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
그리고 건강
공공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간병인분회장 정 금 자
지금은 당당한 여성노동자로
남편의 실패로 생계를 위해 간병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대학병원에서 10여년간 일을 하다가 2003년 9월부터 2004년 4월까지 무료소개소 폐쇄투쟁을 하면서 그때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당당한 여성노동자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2003년 서울대학병원에서 무료소개소를 폐쇄하자, 먹고 살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였고 운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간병인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관계로 병원에서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채 일하는 소외된 사람들이었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우리는 병원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동에는 귀천이 없습니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사회에서 열악한 간병인 동지들을 위해, 그리고 병원 환자들을 위해 나의 작은 힘이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며 지냅니다.
그러나 아주 ‘특수’한 노동자
간병인을 ‘특수고용노동자’ 라 하여 노동자로 일하면서도 노동법의 보호에서 제외되어 있는 ‘법외 노동자’ 라 합니다.
‘직접 고용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노동권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으며, 고용·인사·노무 전체 영역에서도 역시 소외되어 있거나 보다 억압적인 구조하에 존재하고 있고, 나아가 우리들은 노동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건강할 권리’까지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방송국 구성작가 리포터, 방문판매사, 애니매이터, 지입차주방식의 레미콘 기사, 학원지입차주, 덤프화물, 퀵 서비스, 대리운전자, AS기사 등 대단히 광범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런 추세로 계속 간다면 향후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노동자 군입니다.
그중에서 간병인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은 저임금 장시간 일하고 있으며, 작업환경 또한 위험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특히 우리 간병인들은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저 소득층 여성노동자들입니다. 그러나 보호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국가가 자신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병 노동자들의 노동, 그리고 건강
저는 병원에서 10년간 간병일을 하였습니다.
간병인들은 병원에서 감염위험에 항시적으로 노출된 채 일하고 있습니다. 결핵, 간염, 에이즈 등 감염환자를 24시간 내내 환자 곁에서 밀착하여 돌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간병인 조합원들은 병실에 들어가서야 환자가 결핵환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미리 결핵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방비 상태로 예방이나 보호장비 하나 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결핵이라는 것을 알고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까, 보호자와 환자가 “왜 마스크를 하느냐”고, “식구들도 마스크를 안하는데 간병인이 마스크를 왜 하느냐”고 합니다 이것이 간병인의 현실입니다.
간병인의 감염은 간병인의 가족과 그 가족이 돌보는 또 다른 환자에게로 그 감염이 전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간호사와 병원 직원은 위험해서 산재가 되고, 24시간 환자 곁에 붙어 사는 간병인은 위험하지않아서 산재가 안된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간병인은 하루 24시간, 1주일에 144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시급 3천원에도 못미치는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노동자입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환경과 사회경제적 환경으로 인해 간병노동자는 어느 직군보다 산재위험이 큰 직군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무거운 환자를 들어서 휠체어를 태워야 하고, 욕창을 방지하기 위하여 환자의 자세를 수시로 바꿔주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어깨, 허리, 골반, 무릎, 손가락 등의 근골격계질환과 하지정맥류 등으로 간병노동자의 90%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근골격계질환을 줄이기 위해 10킬로그램 이하의 중량물만을 취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 60~70 kg을 혼자서 이동시키고, 이들이 몸을 움직이지 못할 때는 두배의 몸무게를 지지해야 합니다. 일례로 2007년 고충처리위원회에서 발표한 결과, 전국 28개 요양병원 간병노동자의 65%가 업무상질병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도 근골격계 질환이 간병 노동자에게 가장 많이 발생되어서 정부차원에서 특별한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병인은 병원사업장에서 간호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병원의 관리 감독과 심지어 상벌까지 병원 공문을 통한 제제조치를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병원의 관리통제하에 노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병인은 병원일로 다치거나 병들어도 개인이 치료비를 내야 합니다. 게다가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간병인들이 일을 못하게 되면 당장 생계도 이어가지 못할 처지에 놓입니다.
지난 2006년 간병인 조합원 박복열씨는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고 가다가 무릎을 다쳐서 수술을 받고 7개월 동안 일도 못하고, 생계가 어렵다고 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도와주지 못하였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책임배상보험에 가입하여 환자를 다치게 했을 때, 보험에서 도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도움도 요청했지만 도와주지 못하였습니다.
또 간병인 조합원 최명숙씨도 일을 하다가 갑자기 폐렴으로 호흡곤란이 와서 응급치료를 받고 입원치료까지하였습니다. 치료 후 7개월간 쉬다가 지금은 일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얼굴이 부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호흡도 순조롭지 못한 것을 느낍니다.
간병노동자들의 삶, 그리고 건강
전국에서 일을 하는 간병인 90%는 근골격계질환 치료를 위해 등을 보면 부항 뜬자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주일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냉동밥을 데워 먹으며 6일을 일하고 하루 무급휴일을 갑니다. 무급휴일 가는 날 너무 억울하다 고합니다.
모든 노동자는 건강을 위해 하루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그런데 간병인은 기계도 아니고 무거운 환자를 돌보다가 토요일에는 파김치가 다 되어 집에 가면 집안일이 또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쉬지도 못하고 집안 청소며 빨래며 하고, 일주일 먹을 반찬을 만들어 놓고, 도시락 들고 집을 나섭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도시락 먹고 사는 세월이 어언 10년을 훌~쩍 넘기다 보면 자식들은 장성하여 결혼하고. 이제는 할 일 다 했다 싶으면 또다시 손자 손녀의 돌보는 일이 또 시작됩니다.
맞벌이 부부가 되다 보니 보육문제가 심각하여 나몰라라 할 수도 없고, 내자식 만큼 손자 손녀 또한 소중하게 키워 주어야 하는데, 이제는 골병이 들대로 든 상태라서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고 다들 주위에서 한숨을 내쉽니다.
간병인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모든 특고노동자들에게도 산재보험 적용을!
상황이 이럴진대 간병인을 산재직업병에서 배제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입니다. 업무상 질병이 생기면 당연히 사회적인 책임이 필요하며, 사회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종별로 차별화하면 안될 것이며, 4개 직군과 함께 나머지 무한정으로 새롭게 생겨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적용을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사회보험이라 말할 수 있으며, 국가의 기능을 다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는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사회보험의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복지를 할려면 제대로 된 법으로 수혜자나 노동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장기요양보험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재보험법처럼 수혜자나 노동자를 위한 진정성이 담긴 법이 아니라, 정권 연장을 위해 이용하는 선거용 생색내기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지금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금년 7월 1일부터 실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간병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처우는 개선된 것이 별로 없고, 우리를 희생양으로 하는 정권의 들러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선거때만 되면 노인을 위한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표를 구걸하고 진작 복지를 받는 수혜자나 노동자는 뒤에서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 표를 얻 특 집 2 는 수단일 뿐 당사자는 별로 큰 혜택이 없다는 것이지요.
일자리가 복지라면 처음부터 요양보호사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이 아니고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8시간 3교대로 140만원의 생활임금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간병노동자도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 70%이상입니다. 여성의 힘은 대단합니다. 여성들의 여론으로 대통령도 만들고 국회의원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여성들을 올바르게 교육하지 못한 우리들의 잘못도 크겠지요. 선거때만 되면 열성 여성지지자들을 모아 이용하고 정작 선거만 끝나면 배신하는 야비한 정치노름에 이용만 당할 것이 아니고, 우리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정치 의식을 높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금년과 같은 저임금 간병과 보육 장애인 활동보조 등의 질 낮은 일자리로 생색내는 현정부에 이용당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한미 FTA를 준비하는 정권을 향해 우리는 농촌의 여성들과 도시 서민들을 교육할 것입니다. 가장 귀한 한 표를 빼앗기는 일이 없이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정치를 하도록 우리가 주도적인 위치가 되어야 함을 이야기 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더 많은 간병노동자를 조직하여 세상을 바꾸는 일에 전력을 다 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4~50대 아줌마, 한번 옳다고 여기면 무서울 것이 없는 아줌마들입니다.
여러분들의 어머니와 아내라는 이름은 누구도 범할 수 없는 위대한 이름이며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조직하여 세상의 주역을 만드는 일에 전념할 것입니다. 일자리가 복지라면 진정한 복지를 만드는 세상을 향해 달려나갈 것입니다
거리에 나가보면 살기위해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고,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느껴지고 그들에게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함만이 보입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잘못되어져 가는 세상을 정부에게만 맡겨둘 수 없습니다. 제도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땅을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끊임없이 투쟁하면서 무거운 십자가를 진 주님처럼 이 시대에 사는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