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시철도 5678 창의조직 내부에선 무슨 일이...?
한노보연, 도시철도노동조합 승무본부 노동보건국장 윤성호
1. 도시철도 구조조정 과정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5년 9월 2일 음성직 사장 부임 후 “5678창의조직 만들기”란 이름하에 강력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공사가 구조조정을 통해 당장 이루려는 바는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절감과 노동조합 무력화이며, 일련의 지속적인 직제개편을 통해 분리매각, 공기업의 사유화로의 길을 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지난 4월 10일 3,500명에 가까운 인원을 공사가 새로 만든 조직에 인사발령을 내렸다. 이는 도시철도 조합원들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예견된 일이였으며, 지금까지 계획에 불과했던 것들이 본격적으로 조합원들의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 것이다.
2.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내용
1) 희망퇴직을 통한 10% 정원 감축
도시철도 종사자의 10%인 690명을 희망퇴직을 통해 정리한다고 한다. 이는 정원을 10% 축소한다는 말과 같다.
현재 인원에서 10%의 인원이 축소되면 지금의 근무형태는 유지될 수 없으며 노동강도는 그만큼 올라간다는 뜻이다. 즉 단체협약상 노동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을 뜻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동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세상 어떤 노동조합이 개악되는 노동조건에 합의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불법으로라도 현장을 흔들어 노동조합의 굴복을 받아내려는 속셈으로 일방적인 인사와 구두지시에 의현장의목소리해 근무형태를 흔들고 있는게 도시철도의 현실이다.
2) 상시 퇴출제을 위한 새로운 조직, ‘창의업무지원센터’ 및 ‘서비스지원단’ 신설
공사측은 4월 10일 22시경 전 직원 6,900명 중 3,500명 가량을 인사이동 시켰다. 특히 ‘창의업무지원센터’와 ‘서비스지원단’으로 배치된 840명이 문제다.
그동안 음성직 사장은 인력구조조정의 명분을 도시철도노동자들이 많은 불필요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 날조하면서 인력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10% 정원감축은 음성직 사장의 창의적인 생각에서 찾아낸 ‘유휴인력’이며, 앞으로는 직원들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들을 통해서 불필요한 업무를 찾아 인력을 줄여 나가라고까지 지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창의적인 구상을 실행으로 옮길 장치로 ‘창의업무지원센터’와 ‘서비스지원단’을 만들었다.
음성직 사장은 이 두 조직으로 발령받는 것은 퇴출대상으로 낙인찍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자회사 설립의 길을 열어놓았으니 너무 슬퍼 말라고 한다. 세상은 넓고 비정규직 일자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구조조정의 흐름은 도시철도공사뿐 아니라 서울지하철 및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에서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이는 현 정부의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노동탄압의 하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각 직종별 창의조직(구조조정)의 문제점
1) 역무
역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일방적인 근무형태 변경과 강제적인 무인매표 실시가 그것이다. 이는 ‘서비스지원단’이 지원하고 있다.
◇ 일방적인 근무형태 변경
역무 직원 1,000여명을 3조2교대에서 2조1교대(변형일근)로 근무형태를 변경
야간 부역장 1인 근무
○ 비효율적인 시간대별 근무배치(혼잡역 기준)
※ 이용승객이 가장 많은 복잡한 시간대에 가장 적은 인원배치(아침,저녁)
※ 이용승객이 가장 한가한 시간대에 가장 많은 인원배치(낮시간)
※ 공식문서가 아닌 구두지시(업무연락형태의 내부 메일로 역장들에게 개별적으로 전달됨)
※ 단체협약 제6조[노동조건의 저하 금지], 제37조[근무형태],제41조[근로조건의 결정] 위반
※ 근로기준법 제3조 [근로조건의 결정],제4조[근로조건의 준수] 위반
지난 4월 23일 야간, 길동역에서는 휴가중인 부역장을 대신해 야간업무지원단에서 지원근무 나온 조합원이 승객에게 우대권 관련한 시비로 폭행당한 사고가 벌어졌다. 야간 취약시간대 남의 역에서 혼자 근무하던 조합원이 폭행을 당해도 어떻게 손 쓸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와 같이 비효율적인 근무배치의 결과는 대중을 상대하는 역사 운영과 관리를 가장 취약한 시간대(취객, 승객간 폭행, 성추행 등)에 1인이 감당하게 하는 것이므로 기존의 근무형태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역사 운영과 관리엔 1인이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사상사고시, 엘리베이터 긴급 조치시(2~3인 필요), 화재발생시(진압, 승객안내, 구조를 위해 3인 이상 필요), 열차내 소란행위시(취객, 2인이상 필요) 등이 그것이다.
◇ 강제적인 무인매표 실시
공사는 무인매표를 해야 하는 근거로 카드사용 증가로 인한 기존승차권 판매비율의 하락을 들고 있다. 하지만 원래 역무 인원은 주5일 근무제 도입 당시, 1역 1매표실을 기준으로 적정인원이 책정되었다. 매표실은 매표행위 뿐 아니라 계량화할 수 없는 다양한 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공사도 지금까지 인정해 왔던 것이다. 또한 매표실은 민원사항이나 사고접수를 가장 용이하게 하는 상황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런데 매표실을 폐쇄한다는 것은 시민들과 역직원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만큼 시민들은 불편을 해결하는 통로를 잃게 되는 것이다. 실제 무인매표 도입 이후 승객들의 불편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무인매표를 도입한다는 공사의 주장은 억지이며, 조합원과 시민모두에게 불편과 불안을 야기시키는 일이다. 공사는 무인매표를 철회하고, 하루빨리 원래대로 매표실을 운영해야 한다. 상시퇴출조직인 서비스지원단을 폐지하여 현장인력을 다시 원상복구시켜야 한다.
2) 기술
기술직능에는 전기, 전자, 토목, 건축, 설비, 통신 등 6개 직종이 있다. 기술직능 창의조직(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존 6개 직종을 통폐합하여 ‘기술관리소’로 재배치하고, 근무형태를 변경, 인력을 축소시켜 ‘창의업무지원센터’라는 상시퇴출기구로 보내는 방식이다.
[예]
□ 현업(기술&시설) 직무 통합
전기설비사업소 (5팀), 신호통신사업소 (7팀), 시설사업소 (8팀)
→ 종합기술센터 (5팀), 시설장비관리단 (2팀), 시스템안전성평가단 (2팀), 창의업무지원센터로 조직 개편하였다.
□ 현업분소(기술&시설) 통폐합
전기분소 (18개소), 설비분소 (12개소), 신호분소 (18개소), 통신분소 (13개소), 전자분소 (14개소), 장 비분소 (2개소), 토목분소 (18개소), 건축분소 (12개소)
→ 기술관리소 (12개소)로 통폐합하였다.
이처럼 직무통합 과정에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인원이 전환배치 됐으며, 그중 516명이 상시퇴출 조직인 ‘창의업무지원센터’로 보내졌다. 인사발령 이후 각 현장에 있던 사무실 집기들은 새로 생긴 비좁은 ‘기술관리소’로 이동되었으며, 아니 ‘기술관리소’로 이동배치됐다기 보다는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또한 기술직능의 침실을 모조리 없애는 공사가 진행되어 많은 조합원들은 사무실도 없고, 책상, 의자도 없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헤매고 있다. ‘창의업무지원센터’라는 인력대기소(?)로 발령 받은 인원은 또 다시 현업지원근무를 명령받고 ‘긴급 지시사항’이라는 명목으로 또다시 다른 근무지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비숙박 시차근무제’라는 희안한 근무제도가 생겨 하루 24시간 아무 때나 출퇴근을 해야 하며 그로 인해 기술조합원들은 정상적인 가정생활마저 무너지게 하고 있다.
3) 차량
차량 분소는 12개에서 7개로 축소되었고, 검사주기는 3일 검사에서 5일 검사로, 3월/3년 검사는 4월/4년 검사로 맘대로 연장되었다. 중정비의 비정규직은 20~30%가량 대량 해고되었다. 공사는 아예 자회사를 만들어 중정비 전체를 아웃소싱하겠다고 한다. 일상검사반이 신설되어 차량의 조합원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현장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구내입환 업무마저 차량으로 이관되어 고장차라도 생기거나 도중 입고라도 생기면 기본적인 정비업무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리하게 인원을 뽑아내 업무폭주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4) 승무
승무업무는 기존 본선운전업무와 구내 입환업무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번 구조조정과정에서 구내 입환업무를 빼앗기고 구내 신호취급업무로 내몰리고 있다. 또한 6호선의 경우 아무런 이유 없이, 아니 중간조직 슬림화라는 공사의 구조조정 입장과도 배치되게 비좁은 봉화산역 지하실에 사업소를 추가로 개소하여 본선기관사를 빼내가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벌어졌다. 사실 타 직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어 보이지만 조만간 운전시간 확대 등의 요구에 직면하게 될 상황에 놓여 있다.
4. 조합원의 반응
‘설마 했던 일들이 현실화되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런 꼴을 당하는가’ ‘노동조합도 믿지 못하겠다’ 는 반응이 가장 많다. 일부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투쟁하여 원상복구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조합원들은 “이명박대통령현장의목소리 당선 이후 공기업 구조조정 및 민영화가 대세인데 막을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5. 무기력한 노동조합 집행부
반면 노동조합 본조는 창의조직 관련 노사특별위원회를 통해 사측의 창의조직안을 대부분 수용하고, 그 댓가로 승진 등 일부 떡고물을 받아 조합원에게 심판받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공사에게 뒤통수를 맞고 조합원보다 더 공황상태에 빠진 채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인사발령 다음 날인 4월 11일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인사발령과 조직개편철회 등 창의조직에 대한 전면 철회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못하고 마지못해 조합원 총회와 근무형태사수지침, 신호취급실 사수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4월 14일 개최된 조합원총회는 전혀 조직하지 않아 300여명의 조합원만 참석해 현장간부집회 수준이었고, 근무형태사수지침은 말뿐이고 조합원들이 근무형태를 사수하게끔 어떤 현장활동도 진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신호취급실 사수지침은 공사가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간부들을 직위해제 시킨다는 단 한 마디 협박에 철회하고 말았다. 이러니 현 집행부를 밀었던 조합원들마저 “총파업도 불사해야 하는 마당에 이렇게 꼬리를 내린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어쨌든 노동조합 본조는 투쟁은 뒤로 한 채 다시 음성직 사장과 현장교섭 및 현장노사간담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불만을 일정 무마하고 창의조직 전반에 대한 합의를 시도했다. 차량분야 간담회 때, 차량본부의 일부 수정요구안 제시에 음성직 사장은 “애초 창의조직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발언을 강하게 했어도 위원장은 그냥 지켜볼 뿐이었다. 또한 기술분야 간담회때도 현장조합원의 불만을 조금 수렴하여 정리하려 했으나 기술조합원들의 빈축만 샀으며, 역무현장 간담회때는 역무본부의 거센 반발로 사장이 간담회 도중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나, 오히려 “역무본부 간부 때문에 안 된다”며 헛소리를 해댔다.
현장조합원의 불만을 일정정도 해소해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으나 실패하자 직능본부를 압박하고 회유해 합의를 도출하려고 했으나 민주파 간부들의 반발로 이것조차 무력화 되었다. 일부 조합간부들은 이럴 바에야 차라리 총사퇴하여 새롭게 노동조합을 구성해 대응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더욱이 구조조정에 대한 서울지하철노조의 구체적이고 철저한 대응과 투쟁을 본 조합원들은 현 집행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치를 떨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노동조합 본조는 합의시도는 뒤로 한 채, 서울지하철노조를 포함한 서울시 산하 투자기관 노동조합과의 연대투쟁을 통해 돌파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믿는 조합원들은 거의 없는 상태다.
결론적으로 현재 도시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창의조직의 전면 철회’이고 이를 어떻게 쟁취해 낼 것인가이다. 직능별, 직종별 문제가 일부 해소된다 하더라도 희망퇴직을 통한 상시퇴출조직인 서비스지원단과 창의업무센터가 존재하는 한,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은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른 현장통제와 탄압도 상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조직 시행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만을 일부 제거하여 합의하고, 민영화가 대세인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지 않냐며 조합원을 협박하는 집행부로는 더 이상 희망은 없는 상태다. 만약 집행부가 개과천선해서 투쟁 의지를 새롭게 하고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는다면 혹 모르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고, 현실적으로는 새판을 짜서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모으고 연대투쟁을 통해 구조조정을 저지하는 것뿐이다.
이대로 가면 ‘지옥철’ 막을 수 없다
지금 이대로 가다간 도시철도 조합원들은 ‘창의조직 만들기’란 구조조정 쓰나미 앞에 무력하게 떠밀려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일치단결하여 대시민 홍보, 법적 대응, 부당인사 거부, 파업까지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으로 우리들의 재앙이 대형사고로 전이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