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장' 삼호중공업에서 또다시 중대재해로 1명의 노동자 사망
지난 8월, 2건의 잇달은 중대재해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또다시 1명의 노동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10월 12일 새벽 4시30분경, 도장1부 블라스팅 공장에서 야간 블록 입출고 작업을 하던 고(故) 임대한(36세) 조합원이 선박건조용 블록을 작업장에 옮겨놓은 뒤 대형철제문(4빅도어)을 닫기 위해 스위치를 조작하다가 상체가 대형철제문과 벽면기둥 사이에 협착되어 사망하였다. 현대삼호중공업지회에 따르면 故 임대한 조합원은 최근 5주간 연속된 야간작업으로 피로가 극도로 누적된 상태였고, 새벽 4시반경 홀로 빅도어 개폐 작업을 하다가 아내만을 남겨둔 채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삼호중공업은 지난 8월, 타워크레인 설치 작업 중 크레인 전복으로 2명의 노동자가, 해치카바 작업 중 가스누출로 인한 가스폭발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잇달아 터진 바 있다(지난 9월호 일터 지역소식 참고).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빅도어 안전문제가 현장 노동자들에 의해 이미 지적되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한다. 지회에서 실시한 현장사고조사 결과, 2004년 8월에도 도장1부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여 당시 작업자가 좌측귀가 절단되고 흉복부가 압착되어 간이 손상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였고, 야간 블록 입출고 작업을 담당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한번쯤 이와 비슷한 아찔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회는 야간 블록 입출고 작업의 특성상 2인 1조로 운영이 되었더라면 이러한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 누가, 무엇이 이 젊은 노동자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는가?
야간노동과 홀로 1인 작업을 강제당해야 했던 노동의 현실이 그의 꿈과 희망을 한순간에 빼앗아간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러한 현실을 누군가가 나서서 바꾸지 않으면 그의 죽음은 계속될 거라는 것이다.◆◇◆
법원, 공단의 직업성정신질환‘강제요양종결’은 부당하다
1998년 외환위기와 함께 시작된 삼성생명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사압력 등에 시달리다 2003년 우울증으로 산재 요양을 받아온 이00 노동자(51세)에게 근로복지공단이 강제요양종결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00 노동자는 지난 1984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2차례나 수상하는 등 열심히 일해왔으나,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시작된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되어 회사로부터 지속적인 퇴직 압력을 받아 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응하지 않자, 회사는 부당한 인사고과, 차별적 대우, 부당 대기발령, 조직적인 왕따로 탄압을 가하였고, 결국 그는 불안, 불면에 시달리다 우울증까지 발병하였다. 2003년 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하여 6개월간 요양치료를 받은 그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공단에 요양연기 신청을 하였고, 공단이 이를 거부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민주노총 법률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스트레스 적응과 재발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 유지요법이 필요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그대로 인정하여 1심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같은 강제요양종결 부당 처분 판결을 내렸다.
◆◇◆ 조직적인 왕따로 하루종일 불안하고 초조하며 하루하루를 불면증에 시달리며 5년여의 길고 긴 고통스런 나날들을 보냈을 그에게 환자의 상태와 의사의 소견도 무시한 채 일방적인 강제요양종결이라니. 몸과 마음이 아픈 산재노동자에게 최선의 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해야 하는 것이 공단이 존재하는 이유요, 임무이지 않겠는가?
계속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의 요양연기 소견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공단의 강제치료종결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故) 표만영씨의 죽음을 공단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대우조선, 연이은 중대재해로 2명의 노동자 사망, 올해 들어 7번째
올해 3월부터 5명의 하청노동자가 죽어간 대우조선에서 10월 12일과 13일 연이어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한 두 명의 노동자 모두가 사내하청노동자다. 대우조선노동조합에 의하면 10월 12일 협력업체인 두광기업 소속 고(故) 정길홍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데 이어 13일에는 한남ENG 소속의 고(故) 김성호 노동자가 2도크 5903호선 선미 윙브릿지 하부에 발판 설치작업 중 23m 도크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한 것이다. 고(故) 김성호 노동자 사고의 경우 발판과 발판 사이를 번선으로 묶지 않은 채 7개의 발판을 배열만 한 후 다른 발판을 올려 배열하려는 순간 고정되지 않은 상태의 발판이 지지대를 이탈하면서 추락사 하였다. 노동조합은 2도크 5903호선 지역에 대해 사고 즉시 작업중지권을 발동하고 작업장 곳곳에 스티커를 붙여 노동자들에게 작업중단을 알리고 도크장을 전면통제하고 사고조사에 들어갔는데, 지난 2005년에도 이와 같은 사유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추락사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 또 한명의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가 희생되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일까? 거기에는 현재 조선업이 고위험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수주물량에 따라 노동력을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60~70% 나 고용하는 자본의 ‘신경영전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다 장시간, 보다 위험스러운 일에, 그렇지만 그들의 안전과 건강은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관심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선소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수주율 1위라는 대한민국의 조선업 금자탑은 그들의 피로 세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일본, 상사의 폭언으로 인한 우울증도 산재
상사의 폭언이 과중한 스트레스를 줘 우울증이 발병하고 이것이 원인이 돼 자살하게 됐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일본에서 내려졌다고 한다. 도쿄지법은 제약회사 영업담당으로 일하다 자살한 35세 남성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산재인정 청구소송에서 "상사의 폭언 자체가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여 우울증이 발병하였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과 판단력을 저하시켜 자살에 이르렀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다고 한다. 이 남성은 2002년 모제약회사 영업담당으로 일하던 중 실적 개선을 위해 새로 부임한 상사로부터 "존재가 눈에 거슬린다", "있는 것 자체가 회사의 폐가 되니 사라져라", "월급도둑" 등의 폭언에 시달리다 우울증이 발병해 이듬해인 2003년 3월 자살하였다.
◆◇◆ 위 사례와 같은 상사의 폭언은 우리의 직장 일상에서도 다반사의 일일 것이다. 상사의 폭언이 난무하고 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부터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과 질병을 얻었다면 공단은 이를 업무상 질환으로 주저없이 인정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