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8/5월/현장의 목소리] 서울시민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외면한 장애인콜택시노동자

서울시민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외면한
장애인콜택시노동자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조직부장 신현석


현대판 노예계약 ‘위수탁계약’

장애인콜택시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쟁취 투쟁으로 얻어진 결과물로써 2003년도부터 서울시가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여 운영해왔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다시 개인운전자에게 운전봉사원이라는 신분으로 1년 단위로 위수탁계약을 맺어왔다. 운전자들은 월 95만원 운행보조금과 운행수입금으로 유류비와 차량의 수리비까지 부담하고 세차 등 크고 작은 차량관리까지 직접 해왔다. 물론 4대보험도 가입되지 않았고 휴가도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근무를 해왔다. 휴면상태에 있던 노조가 다시 설 수 있었던 것은 공단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해고하도록 하고 있는 노예계약과도 같은 위수탁계약 하에서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동료운전사가 과로사로 떠나도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었던 절박한 현실 때문이었다.

예고된 해고와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장애인콜택시 노동자들의 해고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때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지회에서 새로운 지회장을 선출하자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회장을 불러 ‘지금 20명을 특별관리하고 있다.’, ‘내가 오래가는지 당신이 오래가는지 한번 두고 보자’는 말로 친절하게(?) 연말 계약해지를 예고해주었다. 그러나 공단은 연말 계약만료기간까지 참지 못하고, 계약기간 중 10분지각과 복장이 불량하다는 위수탁계약서의 말도 안되는 규정으로 지회 간부와 조합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주위의 동료가 조합 가입원서 한 장 달라고 해서 건네준 것과 휴게시간을 이용하여 총회에 참석한 것을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이라고 하면서 해고하였다. 10분 가면 되는 거리를 경기도의 콜택시로 갈아타기 위해 수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장애인을 그냥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서울시를 넘어 운행을 했다는 이유로도 해고되었다. 병가를 내고 쉰 것을 위수탁계약서에는 없는 병가니깐 정당한 해고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연말 1차례 계약심사를 하던 것을 5차례에 걸친 계약심사를 통하여 조합원을 중심으로 해고하였다. 사실 계약심사도 필요 없었다. 공단은 부당해고구제심판이 진행중인 과정에서도 해고된 노동자의 계약심사를 조작하여 불성실한 운행이란 명목으로 감점을 더하기도 했다. 이처럼 위수탁계약서 상에는 ‘기타 불성실한 행위를 한 경우’를 계약해지의 사유로 삼고 있어 사실상 공단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를 무기로 공단은 끊임없이 운전자들을 협박하였고, 노조에 반대하기 위하여 구성된 상조회의 간부들은 위반사항이 많더라도 계약해지 대상에서 제외시켜줌으로서 노동자간 갈등을 조장하기도 하였다.

말뿐인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장애인콜택시 노동자들이 노조활동을 재개할 시점에 정부는 공공부문비정규대책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전환할 구체적 대상을 선정하여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무기계약전환 자체가 문제가 있고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위수탁계약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형식적이나마 고용을 보장한다는데 조금의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발표 시점이 다가오기 얼마 전부터 장애인콜택시 노동자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서울시 산하 지자체와 공공기업에서 비정규대책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숫자가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는 22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니 그렇게 떠들어 댈만한 정책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대책에는 분명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되는 일이 없도록 하였는데, 10분지각과 복장불량이 정부가 말한 특별한 사유인지 더욱 아리송해질 뿐이다.
물론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해고가 되어서 노동자의 편이 아닌 법이라도 그냥 눈감고 모른 채 할 수 없어서인지 복직판정을 받고 복직을 하였다. 그러나 공단은 도시락까지 싸서 다시 일하러 나간 노동자에게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차량의 열쇠 대신 해고 통지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앞으로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게 될 후배들과 내 자식들을 위하여 투쟁하겠다던 올해 정년이 된 노동자는 추운 겨울 운전대를 잡는 대신 청계천의 차디찬 칼바람 앞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선전전과 집회를 하는 그 와중에도 공단은 신규운전자를 모집하였고, 이사장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는 '나가, 새끼야‘라는 욕설과 함께 힘없이 끌려나와야만 했다.

“봉사정신이 투철한 자”, 운전봉사원 vs 운전노동자

운전봉사원이라는 이름으로 휴가와 휴일도 없이 연장근로수당도 받지 못하고, 4대 보험에 가입도 되지 않아 산재를 당하여도 아무런 보상이 받을 수 없어야 만이 봉사정신이 투철한 운전자는 아닐 것이다. 하루는 집 앞 작은 트럭에서 토스트와 분식을 파시는 아주머니에게 옆에 분식점이 생겨서 장사가 되지 않아 걱정이 많으시겠다는 말을 건넨 적이 있다.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전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 음식을 맛있게 만들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게 되어 좋다고 하신다. 이처럼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안정된 노동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중증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사업목적의 특성상 더욱 높은 봉사정신과 계약 준수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위수탁계약에 따른 해고가 정당하다고 한다. 2005년 행정법원에서 노동자성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노동조합이 재결성되기까지 4대보험가입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공단이 하는 이야기이다. 시민에 대한 봉사정신과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자신들의 정체성은 망각한 채, 장애인콜택시노동자들에게만 투철한 봉사정신을 가지라고 하니 기가 막힌 일이다. 봉사정신이 투철하여 모범운전자로 표창까지 받았던 노동자를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해 놓고 내세운 변명이 봉사와 희생의 정신이다.

천사이기 이전에 노동자

사회복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봉사와 희생의 정신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천사’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노동자들도 자신의 정당한 요구를 이야기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눈치를 보거나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도 천사 이전에 노동자이다. 타인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하여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동권과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봉사와 희생 정신’만을 강조하는 것은 공단과 같이 이를 빌미로 노동자를 탄압하고 억압하기 위해서 일뿐이다.

얼마 전, 식사를 하는 도중 한 해고운전자에게 근무하면서 알게 된 이용자로부터 ‘왜 요새는 통 볼 수가 없냐는 전화가 왔다. 해고되어서 당분간 볼 수 없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나중에 한번 밥이나 먹자는 말만 전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던 늙은 노동자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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