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7/11월/사진으로 보는 세상] 국경의 벼랑에서 살다 간 해진형...

밤새 차가운 바람이 텐트를 할퀴면서 지나갔다.
텐트를 지키는 동지들은 모두 구워서
말린 오징어처럼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새벽의 큰 통곡소리가 울려퍼질 때까지 우리는 모두 그렇게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곧 들려온 통곡소리에 잠이 깬 동지들은
서로의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붉어진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쩌지 못해 그들은 모두 하늘을 향해, 땅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비둘기 몇 마리가 어머니의 통곡소리에 놀라 푸드득 날아올랐다.

"이놈아, 나를 어쩌라고, 이놈아, 나를 어쩌라고" 외치시던 어머니는 텐트를 지키는
동지들을 향해 "우리 아들 헛되이 하지 말아요. 우리 아들 하나에요. 절대 헛되이 하지
말아요." 하면서 주변을 둘러싼 동지들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 순간 고통에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감싼 해진형의 손길을 느낀게 나 하나였을까?

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통곡에 빠진 어머니를 감쌌고, 동지들은 올곧고 서러운
마음으로 어머니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사진 안에선 순박하게, 고요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국경의 벼랑을 안고 살다
간 해진형의 따스한 손길이 우리 모두를 감싸고 있었다.

故 정해진 열사의 추모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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