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8/1월,2월/입장]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악과 토론회 무산에 대한 노동안전보건 네트워크의 입장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악과 토론회 무산에 대한
노동안전보건 네트워크의 입장


노동안전보건 네크워크


지난 07년 11월 23일, 제 269회 정기국회(찬성 181인, 기권 1인)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합리화’라는 이름 아래 ‘저들’이 말하는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개악이다!

08년 7월 1월부터 발효될 산재법 개악안의 주요내용은 업무상 질병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하여 재해노동자들에 대한 산재 불승인 남발을 시작으로, 산재요양 중인 노동자에 대한 통제, 치료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여 강제치료종결를 증가케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또한 요양 중인 노동자가 너무 지나친 보호를 받는다며 각종 급여를 삭감하고, 부분휴업급여제도를 도입해 근골격계 질환/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산재요양중인 노동자를 출근 중 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노동자 스스로(어쩔 수없이) 치료와 요양을 조기에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요양종결 시에는 장해보상 선급금에 대해서 이자를 공제하도록 하여 재해노동자에 대한 보상의 원칙을 훼손하였으며, 장해등급 재판정 제도를 도입하여 장해노동자의 장해급여와 연금지급액을 삭감하고 산재(재요양)로의 재진입을 가로 막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업장에서 임금이 인상되어도 산재보험급여에 반영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재해 노동자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재해노동자와 가족에게 치료/요양/재활과 복귀/생계유지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의 ‘합리화’로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사망선고를 선언하였다.

노동현장에서 병들고 다친 노동자를 과감하게 폐기처분하고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송두리째 땅바닥으로 내던져버리겠다는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이 법안이 개악안이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민주노총과 노동안전보건 활동주체들은 노동자의 삶과 건강을 파탄시킬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하여 수년간 ‘산재법 전면개혁 쟁취’를 걸고 투쟁하였다. 그러나 정작 민주노총과 노동안전보건 활동주체들은 국회통과 과정에서 개악안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아래로부터 조직하지 못하였으며, 노동자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민주노동당은 오히려 국회통과 과정에서 산재법 개악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당론(의원 총회에서 결정)으로 결정하는 과오를 범하였다.

전국에서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고 있는 ‘노동안전보건 네트워크(이하 단위연서)’는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산재법 개악안 폐기, 산재법 전면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한 투쟁의 쟁점화를 결의하였다. 이에, 먼저 해야 할 일이 국회입법과정에 대한 평가, 개악안 분석 및 향후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소통과 공유를 선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토론회를 지난 08년 1월 14(15)일 서울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하였다. 

그러나 이 토론회는 안타깝게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안, 밖의 문제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민주노총은 산재법 개악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명백한 개악이라고 밝히고도, 산재법에 대한 내부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참의사를 밝혔다. 참으로 안쓰럽다. 건강권쟁취를 위한 산재법 개혁입법 쟁취를 총파업 4대 요구로 삼았던 민주노총 아니던가. 민주노동당은 대선이후 내부의 문제로 인해 연락조차 하지 못했는데, 혁신과 쇄신 아니 제2창당 그 어떤 구호로도 대신할 수 없는 과오임에도, 책임은 커녕 제대로 아는 이나 알려고 하는 이들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행태를 올곧게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느 무엇보다 일하는 이들의 몸과 삶을 중시하고 일하는 이들과의 소통과 공유에 애쓰는 것이 선행되어야한다고 믿는다.

사실, 이 땅의 노동자들은 ‘저들만의 리그’인 국회가 우리들의 삶과 요구를 책임질 수 없음을 오랜 투쟁의 기억으로 체득하고 있고 기대도 하지 않는다. 다만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은 저들이 그렇게 할지언정, 노동자의 삶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산재법 개악안 통과과정에서 민중운동진영이 한목소리로 제대로 된 투쟁을 벌여내지 못했던 것이다.

토론회가 무산이 되었다고 해서 08년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서막인 ‘산재법 개악안 폐기, 산재법 전면 개혁’ 요구가 사라진 것이 아님을 믿는다. 자본과 정권의 역공에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철저한 반성과 평가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건강권 쟁취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지겹도록 들어본, 하지만 다시 한번 환기해야 할 ‘산재사망자 하루 8명, 1년 2천여명’이라는 바뀌지 않는 노동현실은 산재법 개악안 국회 통과에서 드러났듯이 투쟁하는 노동자의 손으로만 바뀔 수 있지 누가 대신 바꿔주지 않는다.

정권과 자본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지배계급은 ‘비정규직 확산법’에서부터 ‘노사관계 로드맵’, ‘산재법 개악’까지 자본의 무한 이윤 추구에 노동자의 삶과 몸뚱어리를 내팽개치려는 시스템인 법제도 개악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오랜 꿈을 이루었다고 해서 섣불리 자축하지 말라! 역사가 증명하듯, 억압과 착취가 더해질수록 이에 맞서는 투쟁은 ‘마치 들불처럼’ 타오르기 때문이다.

다시금, 산재법 개악안 국회통과로 노동자 건강권 사망 선고를 자행한 폭력에 엄중히 경고한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동지들의 그동안의 투쟁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통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며, 노동안전보건 네트워크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노동자들의 건강권투쟁을 조직화하는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을 결의한다. 투쟁!

2008. 1. 21

<노동안전보건 네크워크>
건강한노동세상/ 광주노동보건연대/ 대구산업보건연구회/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충청지역노동건강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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