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은 몇 번의 투쟁을 통해서 일부 알려져 왔습니다. 투쟁을 해야만 이나라 정부가 가식적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십년이 넘도록 운송료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그 10년동안 기름값은 500%가 뛰었습니다.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는 비좁은 운전석 뒤틈에서 일주일에 닷새를 잠을 자며, 도로비 한푼이라도 아끼고자 심야에 고속도로를 달려야만 합니다. 물류비용을 전가하며 사업자등록증을 강제로 손에 쥐어준 자본과 정부는 우리를 사장이라며 노동기본권마저 박탈해 갔습니다. 이것이 동북아 물류중심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화물노동자의 안전과 복지문제는 이 나라 정부의 고려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류산업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을 마련하고자 올해 8월 공표되어 내년 2월 시행을 앞둔 물류정책기본법. 어디를 살펴보아도 화물노동자들의 복지와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습니다. 몇 번의 투쟁과정에서 약속된 내용마저 정부는 기만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에서 이제는 노골적으로 화물노동자를 죽이려 들고 있습니다.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허치슨터미널 내 방사선검색대 설치작업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미 정부간 체결된 SFI(Secure Freight Initiative-해상보안협정)행정협약에 의하여, 미국으로 반입되는 컨테이너에 의한 테러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이 사업은, 전 세계 주요 6개 항만에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테러를 사전예방하기 위한 조처라고 하지만, 정작 방사선검색대를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일상적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화물연대에서는 방사선검색대설치와 관련한 자료를 정부에 요청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책임있는 답변은 없습니다. 자국노동자들의 안전이 위기에 내몰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제국주의 자본의 요구에 굴복하여 위험천만한 시설물을 비밀리에 설치, 가동하고자 하는 것은 용납 될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허치슨터미널에 설치예정인 방사선검색대는 고정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운전자의 조작에 의한 차량의 직접통과방식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많게는 하루에도 수십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아무리 미량의 방사선 피폭이라 할지라도 이의 누적으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검색을 위한 대기로 인해 발생할 상·하차 정체문제 또한 화물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불이익이라는 것입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방사선검색대설치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투명하게 밝혀야만 합니다. 꼭 필요하다면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검색대를 충분한 논의와 검토 후에 설치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화물노동자들을 노동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과 더불어 노동기본권에 대한 보장을 해야만 합니다.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꿈꾼다면 그 핵심에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노동자의 안전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방사선검색대 설치에 대하여, 화물운송노동자들의 복지와 안전 및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우리 화물연대로써는 이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방사선검색대를 통과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지 않는 절대 다수의 화물노동자들에게 검색대통과를 강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화물연대부산지부와 노동자건강권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지역의 모든 단체는 정부의 방사선검색대 설치운용의 반대와 화물운송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 화물노동자 죽음으로 내모는 방사선검색대 반대한다!
- 화물노동자도 인간이다. 건강권을 보장하라!
- 노동기본권 쟁취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2007년 10월 9일,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 부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