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월/작업환경과 노동자] 제 1 편. 완성차 공장
위성 TV와 지역 케이블 TV로 송출되는 Rtv(시민방송)에서는 노동자뉴스제작단과 함께 현장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교육 프로그램인 ‘노동자, 노동자’를 제작하여 방영하고 있다.(www.rtv.or.kr)
'노동자, 노동자‘의 여러 기획 중 하나인 ’작업환경과 노동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기획 제작하여 2007년 1월부터 격주로 일요일 마다 총 9회 방영되었다. 이를 정리하여 동지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관심이 있는 동지들은 Rtv(시민방송) 홈페이지에서 생생한 영상도 확인하시고, 다른 방영분도 시청하시길 바란다.
아래 내용은 방송 내용을 재편집한 것이다
‘노동자, 노동자’는 완성차 공장을 우선 방문하고 살펴봤습니다. 이유인즉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노동자의 건강문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장이기 때문이거든요. 자르고, 붙이고, 다듬고, 칠하고, 조립하고 등등 제조업의 종합 선물 세트라 할 수 있다 이거죠. 한편 세계적인으로 구조조정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잊지 말자!! 구조조정은 중요한 노동환경 중의 하나! 자 이제 작업장의 환경과 노동자 건강문제를 살펴 볼까요?
1. 관련작업과 유해요인
1) 단조 전처리 작업
독한 화학물질 냄새로 가득한 단조 전처리 작업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냥 자동차 문, 보넷트가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우선 금속소재에 방청 페인트(녹쓰는 것을 방지하는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서는 금속표면을 매끄럽게 해야 하는데, 이때 독한 화학물질을 쓰게 됩니다. 금속을 매끈매끈 하게 하니 얼마나 독하겠어요. 가령 알칼리에 담가서 기름기를 제거하고, 산에 담가서 산화철 성분을 제거하는 겁니다. 알칼리나 산이 몸에 닿으면 화상이나 실명의 위험이 있죠. 게다가 높은 온도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증기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집니다. 실제로 이 공정에서는 황산이 쓰이고 있었으니까, 황산가스를 마시면서 일하는 셈이겠지요.
2) 용해 작업
작업 중에는 금속을 녹이는 작업도 있죠. 우리가 가본 곳은 철이나 알루미늄을 가열해서 녹이는 용해작업인데요, 금속을 녹이려니까 수백 도에서 천 도 이상 높은 온도로 가열합니다. 이 작업에서는 물을 데우면 하얗게 김이 나듯이, 금속도 높은 열을 가하면 흄이라는 상태가 되서 공기 중에 섞입니다. 일산화탄소나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가스도 함께 발생하구요. 이런 성분들은 호흡기를 자극할 뿐 아니라 심각한 만성 호흡기 장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3) 도장 작업
차가 때깔이 날려면 예쁘고 멋진 색이 입혀져야 합니다. 이것을 도장 작업이라 합니다.(찍는 도장 말고요^^) 이 역시 보통 유해 작업이 아닙니다. 도장작업에서는 페인트와 이를 희석하는 신나, 그리고 각종 보조첨가제가 쓰입니다.
이 제품들에는 각각 수십 종의 유기용제, 수지, 중금속 등의 화학물질이 들어있구요. 그로 인해 피부나 점막, 호흡기 자극을 비롯해서 간이나 신장 장해, 중추신경 장해, 생식기능 장해, 그리고 백혈병 등의 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주물 작업
주물작업은 금속을 형틀에 놓고 원하는 모양을 찍어내는 작업입니다. 이때 주물사 즉 주물모래를 사용하는데, 아주아주 미세한 모래분진(먼지)이 오랜 기간 몸에 차곡차곡 쌓이면 결국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게 됩니다.
5) 무인자동화작업
자동차 공장에 보면 거대한 기계가 불꽃을 튀기면서 용접 및 대 조립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왜 TV에서 막방하고 애국가 할 때 많이 나오는 장면 있잖아요. 무인 자동화 공정이기는 하지만 이따금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안전핀이 제거되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게 돼 있는데도, 새로 기계를 들여와 시운전을 하면서 안전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아서 사망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6) 조립 및 의장 작업
조립은 여러 부품이 여기저기서 오게 되면 이것을 합쳐서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로 만드는 것입니다. 자동차 공장의 전형적인 라인 작업이죠. 자동차 공장에서는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라인탄다’라고도 하죠. 조립 중에서도 의장작업은 자동차 시트 등을 까는 작업 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불안정한 자세로 장시간 반복작업을 하다 보니 근골격계 직업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죠.
7) 적재
공장을 이동하다보면 부품이나 제품 등을 적재하게 됩니다. 밤 공장에 적재한 곳을 지나가다보면 참 무섭습니다. 실제 무리한 적재로 인해 파레트에 깔려 사망하기도 합니다(물감 파레트 말고 물건 올리는 파레트 알죠?!). 안타깝게도 사고가 난 곳에서만 2단으로 쌓고, 같은 사업장 안에 있는 다른 공장에서는 여전히 3단 적재를 하고 있더군요. 이 사고는 안전에 대한 고려없이 생산 효율만 생각한 작업장 배치때문에 생긴 겁니다. 결국 사람이 죽고 나서야 대책을 세우고, 그나마 다른 공장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참 씁쓸합니다.
2. MSDS를 찾아라
공장안에는 적지 않은 유해물질들이 있었는데 이것에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노동안전보건에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제일 먼저 유해하지 않은 다른 물질로 바꾸는 겁니다. 두 번째는 노동자가 유해물질에 접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도록 잘 밀폐시키는 거구요, 세 번째는 환기를 완벽하게 해서 호흡기나 피부에 닿기 전에 작업장 밖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이런 시설과공정 개선을 먼저 다 하고도 남아있을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해 개인 보호구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방문한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노동귀족’이 일한다는 그곳에서는 이것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우선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우리가 쓰는 유해물질을 살펴보려 했습니다. 이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입니다. 작업에 쓰이는 화학제품의 성분이 뭔지, 그로 인한 건강문제나 대처방법, 취급요령 등을 정리한 문서인데요, 사업주는 이것을 작업자가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공장에 들어간 지 한 시간이 지나도 MSDS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뭔가요. 아 글쎄, 반장님 책상에 고이 모셔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장님 왈 “원래 있었는데 합리화 공사 하느라 없어졌어요, 작업자들 경력 오래돼서 다 알아요.” 그래서 냉큼 작업하는 노동자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물질 사용하는지 아세요?” 작업자 왈 “몰라요” ㅠㅠ
동지들도 작업장에서 MSDS 찾아보세요. 혹시 작업장이 아니라 반장님 책상에 모셔져 있는지는 않는지...
3. 주야 맞교대 -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갉아먹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주야맞교대나 시급제는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하루 12시간씩 일합니다. 생산량을 더 빨리 달성하고, 공장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데는 매우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는 이 때문에 장시간 노동, 심야노동을 해야 하고, 그 결과 스트레스나 질병, 과로사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번 시키는 X이 해봐!! 진짜 사는게 사는게 아냐!! 놀라지 마시라. 야간노동을 하면 수명이 13년 가량 단축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자동차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생명을 제물로 바치고 있는 겁니다.
4. 방송을 마치며
자동차공장의 노동자들은 적지 않은 안전사고와 난청, 호흡기질환, 피부질환, 근골격계질환 등 다양한 직업성 질환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더구나 주야 맞교대제는 노동자들의 생활과 생명을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사업장은 노조도 쎄다고 소문이 나 있고, 규모도 큰 대사업장임에도 노동환경은 심각했습니다. 대규모사업장이 이러니 소규모사업장은 어떻겠습니까? 공장의 크기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몸과 삶입니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면서 생산량과 품질을 최우선에 두는 것은 자본의 잣대일 뿐입니다. 이윤보다는 노동자의 몸과 삶이 더 중요하다는 노동자의 잣대로 실천할 때만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마지막이 비장해 지내요.
노동자 방송, 새로운 방송 “노동자, 노동자” 다음 방송 아니 다음호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