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7/11월/입장] 법학전문대학원 인가절차를 중단하고 그 인가기준과 운영방식을 전면 재검토하라

최근 법학전문대학원의 선정기준을 둘러싸고 시작된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갈등은 법조계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교육부와 대학서열이라는 또 다른 기득권을 지키려는 일부 대학들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득권끼리의 충돌은 일반 국민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법개혁을 통한 양질의 대국민 법률서비스 제공과 저소득층의 법률전문직 진출보장이라는 대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짜증과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교육부의 입학정원 2,000명 안은 법조인의 신규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기존 법조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 법조인력 시장의 수급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물론 법조인 양성 교육의 효율성과 형평성 차원에서의 고려도 없는 주장이다. 각종 법률소송에서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변호사 비용을 고려할 때, 법조인 수는 지금보다 대폭 늘어야 한다. 교육관련 정책에서 경쟁의 확대를 주장해 온 교육부의 평소 철학과는 전면 배치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3,000명~3,500명으로 입학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일부 대학들이 가진 자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든 계층에게 법학전문대학원 입학기회를 주게 되는가의 문제에는 관심조차 없으면서 오로지 대학서열 유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모든 계층에 개방되지 않음으로써, 기득권층만 입학하게 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교육계 인사들일 수 있는가!

법학전문대학원의 신설과 그 운영은 무엇보다 대국민 법률서비스 강화 차원과 저소득층의 법조계 진출가능성 확대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입학정원이 기존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와 거의 같다는 것은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결과 현재 사법시험의 개방성에도 미치지 못하는 폐쇄성을 띠게 됨과 동시에 저소득층 자녀가 부담하기에 너무 높은 수업료가 부과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제도는 소수의 기득권층에게 특혜를 주고 다수 저소득층의 법조계 진출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부패한 제도에 해당한다. 수많은 사립학교 구성원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받아냈던 개정사학법을 다시 개악시킨 대가로 통과시킨 법안이 이러한 꼴을 보기 위한 것이었는지 통탄스럽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의 안을 추천하고자 한다.

첫째, 개별 대학이 법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게 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통합하여 운영하거나 국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고등법원이 소재한 전국 5개 지역에 평균 700~800명 단위의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기존의 인적 물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둘째, 법학전문대학원 응시준비로 인해 대학교육이 부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학의 전공학점이 가장 중요한 입학생 선발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는 대학교육을 정상화시키고, 법조인들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또한 사법시험 합격자 수에 따라 대학서열이 만들어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한국교육의 최대 문제점인 대학서열화를 해소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저소득층 학생들도 큰 부담 없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입학생들에게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여야 한다. 기득권층만 특정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 다른 계층을 배제시키는 제도는 중세사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부패한 제도이다. 이 제도가 실시된다면 세상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넷째,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법학전문대학원 개원을 늦추어야 한다. 1-2년 늦어진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충분한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실시해야 할 것이다.

2007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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