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작업장은 우리들에게 매우 친숙한 곳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도 타고 왔는데요, 바로 지하철과 철도입니다. 두 편으로 나누어 살펴볼까 합니다.
철도와 지하철을 시민의 발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항상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란 말이죠. 오늘 그 노동자들이 시민의 발이 되기 위해 평소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우리 노동자 방송 새로운 방송 노동자 노동자가 보여 드릴 수 있게 되어서 뿌듯하네요. 철도와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하면 운전하는 기관사, 표를 파는 매표원 정도만 생각하기 쉬운 데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철도와 지하철을 흔히 궤도산업이라고 하죠. 다양한 업무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차를 운전하는 기관사, 그리고 차장을 승무직이라고 하구요. 매표업무와 역내 안전관리, 그리고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를 담당하는 분들을 역무직이라고 합니다. 또 차량을 정비 보수하는 업무, 철도의 경우 토목, 건설업무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시설물들을 관리하기도 하고, 청소일을 하는 노동자도 있죠. 대략 철도, 지하철 등에서 일하는 궤도노동자가 전국에 5만여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노동자들을 만나러 먼저 지하철로 가봤습니다.
지하철 승무노동자의 유해환경
지하철 기관사들은 대부분은 지하환경에서 일하게 됩니다. 특히 5호선은 전 구간이 지하환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함께 탐승한 우리 촬영 팀은 멀미를 일으킬 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증상은 우리 촬영팀이 제가 좀 유별나서 나타 나는게 아니더군요. 일반인구집단에서도 1-2% 정도에서 폐쇄공간에 들어가면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관사들 대부분이 증상의 심각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런 불편함들은 조금씩은 호소합니다.
신체적인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정신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4시간, 6시간 이렇게 지하공간에서 계속 운전을 하다보면 어떨 때는 지하철을 타고 터널을 뚫고 신나게 하늘로 날고 싶다거나, 지하철을 뛰쳐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병은 아니죠. 진짜 질병은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경제위기 직후에, 최근까지도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하신 분들이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도 불쌍하지만, 도대체 저 시신은 누가 치우고, 저 사람을 친 기관사는 얼마나 충격이 클까요? 실제로 1년에 30건에서 50건 정도의 사상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런 사고를 겪은 기관사들이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를 겪게 됩니다.
일례로 한 기관사는 작년에 옥외 역을 지나 터널을 지나다 사람을 치었는데 차량에서 내려 후레쉬를 비추며 깜깜한 터널로 들어갔는데 시신이 조각조각 나눠져 있는데 그 피냄새를 다 맡으면서 직접 손으로 주워서 수습하였습니다. 온몸으로 시신을 경험하는 거죠. 그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전쟁에 나갔다 온 경우나, 삼풍백화점 사고에서 생존자들이나, 큰 정신적 충격을 경험하게 된 사람들에게서, 자꾸 그때의 경험이 떠오르게 되고, 이로 인해서 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고, 그런 기억이 떠올릴만한 장소나 사람을 만나기 꺼려하는 질병입니다. 이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람마다 그 정도가 틀린데요. 어떤 기관사는 사상사고 후에 매일 밤 꿈을 꾼다고 합니다. 매일 밤마다 똑같은 꿈을 꾸는데 기차가 플랫폼을 향해 들어가는데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철로 쪽으로 들이밀고 있는 거예요. 기관사는 운전 중에 비켜 비켜 소리를 지르면서 꿈에서 깨는 거죠. 밤마다 이런 악몽에 시달리게 되구요. 결국 운전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이런 사례 말고도 공황 장애 같은 불안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에 문제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공황장애 역시 일반 인구에서도 매우 흔한 질병으로, 대략 전인구의 1%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협심증과 같이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거나 답답함, 소화불량, 불안감, 곧 죽을 것 같은 느낌 등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막상 검사를 해보면 모두 정상으로 나타납니다. 원인이 뚜렷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사상사고등의 큰 충격이 있은 후에 공황장애의 소인이 있는 분에게서 증상의 정도가 더 심해진다고 합니다.
기관사 하면 그렇게 큰 기차를 운전하고 또 평소에 보면 제복을 입고 다니잖아요? 멋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기관사들이 그런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한편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기차가 갑자기 고장이 난다거나, 승객들이 비상벨을 눌러 운전 중 깜짝 놀랜적이 있다거나, 승객과의 갈등이 있었다거나, 사고가 날뻔 했다거나 하는 유사 사고 경험자들에게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높은 정신건강의 문제를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상사고가 아니더라도 기관사가 느끼는 어떤 충격적인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정신건강에 밀접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2003년에 도시철도 승무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실태조사가 있었는데 16.3%가 불안한 상태, 3.7%가 심한 우울증상, 12.8%가 중간정도의 우울증상이 있었고, 무려 38.9%가 고위험스트레스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를 보면 사고 경험과 상관없이 기관사들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에는 기관사 업무라는 것이 밀폐된 공간에서 일을 하게 되고, 정해진 시간에는 어떠한 다른 일도 할 수 없는 자율성이 없고, 러쉬아워때는 무려 2000여명이 자신의 운전에 의해 안전이 맡겨져 있다고 하는 중압감등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1인 승무 제도도 큰 원인인이 크다 할 수 있습니다. 1/2/3/4호선을 제외한 모든 지하철이 1인 승무하는데, 1인 승무가 업무스트레스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기관사 혼자서, 운전과 승객관리, 차문개폐 등을 모두 담당하고 있으니, 어떤 위험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그 대처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지하철 승무노동자의 건강한 노동환경을 위해서는 1인 승무가 아닌 적정한 인력이 충원되어야 하고, 사상사고나 이와 유사한 사고를 경험하게 되는 기관사에 대한 상담 지원,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지하철 역무노동자의 유해환경
촬영팀이 가본 매표서는 단순히 표를 파는 곳이 아니라 안내소 또는 지하철 고충처리소라고 불러야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역무원들의 주 업무는 대민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와 승객의 폭행으로 상해를 입기도 합니다. 매표는 단지 한부분일 뿐이죠. 그런데 역무업무는 매표업무가 다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최근에 서울시가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 구조조정안을 내놓았습니다. 그 실체는 2012년까지 무인매표소를 설치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금 부산지하철이 무인매표소가 있습니다. 역에 직원이 하나도 없으니까 뭘 물어볼 수도 없고 굉장히 답답합니다. 기계에서 표사는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불편하겠더군요. 또 자판기가 가끔 돈만 꿀꺽하고는 표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럴 때도 어디 따질데도 없고 말입니다.
무인 매표기는 생산공장에서 자동화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우입니다. 역무원들이 승객을 상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의 안전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데 무인매표소로 만들고 역무원들 숫자를 줄이면 역에서 안전사고가 생겼을 때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는 겁니다.
승무노동자의 환경에서 지하철 공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하철 내의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미세먼지 안에는 다방향족 탄화수소류 등의 발암물질과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 등이 포함되어 있어, 지하철 노동자들 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에게도 호흡기 질환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세먼지는 일반대기 중의 미세먼지가 유입되서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아 지하공간에 축적이 되었다가, 지하철이 지나가는 동안 마치 피스톤처럼 먼지들을 이역 저역으로 옮기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지하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작업들이 미세먼지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석면도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또 서울지하철에서 석면이 나온다고 해서 문제가 됐었습니다. 30개 역을 조사했는데 21개 역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석면의 노출량은 실제로는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아주 작은양의 노출로도 비록 확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암발생이 가능하고, 또 일반 시민들의 경우에는 어린이나 장애인 등 취약한 계층이 많이 있어서, 작은 양의 발암물질 노출로도 향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모든 분들에게 검사를 해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대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암이 발생하기까지는 노출로부터 30-40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리 미리 발견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따라서 석면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후 공사를 할 때, 석면이 노출 되지 않도록 철저한 공사를 하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즉 석면함유 건축물 실태를 지하철 전 역사를 조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승무노동자의 작업자세도 문제입니다. 표를 파는 창구가 노동자의 자세가 편하도록 맞추어 있지 않아 불편한 자세로 일을 할 수밖에 없어 근골격계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마무리- 네 오늘은 주로 지하철의 승무 역무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승무 역무 외 종사하는 노동자의 작업환경과 철도 사업장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