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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월/특집] 2008년 노동안전보건투쟁 과제를 말한다 교대제 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특집] 2008년 노동안전보건투쟁 과제를 말한다

교대제 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노보연 운영집행위원 공유정옥


1. 상황

2007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교대제, 무한 이윤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책을 펴낸 뒤의 우스운 일화를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할까 한다. 가끔 출판사로 책에 대한 문의나 주문 전화가 걸려왔는데, 책 제목이 이상하더란다. “도대체, 무한 이윤을 위한 프로젝트”라느니, “교대제, 무한 도전을 위한 프로젝트”라느니. 인터넷에서 책을 찾아보려고 “교대제”로 검색을 했더니, “경인교대 제2생활관”이 나오더라는 넋두리도 들려왔다. 이런 일들이 생기는 까닭은 교대제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너무 낯설기 때문이라는 게 출판사의 분석이었다.

사실 한국 사회는 교대제가 유난히 많은 편이다. 약 44%의 기업이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체 사업장의 35.6%는 야간노동과 교대제가 함께 존재하는데, 가까운 일본(17.5%)과 비교해도 두 배인 셈이다. 자신이 직접 교대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은 일상에서 교대제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교대제라는 말조차 낯설게 느낀다. 이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노동운동 안에서는 교대제 개선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 관심의 계기들 중 하나는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의 대안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2004년에는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2005년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2009년 1월 1일부터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은 금속 산별의 고민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2월 대의원대회에서 노동시간 단축 및 교대제 개선 실행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08년 요구안을 결의했다. 이 날 대의원대회에서는 모든 금속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질 노동시간 단축, 주야2교대제 철폐,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구조조정 봉쇄, 완전월급제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골자로 한 수정 요구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록 이 수정안은 가결되지 못했지만, 금속노조가 교대제 개선에 대해 금속 노동자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과 금속 노동자 전체를 향한 주장으로 진전해야 할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주간연속 2교대 전면실시를 위한 요구안을 마련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와 실천을 조직하려는 지역 지부 차원의 시도도 눈에 띈다. 비록 아직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움직임이긴 하나, 그동안 금속 산업에 만연해있던 초장시간 노동과 2조 2교대제에 대한 단위 사업장 수준의 대응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폭과 깊이를 더해갈 계기가 될 소중한 시도들이라 할 수 있다.

공공 부문에서도 산별 차원의 교대제 대응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 부문은 1990년대부터 지하철, 철도, 발전, 가스 등 각 단위사업장마다 근무형태와 노동시간, 인원 문제를 놓고 노동조합의 요구와 투쟁이나 사측의 공세가 이어져왔다. 사업장들마다 이런 투쟁의 경험이나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매우 다르고, 근무 형태와 관련된 현안들도 매우 이질적이지만, 예전 공공연맹 시절부터 노동시간과 교대제에 대한 공동의 원칙과 대응 지점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2008년에는 노동시간과 교대제에 대한 산별노조의 원칙을 담은 산별 기초협약을 만들어내고 이를 대중적으로 확인해 나가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지난 1월 25일 ‘교대제 개선 정책토론회’를 통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공동으로 작성한 ‘병원 사업장의 교대근무 개선 방향 연구보고서’를 공개하였다. 여기에서는 고정 야간 근무조를 둔 주간연속 3조2교대제와 7조3교대제가 대안으로 제시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이후 교대제 대안에 대한 산별노조와 지부 차원의 고민과 논의가 진행되어 갈 것이다.

한편,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려 일명 ‘뉴패러다임 운동’의 흐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뉴패러다임 운동은 노동시간 단축, 교대제 개선, 평생학습체계 구축을 큰 축으로 제시한다. 즉,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편을 명분으로 총체적 구조조정과 총 가동시간 연장의 방법을 제시하여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감소를 걱정하던 사업주들에게 이윤 극대화의 수단과 명분을 가르치며, 줄어든 노동시간을 온전히 노동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평생학습’을 진행하여 노동자의 자발적인 생산성 향상과 노사상생 이데올로기 체화를 꾀할 수 있음을 사업주들에게 설파하는 것이다.

최근 뉴패러다임 센터는 “사람 중심 선진 노동 복지 정책의 작업장에서의 구현”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직무 중심 임금 체계와 노사관계 및 법률 자문, 그리고 산업 안전 영역까지 사업장 컨설팅의 폭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노동시간 단축과 근무 형태 개선에 관련된 자본의 고민에 해답을 제시해왔다면, 이제는 교대제 개선을 명분으로 한 생산성 향상과 유연화, 노동 통제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관련된 문제들을 두루 포괄하여 자본을 위한 총체적인 밑그림과 대안을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2. 2008년 교대제 개선 투쟁의 과제

첫째, 교대제 개선 투쟁의 본질을 대중적으로 알려야 한다.


교대제 문제를 새롭게 고민하기 시작하는 이들은 “몇 조 몇 교대로 바꾸는 게 좋겠냐”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러나 교대제 개선은 단순한 근무형태 개편의 문제가 아니다. 몇 조 몇 교대가 더 나은가를 단순 비교하는 것만큼 위험한 접근법은 없다. 자본은 교대제 개선을 명분으로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을 위한 또다른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근무형태 개편 문제로 접근했다가는 자본의 덫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셈이 되고 만다. 더욱이 자본은 이미 뉴패러다임 운동 등의 이름을 빌어 조직력이 취약한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그 덫을 생산하고 대대적으로 유포해가고 있다.

우리도 저들의 이데올로기를 꿰뚫어볼 통찰력과 그에 맞설 힘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확산시켜갈 수 있도록 다양한 계기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계기들을 통해 노동강도를 낮추고 노동으로 인해 죽거나 병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건강권을 되찾는, 더 적게 일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임금을 누릴 권리를 되찾는, 즉 노동자가 누려야 할 정당한 몫의 최저선을 회복하는 교대제 개선 투쟁의 취지와 목표를 발언하고,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의 폐해와 모순을 조직 노동자들 뿐 아니라 전체 사회 구성원들 속에서 쟁점화시켜야 한다.

둘째, 대중의 필요를 직접 발언하고 행동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노동시간단축 투쟁이 오히려 장시간 노동체계의 유지와 고용불안을 가중시켜온 뼈아픈 경험을 돌이켜 보면,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자간의 힘겨루기는 결국 현장 권력의 문제와 대중 투쟁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주야 2조2교대가 도입된 과정도, 상층의 소수가 논의하고 대중에게 찬반을 묻는 방식이 갖는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었다.

‘조합원들이 받쳐주지 않는다’라는 핑계는 자본가에게 먹히지 않는다.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그만큼 현장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면, 그 깊은 뿌리를 끝까지 파내서 뽑아내는 수밖에는 없다. 그러려면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삶과 노동과정 전체를 성찰하고, 왜곡되어온 자신의 필요를 온전히 드러낼 계기를 만들고, 그리하여 노동자의 일상에 촘촘히 박혀 있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의심하고 흔들고 깨뜨리는 대중의 실천과 행동을 만들어내야 한다.

셋째, 최소한 산별 수준에서 교대제 개선의 원칙과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앞에서 산별노조 차원의 교대제 개선 움직임을 간단히 소개하였으나, 업종별 편차와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금속의 경우 현대자동차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을 계기로 노동시간 단축 및 교대제 개선에 대한 요구안이 결의되었으며 교대제 개선의 가시적 흐름이나 진전이 가장 나은 편에 속하지만, 그만큼 우려도 크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요구안도 그 원칙과 방향은 모호한 채로 마무리되었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교대제 개선에 대한 실태와 대안 연구 결과가 산별노조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앞으로 전체 노동운동 속에서 교대제 개선 투쟁이 일보 전진하기 위해 2008년에는 최소한 산별노조 수준에서라도 교대제 개선의 원칙과 방향이 수립되어야 한다. 노동시간의 길이와 구성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인원, 임금, 생산성 등 노동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원칙과 방향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금속의 경우 완성차 노동자들의 경험과 진전을 기반으로 하되, 하청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미조직 불안정 노동자들과 부품사 노동자들의 현실과 요구를 포함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 부문은 필수 유지 업무를 확장하여 파업권을 제한하는 흐름에 어떻게 맞설 것이냐가 올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2008년은 야간노동이 불가피하다고 전제되어온 필수 유지 업무란 과연 무엇이며, 그 때의 노동조건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노동자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원칙을 세우고 쟁점화해야 할 필요성과 가능성의 두 측면에서 놓쳐서는 안될 적기라고 본다.


3. 제안

첫째, 조직 노동자를 향한 교육과 선전, 주체 형성에 힘을 모으자.


교대제 문제는 단순한 근무형태 개선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그 맥락과 본질을 온전히 이해하고 통찰하지 못함을 아쉬워하거나, 주체들의 요구가 왜곡되어 있다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 이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 주체를 조직해나가는데 힘을 쏟는 것만이 방법이다.

간명하고 알기 쉽게 문제의 본질과 쟁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것도 서로 다른 투쟁과 일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이 공통된 요구와 행동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선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장을 도배해버리겠다는 심정으로 산별이나 지역 수준에서 모범교안, 기획 선전물, 버튼이나 리본달기라든가 스티커 설문 등 직접 참여할 실천 소재들을 개발하고 공동으로 제작, 배포하자.

이것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으려면, 각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해갈 초동 주체들이 반드시 조직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라는 공식 기구만이 아니라 각 현장과 지역의 활동가 모임 등 다양한 조직에서 주요사업으로 받아 안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그 속에서 현장과 지역을 담당할 초동 주체들을 조직해나가자. 

둘째, 8시간 노동절을 복원하여 대중 직접 행동을 만들어가자.

1856년 어느 날, 호주의 노동자들은 딱 하루만이라도 8시간만 일하고 쉬어보자며 일터를 빠져나와 넓은 들판에 모여 함께 놀고 춤추고 쉬는 행사를 가졌다. 그들은 “8시간 노동, 8시간 여가, 8시간 휴식”이라고 커다랗게 적어놓았다. “8시간 노동, 8시간 여가, 8시간 휴식”을 외치며 집회를 열고 행진을 하거나 노동자들의 문화를 향유하는 소위 “8시간 노동절”은 수십 년 뒤 서구에서 하루 8시간 노동이 제도화되기까지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우리도 8시간만 일하는 날, 8시간 노동절을 복원해보자. 평일에 8시간의 여가를 직접 누려보는 날을 만들어, 8시간의 여가를 도무지 어떻게 써야할지 당혹스러울만큼 망가져버린 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는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 혹은 지역의 노동자들이 이날 하루는 8시간만 일하고 모이는, 지역 공동행동의 8시간 노동절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미 소위 ‘가정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잔업 없는 날이 도입되어 있는 일부 사업장의 경우에는, 그 날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날것으로 드러내고 성토해볼 필요도 있다. 또한, 이것이 자본에 의해 일주일에 한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초장시간 노동에 저항해온 노동자 투쟁의 성과임을 재해석하고 잔업 없는 날은 꿈조차 꾸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따라 배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셋째, 전체 사회 구성원들을 향하여 야간노동 안하기 운동을 펼치자.

지난 1월 29일,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이 GM대우 부평공장을 찾아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24시간 2교대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미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인가.

김밥 옆구리는 뜻밖의 곳에서 또 한번 터졌다. 3월 3일, 경기도 안산시는 연중 무휴 24시간 운영하는 ‘wonder~full 25시 민원감동센터’(동사무소)를 열었다. 맞벌이에 장시간 노동과 장거리 출퇴근을 하느라 주민센터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컸던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시작했다는게 안산시의 설명이다. 과연 동사무소에 가기 위해 조퇴를 해야 하는 불편 없이 마음 놓고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된 노동자들이 ‘원더~풀’을 외치며 감동할지는 의문이나, 적어도 24시간 착취의 시계바늘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서슴없이 말했던 대통령이 들었다면 심히 감동받았을 것이다.

이런 일화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사회가 진작에 24시간 노동하는 체제로 진입하였으나, 지금 이 순간도 단 하나의 빈틈조차 남김 없이 재편해가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완성차 공장의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은 심야 시간만이라도 일하지 않을 권리를 되찾자는 것으로, 근본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적 대안일 뿐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야간노동 자체를 폐절해가기 위한 행동 기획이 필요하다.

가칭 야간노동 안하기 운동이란, 조직 노동자 뿐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향한 것이다. 이 운동을 통해 야간노동이 얼마나 해로운지, 야간노동을 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구조와 노동악법의 실체는 무엇인지를 폭로하고 공공연하게 발언할 선전의 계기로 삼자. 또한, 밤에는 잠을 자고 쉴 권리, 8시간만 일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할 권리를 주장하는 100인 선언, 1000인 선언, 1만인 선언을 조직하는 등 폭넓은 사회 구성원들이 낮은 수준에서라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여 실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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