한 몸도 아닌 상태에서 사고가 있기 전 그 작업장으로 돌아가, 몇 개월 일을 하지도 못하고 또 다시 악화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조차 없이 아프고, 길을 가다 갑작스런 통증으로 119를 불러야 할 정도로 심하다. 재요양 신청에서 자문의사님들은 최초 종결당시보다 호전되었다는 믿지 못할 소견들을 내면서 재요양 불승인 결정을 하였다.
호전되었으면 재해자에게는 오히려 기쁨의 소식이 되어야 할 텐데 최초 종결을 하고 병원을 나올 때 보다 허리의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119를 불러야 할 정도까지의 상태가 되었으니, 공단의 이런 결정은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불승인 판정 후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한결 같이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는 소견을 낸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나를 직접 보고 관찰한 주치의를 믿어야 할까? 공단에서 자랑하는 여러 명 이 모여 공정하게 판정한다는 자문의사님들의 소견을 믿어야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환자를 직접보고, 얘기를 듣고 검사한 주치의의 판단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얼마나 대단한 자문의사님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를 직접 보지도 듣지도 않는 그들의 말을 믿기는 쉽지 않다.

공단을 향한 끈질긴 싸움이 필요할 때

인천지역에서 위의 세 분의 상황을 폭로하는 산재노동자 불이익 피해 사례 증언대회를 지난 7월 9일 열었다. 모두들 산재로 2년 넘게 고통의 나날들을 보내었고, 한 번의 산재로 이렇게 몇 년을 싸워도 산재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음을 느꼈다. 또한 벌써 수 십년을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는 단 한 가지 상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이제 그들은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이들을 보고 있지 못하다.
이런 과정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묘안은 없다. 하나하나 지역에서 공단을 타격하고 지속적으로 사회화시켜 내는 길 밖에 없다. 점점 더 권위적이고 권력화되어 가는 공단을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지역에서 공단의 피해사례들을 들춰내어 그 실상을 폭로하고, 공단에 타격 투쟁을 조직해 들어가야 한다.
또한 산재의 문제가 그들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작업 현장의 문제에 노출되어 있는 전체 노동자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임을 알려내야 한다. 지난 DMF 중독으로 인한 산재사망 건을 통해 우리는 특수건강검진의 심각한 문제를 보았다. 이 과정에서 산재가 발생하고 있음을 우리의 머리로는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손과 발로는 알고 있지 못하다.
이번 증언대회와 인천지역의 근로복지공단 항의를 하면서 우선 승리하는 싸움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적인 문제는 다양할 것이다. 부당한 불승인에 대한 사과와 그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는 끈질긴 싸움이 필요할 것이다. 이후 공단 본부를 통해서 아니 소송을 통해서라도 산재승인을 받고 다시 지역의 근로복지공단 타격을 통해 사과를 받아내는 과정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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