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8/4월/노동자의 시] 차이가 우리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살아있게 한다

우체통처럼 잠잠했던 날들은 가고
오늘 소포가 도착하듯 너의 표정도 변하고 눈빛도 변하고
목소리 톤도 변했다
저쪽 골리앗 타워 쪽으로 봄기운이 들어섰지만
무슨 낙이 있어 봄을 맞겠는가
관리자들의 안전화는 갈수록 위협적이다
너의 늙은 몸에도 투쟁의 기억은 남았는가
투쟁이 기억이 되면서부터
너의 늙은 몸은 허명의 꽃을 피워낸다
꽃 수술에 내려앉은 희망은 통제에 순응하는 모습만큼이나
허약하다

동지!
이 말의 친화력이 때로 두렵다
우리 사이는 과연 견고 한가
네 눈물은 과연 맑은가
난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책없이 착해지는 마음이 고통스럽다

원칙은 원칙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말하지 말라
현실을 인정하라고, 해봤자 안 된다고 말하지 말고
아예 하기 싫다고 말하라
조합원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집행부를 무슨 해결사처럼 생각한다고,
조합원들 길을 잘못 드렸다고 말하기 전에
아예 싸울 의지 하나 없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
너의 어중간한 타협의 자세를 보라
솔직해지자
이제 너의 변명은 하나의 사상이 되었다



노사협조주의가 따로 있는가
해고되고 빵에도 갔다 왔던 왕년의 투사가 오늘 노사협조주의자로
옷을 갈아입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다
물론 너는 여전히 선진 활동가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너의 투쟁방식은 이제 노사협조주의이다

너는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우리사주 민주주의를, 사회적 협약
체결의 중요성을 말한다
나는 조합원의 사활적인 생존의 문제를, 이 투쟁의 확대에 대해서
말한다
나는 차이를 폭력적으로 제거하려고 한다
그러나 차이 속에서, 또한 차이를 가로질러 나는 너에게 간다
1부터 100까지의 완전한 통일은 무덤에서조차 불가능하다
차이,
- 차이가 너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는가 -
- 차이가 너를 두렵게 하는가 -
그러나 차이가 우리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살아있게 한다

나는 너에게 구조조정 정리해고 분쇄, 생존권 사수,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함께 싸우자고 제안한다
나는 너에게 대정부 직접 교섭을 위해 기획된 대국민 선전전, 폴
리스 라인 안에서 진행되는 행사투쟁이 아니라 공장을 점거하고
생산을 중단시키고자 제안한다
눈빛을 맞추고 보폭을 맞추고 나란히 나란히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나는 여전히 어용이 아니라 민주파라고 자부하는 너에게 제안한다

너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죽어갔다
노동자들의 생존의 문제 앞에
어용과 민주는 백지 한 장 차이라는 걸
집행권력 그 자리도 백 날 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나는 너에게


* 노동자 시인 조성웅 동지의 네 번째 시집 [물으면서 전진한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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