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7/10월/특집] 노동자 고용을 위협하는 업무적합성평가, 그 올바른 원칙과 대안은?

1. 채용 시 건강검진의 문제, 업무적합성 평가가 왜곡된 사례

채용 시 건강검진은 노동자가 일을 하고자 할때 작업환경이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거나, 또는 당해 노동자의 건강상태로 인해 동일한 작업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 노동자의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시행되는 검진이다. 이러한 채용 시 건강검진은 애초 고용여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것이 당연하나, 그동안 회사에 의해 고용여부를 결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회사는 애초에 사람을 뽑을 거라면 신체적으로 결점이 없는 사람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채용 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고, 이러한 생각은 과도하게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제약하며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신체적 문제를 근거로 노동자의 노동할 권리를 제약하고 고용여부를 결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것이다.
채용 시 건강검진은 2006년부터 없어졌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나와 있는 채용 시 건강검진 내용이 삭제된 것을 없어졌다고 말한 것이지,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채용 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즉, 채용 시 건강검진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정하지 않고, 단지 삭제만 했기 때문에 기업은 언제든지 채용 시 건강검진에 준하는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입사하려는 노동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채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가능한 것이다. 채용 시 건강검진의 문제점이 많아 이를 폐지하였지만, 이를 금지하지 않음으로 해서 여전히 개인의 건강상태를 빌미로 근거 없이 노동할 권리를 제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몇몇 사례를 통해 채용 시 건강검진이 얼마나 많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1) 공무원 신체검사

사례1>

“35세 여성이 공무원 채용을 앞두고 신체검사를 받으러 왔다. 검사 결과 매독에 대한 양성반응이 나왔다. 매독의 반응을 조사하였을 때,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고, 페니실린 주사를 몇 차례 맞고, 부부가 함께 치료 받으면 완치가 가능한 상태였다. 이 여성의 다른 건강상태는 일상적인 업무수행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공무원 신체검사에 대한 소견에는 매독 검사에 대한 결과를 적도록 되어 있다. 소견란에 매독이 있으나, 치료가 가능하고 현재 업무수행과 무관한 질병이어서 업무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의사가 적었다. 그러나 이 여성은 그 소견서를 가지고 가면, 채용에 문제가 될 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관련 정보를 유출하는 것이니, 이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검사 결과 전체를 적지 않고, ‘업무수행에 전혀 문제없으며, 적합함’이라는 소견만을 붙여 그 양식을 보냈으나, 담당직원은 양식에 맞지 않으니, 양식에 맞춰 검사결과를 모두 보내달라고 재요청하였다.”

위 사례는 공무원 입사할 때 신체검사를 받게 되어 있고, 이러한 신체검사에서 업무수행과 전혀 상관없는 개인의 신체상의 정보를 검사하게 하고, 이 업무수행과 전혀 상관없는 결과를 근거로 채용에 영향을 주는 사례이다.


2) 일부 제조업에서 시행되고 있는 채용 시 건강검진

몇몇 조선업종, 여타 대기업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채용할 때도 상당히 엄격한 채용의 기준을 두고 있다.


사례1>
“45세 남성이 국내 OO중공업(조선소) 하청으로 입사하기위해 건강검진을 실시하였다. 건강검진결과 요추부의 퇴행성 변화가 와 있고, 추간판탈출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 노동자는 허리통증을 특별히 호소하지 않았고, 방사선 사진에서 나타나는 퇴행성 변화와 추간판탈출증 의심소견이 이 노동자의 증상과 뚜렷이 일치하지 않아, 추가 검사 및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었다. 이 노동자가 일하게 될 업무 내용이 주로 용접 작업이고, 용접작업 중에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뚜렷한 증상이 없는 건강상태를 이유로 업무를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회사에는 이 노동자의 건강상태는 업무수행에 문제가 없고 적합하나, 정기적으로 증상을 확인하여,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한 치료가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도록 권고하는 소견서를 보냈다. 이 노동자는 입사에서 탈락되었다. 의사의 업무적합하다는 소견서와는 무관하게 회사의 내규를 기준으로 탈락시킨 것이다. 회사에 이의를 제기하자 회사에서는 가능하면 건강한 사람들을 뽑아서 일을 시키고 싶은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말하면서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라고 얘기하였다.”


사례 2>
“30세 남성이 국내 OO중공업에 입사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실시하였다. 건강검진 결과 간기능 수치가 약간 증가된 소견을 보이고 있었다. 이 노동자는 약간의 비만상태에 있었고, 이것이 간기능수치가 약간 증가한 원인으로 파악되었다. 그래서 ‘간기능 수치 약간 증가되어 있으나, 질병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향후 절주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간기능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판단됩니다. 업무수행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라는 소견을 보냈다. 회사에서는 이 노동자를 다시 보내 건강검진을 실시하였고, 건강검진 결과에서 간기능 수치의 변화가 없자 채용을 하지 않았다.”


위 두 사례는 현재 조선업종을 중심으로 상당히 흔하게 발생하는 일들이다. 의사의 소견을 통해 의학적 판단기준을 밝히고 업무수행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의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회사내의 자체 기준을 통해 채용을 거부하고 있는 사례이다.

3) 궤도 산업, 철도 안전법

최근 궤도산업의 승무노동자를 중심으로 철도안전법의 독소규정에 대한 개정투쟁을 준비해오고 있다. 기관사들의 건강문제는 공중의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관사, 항공조종사들과 같은 직종의 경우 채용 시 건강검진을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법을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례1>
“45세 정 모 씨는 최근 조기위암으로 수술을 하고 3개월간의 투병생활을 마치고 의사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고 회사에 복귀하려고 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별표2의 규정에 의해 기관사로 업무복귀가 힘들다는 의견을 받았다.”
위암은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발생하는 가장 흔한 암이며,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되는 암이다. 그러나 이 노동자의 경우 완치판정을 받고 업무수행을 하는데 별 문제가 없음에도, 법 규정대로라면 기관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사례 2>
“28세 남성이 기관사가 되기 위해 채용 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활동성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2주간의 약물치료기간만 지나면 전염력은 없어지고, 6개월간의 약물치료면 완치가 되는 질병이니, 채용시점이 2주후라면 업무수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주었으나,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며 채용에서 탈락시켰다.”
현재 활동성 결핵은 기관사가 될 수 없는 질병으로 되어 있다.


이외에도 기관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별 상관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치료를 수행하면 완치가 될 수 있는 그런 질병들을 평가하여 이러한 질병이 있을 경우 기관사를 못하도록 하는 현행법의 규정이 있고, 특히 이러한 법은 채용과정에서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되어지고 있다.

공무원신체검사, 철도 기관사 채용검진, 기타 제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채용검진의 문제로 인해 발생되는 인권침해, 노동할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들을 몇 가지 짚어 보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20여년 가까이 진행되어온 문제들이고, 계속 이런 문제가 발생함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오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채용 시 건강검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무적합성평가”라는 것의 개념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업무적합성평가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이를 적절히 수행하기 위한 원칙과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 업무적합성 평가 개념과 법적 근거

업무적합성평가란 해당업무에 종사함으로써 당해 노동자 및 동료에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해당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1년도에 대한직업환경의학외래협의회에서 업무적합성평가에 대한 개념과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워크숍을 개최한 적이 있고, 올해 9월에 다시 이러한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현재 병원 내 산업의학과 업무의 주요 내용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실제로 업무적합성 평가를 객관적으로 실행하고 이것이 작업장에서 실현이 되고 있는가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더 많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은 그리 깊이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불필요한 의료비용이 지출되고 있고 노동자들의 노동할 권리도 과도하게 제한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업무적합성평가는 업무에 대한 분석, 해당 노동자의 과거 직업력과 건강상태, 현재의 병력 등을 고려하고, 임상진찰과 임상검사 결과를 파악하고, 해당 노동자의 노동 능력과 해당 작업장의 근무환경과의 조율을 시도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다시 말해 노동자의 노동능력이 해당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다면, 노동자의 노동능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해당 노동자가 자신의 현재 노동능력을 가지고 수행할 수 있는 업무로 전환배치하거나, 현재의 작업환경을 해당 노동자가 자신의 현재 노동능력만을 가지고도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어 주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현재 국내에서 업무적합성 평가를 시행하는 경우로는 배치 전 건강진단, 채용건강진단(공무원 등), 일반건강진단이나 특수건강진단의 사후관리, 임시건강진단이나 수시건강진단의 사후관리, 산재요양 후 복귀 시, 개인질병요양 후 복귀 시, 휴직이나 작업 전환 시 등을 들 수 있다.

업무적합성평가와 관련된 법적 근거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5조(질병자의 근로금지.제한)와 제46조(근로시간연장의 제한), 그리고 동법 시행규칙 제116조(질병자의 근로금지), 제117조(질병자등의 취업제한)가 관련된 내용이다. 시행규칙 제116조는 ① 전염의 우려가 있는 질병에 걸린자. 다만, 전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정신분열증·마비성치매, 기타 정신질환에 걸린 자 ③ 심장·신장·폐등의 질환이 있는 자로서 근로에 의하여 병세가 악화될 우려가 있는 자 ④ 제1호 내지 제3호에 준하는 질병으로서 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질병에 걸린 자의 경우 근로를 금지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그 판단에 있어서 의사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목적별로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시행규칙 제117조는 ‘유해물질에 중독된 자, 당해 유해물질에 중독될 우려가 있다고 의사가 인정하는 자, 진폐의 소견이 있는 자 또는 방사선에 피폭된 자를 당해 유해물질 또는 방사선을 취급하거나 당해 유해물질의 분진·증기 또는 가스가 발산되는 업무 또는 당해 업무로 인하여 근로자의 건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업무에 종사하여서는 안됨’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기적인 건강진단결과의 관리 목적으로 ‘근로자 건강진단실무지침(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06)’에서 업무수행적합여부가 제시되어 활용되고 있고, 여기서는 ① 현재 조건하에서 현재업무가능, ② 일정조건하에서 현재업무가능, ③ 일정기간 현재업무불가, ④ 영구적으로 현재업무 불가와 같이 업무수행적합여부를 구분하고 있고, 이러한 구분을 업무적합평가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앞서 사례에서 제시한 것과 같이 현재 업무적합성평가가 제대로 수행된다면, 질병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업무적합성 평가는 특히 채용 시 건강검진을 통해서 정당한 근거 없이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제약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3. 업무적합성 평가의 원칙과 대안

채용 시 건강검진은 이미 채용이 결정된 상황에서 업무에 대한 배치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한다. 이는 용어상 배치 전 검진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꼭 채용 시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경우는 법으로 해야 하는 업무와 직종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이를 제외한 다른 업종에서는 어떠한 채용 시 건강검진도 하지 말도록 규정되어야 한다. 또한 채용 시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업종과 직종의 경우도 명확히 업무수행에 필요한 기능 및 공중의 이익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에 대해서만 실시해야 한다.
채용이 이미 된 상태에서 업무수행 중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업무적합성 평가의 경우는 평가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음의 사항들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꼭 지켜야 할 원칙이다.


1) 채용시 건강검진을 꼭 해야 하는 업종과 직종인가?

노동자 개인의 건강이 공중의 안전과 보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나 직종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채용시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항공기 조종사, 철도 기관사, 병원근무자, 아동보육 관계자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이러한 업종에 대해 법을 통해 열거하고, 그 외 직종에 대해서는 채용시 건강검진을 못하게 금지하여야 한다. 다만, 채용 후 배치를 위한 적절한 노동능력평가는 가능할 수 있다.


2) 꼭 해야만 하는 검사인가?

예를 들어 공무원에게 매독검사를 하는 것이 업무수행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또한 간기능을 평가해서 수치가 높게 나오면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은 업무와 어떤 관련성을 보일 수 있는가? 전혀 근거 없는 평가가 만연되어 시행되고 있다. 혈액을 취급해야 하는 병원종사자가 활동성 B형간염을 가지고 있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함께 치료를 권하고, 치료 결과에 따라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 노동자에게 간기능이나 신장기능을 평가하는 것은 채용시 건강검진에서 수행할 검사라 보기 어렵다. 이러한 검사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하고, 필요시 치료를 받고 작업환경에 대한 개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직종에 대해, 그들의 업무수행과 관련해 꼭 필요한 검사에 국한해서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질환이 아닌 노동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는가?

질병은 그대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치료나 재활을 통해 그 기능이 향상되고, 질병으로 인한 기능상실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노동자마다 노동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동일한 만성폐쇄성 폐질환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서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철도안전법에서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는 경우 기관사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질병을 가지고 업무에 대한 제한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반드시 노동능력에 대한 평가, 기능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검사항목이 조정되어야 한다.


4) 개인의 신체상의 비밀과 정보를 구체적으로 회사에 알리지 말아야 한다. 업무적합 여부만을 평가해야 한다.

전문가가 판단하여 개별 노동자의 건강상태가 업무수행에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면, 업무적합하다는 소견만 첨부하여야 한다. 회사에서 임의대로 판정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기준으로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모든 검사항목의 결과를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 소견서에는 업무적합한지, 아니면, 업무부적합의 사유와 업무제한의 사유와 개선 가능성에 대한 판단만을 담아야 한다.


5) 고용상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배치전 검진인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채용시 건강검진이 아닌, 배치전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 배치전 건강검진은 고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고용된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건강상태를 확인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DMF에 노출되는 노동자라면, 입사 전에 간장기능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1주일 정도에 다시 건강검진을 실시한 후 작업후의 악화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치전 건강검진은 노동자를 작업환경의 위험요인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 또한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누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하고,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


6) 일반건강진단이나 특수건강진단 실시 후의 사후관리는 작업전환 외에 작업환경개선에 대한 의견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일반건강진단이나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한 후에 건강상태에 따라 사후관리 소견을 적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소견에는 보호구 착용, 작업 중 치료, 요양, 작업전환 등의 소견만을 담고 있어, 실제 작업장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적합을 평가하는데 있어, 작업환경에 대한 개선을 반드시 포함하여 업무적합을 평가하여야 한다.


7) 산재요양이나, 개인질병요양 후 복귀시에 업무적합성 평가를 해야 하는 경우, 다음의 원칙이 확인되어야 한다.

가) 충분히 치료되었는가? (평가를 위한 적절한 시점인가?)

충분히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에 대해서 업무적합성평가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업무적합성평가를 수행하는 시점은 충분한 치료를 받고 나서, 더 이상의 치료가 필요 없는 증상의 고정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시행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충분히 치료받아 건강한 상태에서 노동할 기회가 있는 노동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됨으로써 건강도 위협을 받고, 노동할 권리도 빼앗기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나) 작업장 환경에 노동자를 맞추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노동자의 능력에 작업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가?
작업환경을 바꾸는 노력을 하지 않고, 노동능력이 감소한 노동자에게 억지로 작업환경에 노동능력을 맞추라고 강요한다면, 다시 이 노동자는 질병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작업환경에 대한 개선을 복귀시점에서 반드시 평가하고 개선된 작업환경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 객관적인 평가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가?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이며 표준화된 도구를 사용해서 업무적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라) 해당 노동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였는가?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도구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노동자의 주관적 상태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평가도구가 노동자의 상태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해당 노동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 충분한 설명과 정보제공을 통해 해당 노동자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제공되었는가?
현실적으로 노동자에게 그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로 인해 적절한 개입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관련 질환이나 노동자의 노동능력에 대해 충분한 정보제공이 이루어져야 하며, 노동자 개인의 판단이 충분히 객관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4. 현재 쟁점 사안

1) 채용 시 건강검진 폐지


정당한 근거 없이 과도하게 노동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고, 개인의 신체상태에 대한 정보를 불필요하게 공개하고 있는 현행 채용시 건강검진의 불법적 요소를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선전해 내고, 인권위에 제소를 하는 등의 법적인 투쟁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2) 철도 안전법, 공무원 채용 관련 법 독소조항 폐지

현행 철도안전법 등에서 기관사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 불법적인 인권침해요소를 고발하고, 궤도산업 노동자 전체가 연대해서, 법개정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


5. 맺음말

최근 들어 “개인의 정보보호”라는 주제가 사회의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정보보호 문제는 노동자들의 건강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신체 상태에 대한 모든 것을 사업주에게 알려줘야 하고, 사업주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건강하지 못한 노동자를 색출하여 노동할 권리를 빼앗기 위해 건강검진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고용여부를 결정하는데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질병이 있는 노동자에게, 노동능력에 문제가 있는 노동자에게 더 건강해질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작업을 제한하는 것은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고, 장애인의 노동환경에서 차별을 없애는 등의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것과 병행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노동자에 대한 무책임한 간섭이 될 수밖에 없으며, 현재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잘못된 의료행위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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