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o Ferrer 안과병원
한노보연 부산지역회원 김대호
쿠바에서 백내장, 녹내장, 기타 각막질환을 앓고 있는 중남미의 사람들을 위해 무려 5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공짜로 치료해 준다는 계획이 있다. 차베스 정부와 같이 수행하고 있는데 중남미에서 쿠바까지의 왕복항공료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원해주고, 쿠바에서 입원 및 수술비용은 쿠바정부가 담당한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 ‘기적의 작전’(Operacion Milagro)이라고 해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보게 되다니...
이러한 작전을 수행하게 된 계기는 남달랐다. 단순히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중남미 아메리카 사람들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작전(Operacion)이라고 했다. 쿠바에서는 중남미 국가에 학교 선생님들을 대거 파견하여 글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과 질환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아예 글도 읽을 수가 없어서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겼다. 안과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안과전문병원을 지었다.
Pando Ferrer 안과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쿠바에서는 안과가 메이저 과목(한국에서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신과를 메이저과목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안과는 마이너과목이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할매, 할배들 안경 맞춰주고, 눈 관리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기쿠바여행기 3편적의 작전’까지 수행하려면 안과의사들을 많이 배출해야 될 것 같다.
쿠바를 갔다와서 필자가 아는 안과의사에게 백내장과 녹내장, 그리고 보통의 각막질환의 수술은 어느 정도 수준이냐고 물어봤더니 그리 어려운 수술은 아니라고 했다. 간단한 수술은 20여분 정도로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간단한 수술을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으니 수술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2007년 2월 쿠바여행 갔을 때, 50만명 정도가 수술을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쿠바에 이러한 병원을 하나 더 건립할 계획이 있다고 하고, 얼마전 SBS스페셜 ‘맨발의 의사’ 편을 보니 베네수엘라에도 이러한 병원이 하나 건립되었으니 중남미 안과질환을 가진 환자 100만 명 이상이 개안수술을 하지 않았을까? TV 기업 이미지광고 중에 삼성이 베트남 가서 30명 정도 어린이 개안수술을 했다고 자기네들은 사회에 이러한 것을 베푸는 기업이라며 자랑하는 게 기억난다.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수행하는 작전에 비하면 쨉도 안 되는 수준이다.
우리 일행이 Pando Ferrer 안과병원에 도착하니 병원측에서는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나와서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질문까지 받아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이곳 병원에서 수술방은 현재 34개이고 이 중 두 곳은 엑시머 레이저 수술 같은 정밀한 수술도 가능하댄다. 총220여개의 병실이 있으며, 환자1인과 보호자1인이 같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보호자가 따로 없으면, 친구가 와도 된다고 한다. 이 곳의 안과 전문의 숫자는 70여명이며,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해 의료기기 수입이 힘들지만, 캐나다, 독일, 일본 등지에서 최첨단 의료기기를 수입해서 구비해 놓고 있었다. 최첨단 장비들을 사진에 담았지만 설명해주시던 할매가 공개하지 않았으면 했다. 어느 기업의 제품들이 쿠바로 온지 미국이 알면 별로 좋을 게 없다고 했다.
병원 이곳 저곳을 살펴보며, 이건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병원보다 시설이 훨씬 좋아보였다. 이전에 갔던 산전진료센터나 종합진료소보다 훨씬 깨끗해 보였다. 외국인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니 여기도 선전을 위해서 좀 더 잘 해놓은 건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 그래도 선전이면 어때? 이렇게 하는 게 어딘데...
입원실에 들어가서 입원실과 환자들을 사진에 담았다. 어린 녀석이 수술받기 전이었는데 괘나 표정이 어두웠다. 짜식... 표정 좀 밝게 해주지... 수술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불청객들이 불쑥 찾아와서 막 떠들어서 그런지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았다.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일행 중에 전담 사진촬영 기사였기에 그 소년에게는 미안하지만, 의무감으로 마구 찍었다.
내가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인가? 의사가 수입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환자가 건강해지는 것만 신경쓰면 되는 그런 날이 우리는 언제 올랑가 싶다.
라틴아메리카의과대학
필자는 8년 간(2년은 휴학)의 의과대학을 마치고 현재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졸업하고 나니 빚이 5,500만원 정도 있었다. 지금도 그거 갚느라고 헉헉대고 있는 중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젊은이들 중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은 라틴아메리카의과대학’ 학생들이 부러워서다.
1998년 중미와 카리브해 주변에 큰 허리케인이 있었고, 이 허리케인으로 인해 인근 국가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쿠바에서는 즉각적으로 주변국가에 의료 원조팀을 파견했다. 하지만, 각국의 의료소외지역이 의외로 광범위하고 쿠바 의료진이 철수할 경우 이 지역들에서 발생가능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어려워 보였다. 이에 착안한 피델 카스트로의 아이디어에 의해 실제 남미의 의료소외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는 의사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1999년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을 쿠바에서 문을 열게 되었다.
현재 28개국의 학생들이 여기 와서 공부하고 있으며(미국학생도 있다) 2007년 2월 현재, 2회 졸업생 총 3402명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의과대학의 입학조건은 다음과 같다.
- 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해야 함.
- 가난한 집안의 학생일 것.
- 25세 미만
- 쿠바와 연대하고 있는 야당이나 NGO와 소통해서 몇 명을 뽑는지 알려줌.
- 그 외에 공부를 잘한다거나 수능점수가 몇 점이라던가 그런 기준은 없다.
의지만 있으면 입학할 수 있을 듯...
기숙사에서는 4,000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으며, 먹고, 자고, 입는 것을 모두 쿠바에서 부담한다. 책값과 기타 공부하는데 드는 물품비용까지 대어주고 있으며, 쿠바의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용돈까지 받고 있다. 여기 졸업하고 나와 같이 빚을 지는 일은 없겠지... 부럽다......
의과대학에서 국제협력 관계자라고 불리우는 할아버지 한명이 우리 일행을 안내하였다. 우리가 의과대학생 중 한 명하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수업중이라서 안된다고 한다. 아까워라... 그래도 공부하는걸 방해할 순 없지.
그 할배말이 체육과목도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시골 오지에 혼자서 왕진가방 메고 올라가려면 체력이 튼튼해야 한다는 말씀... 특히나 남미의 산골오지는 올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의사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댄다. 한국의 의과대학 교육 담당자여~~!! 꼭 참고하시라~~!! 의대생에게도 체력이 중요하단 말씀...
미국에서 온 의과대학생내가 질문을 했다. “한국의 의과대학에서 1등하면 크고, 좋은 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는 어떤가?” 관계자 말이 “뭐 별 특별히 그런 것은 없다. 쿠바의 다른 의과대학과 마찬가지로 오지로 간다. 보통 쿠바의 의과대학에서는 공부 못하면 교수가 있는 병원에 남는다. 교수의 지도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보통 자신의 의지대로 본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당연한 답변 아닌가. 공부 잘 하고 실력 있는 의사가 오지에서 장비도 없이 혼자서 의료행위를 잘 수행할 것이 아닌가... 당연히 공부 못하는 사람은 교수의 지도를 받아야 당연한거고...
의과대학 복도우리 일행 중에 한 명이 또 질문을 했다. "입학하거나 졸업할때 의무사항은 없는가? 만약 졸업해서 의사가 되었는데 본국으로 가서 돈만 밝히는 의사가 될 경우는 어떻게 하나?" 할배 曰 “도덕적 사안이다. 의무사항은 없다.”
그 얼마나 자신감 넘치는 말인가? 공짜로 가르쳐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용돈까지 주는데 그냥 알아서 하라니...... 그리고 졸업생 대부분 열심히 의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 2회 졸업생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여기 오기 전까지 "그런 놈들(돈만 밝히는 의사가 되는 놈들...)은 어떻게 막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뭔가 시스템이 있을거라 기대했던 나의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냥 쿠바의 의사들에게서 인도주의와 연대정신을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것 같다.
감동 그 자체다.
마무리
학생들의 선전물 “중남미 민중의 단결은 중남미 (국제적)민중해방의 길이다”얼마 전 SBS스페셜 쿠바의 ‘맨발의 의사’ 편을 봤다. 필자가 방문했던 Pando Ferrer 안과병원과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에 대해서 영상을 통해 상세히 나와 있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 감독의 2007년 영화 “SICKO"에서도 쿠바의 의료진들이 잠시 나오니 꼭 보시길 바란다.
내 글을 마무리하면서 찬찬히 읽어보니 쿠바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너무나도 다른 세상을 구경했고, 감동도 받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세상은 아니었다. 사진 찍을 때마다 1달러를 요구하는 공무원들이나 아바나 밤거리를 지날 때마다 내 주위를 다가와서 시가를 팔려고 들러붙는 사람들, 유연휘발유 냄새, 부족한 생필품들, 이중경제의 모습들은 아직도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들이다.
그러나 대안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참고할 꺼리들을 줄 것이다. 쿠바음악과 럼주, 시가를 즐기면서 쿠바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도 직접 느끼면 더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