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정치,
반자본
사회화투쟁으로
다시 시작하자
노동자의 힘 홍석만
축구시합에서 10-0으로 전반전을 마친 경기의 후반전은 뻔한 결과가 아닐까? 이미 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관객처럼 평가도 냉정했다. 이번 대선과 총선은 하나의 축구시합같은 경기였고 총선은 그렇게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로 끝이 났다. 게다가 18대 총선은 대선에서 확인된 것들 재탕이었다. 통계로만 보아도 대선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선거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도 그렇고 이명박 득표율과 비슷한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 정동영 득표율과 같은 민주당의 의석도 그렇다. 대선에서 보수후보가 68%의 득표율을 보였던 것과 같이, 이회창의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진영의 총선득표는 2/3에 육박한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등 신자유주의 세력은 90% 넘는 지지율에 의석확보를 했고, 진보진영은 8%대에 초라한 결과를 보여준 것도 대선과 같다.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진보정치와 노동정치의 실종.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가장 큰 특징의 하나이다. 이미 대선에서 프레임을 상실한 상황에서 총선대응은 그만큼 무력한 것이 되었다. 부분적으로 민생문제에 대한 강조,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등이 외쳐지기도 했으나 득표를 위한 상징적 동원에 머물고 말았다. 국고지원금을 받기 위한 여성후보의 동원, 비정규직 비례후보의 영입을 둘러싼 갈등 등, 비정규직과 여성은 이미지와 재정을 채우기 위해 ‘동원’ 되었다. 현장의 반응도 싸늘했다.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노동 대중의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는 계속 줄어들었다. 노동자밀집지구라고 하는 울산에서도 정당득표로 민주노동당은 5만여표, 진보신당은 1만 6천여표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나날이 노동대중과는 유리되어 가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고 이른바 계급투표라는 정치적 동원조차 봄날 입김처럼 미약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4년 10석에서 2008년 5석으로 줄어든 현실. 의회내에서 진보정치를 확장하자는 전략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10석으로도 안되었던 것을 5석으로 할 수도 없칼 럼 | COLUMN다. 그렇다고 다시 더 많은 노동자 대표가 국회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노동자의 정치가 아니다. 국회의사일정에 맞춘 동원투쟁, 더 많은 노동자 대표를 의회에 보내자는 식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일방적지지에 불과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현실적으로 무력화되었다. 진보신당, 사회당의 경험에서와 같이 계급대중의 기반없는 진보정당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선거 후폭풍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정치적 재구조화를 거쳐야 할 민주노총의 산별건설, 2009년 예고되는 비정규직 대란, 현실화되는 경제위기, 지속되는 에너지 식량 위기 속에서 노동의 정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찾기의 과정이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진정한 노동자 계급정당의 출현이 시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주도 대형 금융자본의 육성을 목표로 금산분리의 완화를 통한 재벌의 금융소유의 확대,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앞둔 금융빅뱅의 시도,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공공부문에서는 가스, 발전 등 에너지 산업의 분리매각이 확대될 전망이며, 각종 공기업을 민영화 해 나갈 것이다. 여기에 정부소유의 민영기업에 대한 대대적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산업화라는 미명하에 민영보험의 확대, 건강보험의 무력화, 영리병원의 설립이 얘기되고 있다. 교육, 환경, 여성 및 사회정책 전반에서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어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교육, 보건의료, 물, 전기, 가스, 철도 등 공공서비스 해체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저항, 신자유주의 개발 정책에 따른 생태의 지속가능성과의 충돌 확산을 예고한다. 특히 한미FTA에 따른 투자/서비스 부문(투자, 투자서비스, 방송, 금융,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비위반제소, 전자상거래, 통신) 등이 사회구성원에 미칠 영향 평가는 지대하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을 넘어서 국가부문의 총체적 민영화를 놓고 자본과 정권 대 노동자의 대립과 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의 공세는 시작되었다. 정부지분이 50%가 넘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2006년 매각이 결렬된 뒤 2007년 말 단 두 달 동안 4,000명 중 1,530명의 인력을 대거 감원했다. 그것도조용히 소문도 없이 진행되었다. 서울시 공무원 및 공공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서울지하철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대우조선의 매각주간사가 선정되고 매각작업이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은 총파업 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공공운수연맹, 전교조, 보건의료노조, 공무원노조, 언론노조, 사무금융연맹 등이 참가하는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사회공공성 강화 국민연대를 범국민적 차원에서 구성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고용보장 투쟁에만 집중한다면 고용보장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공성 쟁취도 요원한 문제가 된다. 특히, 한미 FTA가 발효되고 금융허브 구상에 따라 ‘산업구조의 고도화’, ‘규제의 선진화’, ‘노동유연화’가 확대되는 2009-2012년 시기를 맞게 되면 자본운동이 공공부문의 사유화에 머무르지 않고 초국적자본 운동이 국가의 개입 없이 사회구성원의 삶을 직접 공격하는 흐름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이 상황에서 사회공공성 사수는 그 자체로 ‘시장화․이윤화’ 영역(일부)과 싸움의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자본운동에의 저항은 사회공공성 영역을 뛰어넘는 직접적인 대립 양상을 띠게 된다. 이는 이제까지의 대립의 부면과 깊이가 보다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공기업을 포함한 주요기업(집단)의 생산수단, 공공서비스에 대한 소유, 조절, 통제를 포함하는 새로운 사회화의 국면을 열어 나가야 한다. 신자유주의로 삶의 공적기반의 붕괴에 따른 대중적 이반과 해체가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각 영역에서 사회화 요구를 ‘구체화’함으로써 대안적인 전망을 가시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공공성을 넘어 신자유주의의 대안담론으로 현실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공공부문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공부문의 개혁을 앞장서서 주장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낙하산 인사의 금지, 이사 및 임원에 대한 민주적 선출, 투명한 이익금, 소득비례가 아닌 필요에 의한 사용이 가능한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 공정한 이익환수 등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수많은 과제들이 놓여 있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실질적인 사회화의 과정으로 배치될 것이다.
신자유주의로의 초토화냐, 노동중심으로의 재편이냐 하는 한국사회의 미래 전망을 놓고 벌이는 투쟁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반자본-사회화 투쟁은 노동조합만의 몫이 아니다. 또한 국가와 자본의 총체적 공세를 노동조합만으로 방어할 수도 없고 넘어설 수도 없다. 노동자 통제와 실질적 사회화를 놓고 벌이는 이 투쟁은 노동조합과 계급정당의 결합으로서만 이룰 수 있다. 노동조합과 노동대중을 사회화투쟁의 주체로 세우고, 미래사회의 전망을 계급정당과 결합 속에서 형성해야 한다. 이럴 때, 실종된 노동의 정치, 진보 정치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